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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청평 교원비전센터에서 열렸던 제1차 명강사 육성 과정(한국강사협회)에 참석했을 때의 일입니다. '자기 혁명으로 성공하기'라는 주제로 서필환 강사(성공사관학교 교장)님이 강의를 하다가 갑자기 청중을 향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돌아가면서 한 분씩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짧은 순간, 제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참으로 많은 인물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 갔습니다. 평소에 가장 존경하고 본받고 싶은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결정해두지 않은 것이 후회되기까지 했습니다. 20여 명의 참석자들 입에서는 이순신, 김구, 링컨 등 위인들의 이름이 불려졌습니다. 특이한 점은 저와 또 다른 한분만이 '아버지'라고 대답한 것입니다. 모든 분들의 대답이 끝나자 강사님은 "가장 존경하는 분을 아버지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은데 대단하십니다"라는 말로 마무리를 지으셨습니다.
'내인생의 멘토'라는 주제로 글을 쓰려고 '멘토'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니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멘토란 '인생의 스승'을 말하는 것이고, 쉽게 떠오르는 것은 가장 존경하는 사람에 대한 이미지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인 '아버지'에 대해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제 아버지는 30년이 넘게 철도청 공무원으로 일하고 계십니다. 제가 아버지를 존경하게 된 것은 아버지의 살아온 길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란 것을 알게 된 후부터 입니다. 그리고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인 '헌신'을 생생하게 가르쳐 주셨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가족끼리 모여서 속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아버지는 평생 잊혀지지 않을 몇 마디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가 30년이 넘도록 격일 근무를 계속하는 것은 출퇴근 일보다 월급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회가 있어도 승진을 하지 않고 말단으로 있는 것은 승진을 하게 되면 격일 근무를 계속할 수 없고, 후배 직원들을 관리하기 위해 돈 쓸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격일 근무가 힘들긴 하지만 수 십 년 동안 계속 해서인지 이제는 익숙해져 있다. 그리고 동료 직원들에게 쓸 돈이면 너희들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을 좀 더 사줄 수 있는데 내가 그 짓을 왜 하겠느냐. 나는 그 어떤 것보다 우리 가족의 건강과 행복이 최우선이다."
순간 저는 가슴이 찡해 눈물을 보일 뻔 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보아왔던 아버지의 모습 에서 보이지 않았던 진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면허를 딴 지 10년이 넘었지만 면허증은 장롱 속에 고이 간직하고, 걸어서 출퇴근을 하신 것은 건강을 위해 운동 삼아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왕복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서였습니다. 매일 점심을 드시러 집에 오시는 불편을 감수한 것도 식사비를 아끼기 위해서였습니다. 쉬는 날 친구를 만나지 않는 것도, 회식이나 모임 자리에 참석하지 않는 것도 불필요한 지출을 하지 않기 위함이었습니다.
그 흔한 헬스클럽에 한 번 다니지 않고 약수터에 물 뜨러 가는 것으로 운동을 대신한 것도 지출을 줄이기 위함이었습니다. 월차 휴가나 연차 휴가를 꼬박꼬박 챙겨서 쉬지 않은 것도 월급을 좀 더 받기 위함이었습니다. 넉넉하지 못한 가정 형편이었지만 두 아들이 대학 졸업하는 동안 학비 걱정, 생활비 걱정 하지 않은 것은 모든 것을 자식들에게 올인 한 아버지의 '헌신' 때문이었습니다.
30년 넘게 공직에 있으면서 아직도 말단인 것이 예전엔 이상했습니다. 아직도 전세를 전전하면서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하고 궁상맞게 사는 것이 예전엔 부끄러웠습니다. 바지가 헤질 때까지, 와이셔츠의 색이 바랠 때까지 옷을 입고, 바닥에 구멍이 날 때까지 구두를 신는 것이 안쓰러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것들이 모두 자랑스럽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아버지의 눈물겨운 헌신이 없었다면 오늘의 우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를 생각하면 사마귀가 오버랩 됩니다. 2세를 위해 기꺼이 암컷의 먹이가 됨을 주저하지 않는 부성애 말입니다. 그렇게 아버지는 자신의 사리사욕은 뒤로한 채, 오로지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 놓으셨던 것입니다. 아버지의 이 말 한마디에 또 다시 저는 눈물을 훔칩니다.
"내가 이렇게 살지 않았으면 너희들은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배우지도 못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아버지….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感悟行 硏究所 = http://cyworld.nate.com/aircong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mail : aircong@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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