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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나온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측에선 오히려 그를 반박하는 누리꾼더러 “학력 콤플렉스”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그것은 대화나 해명이 아니라 동어반복일 뿐이었다. 학력콤플렉스론은 바로 학력지상주의자들의 자기표현이므로.
우리 나라 대졸자 중 과연 몇 퍼센트가 “콤플렉스”에 대한 두려움 없이 대학을 갔던가? 대학 나오지 못하면 사람취급 못 받을까 하는 두려움에서 대학 간 이, 시집 잘 가겠다고 대학 간 이, 남들 다 가니까 대학 간 이, 그리고 대학 한 번 다녀보려고 간 유형들... 이들은 결국 대학 가지 못한 콤플렉스를 갖지 않기 위해 대학을 가지 않았는가? 그럼, 대학을 들어가고 나가면서 두려웠던 콤플렉스를 극복하였는가?
아니다. 입시지옥과 과외와 고등학생들의 자살을 생각하자. 대학을 들어가고 나간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입시와 관련하여 덧씌우는 대학 테러를 생각하자. 이 모두 학력콤플렉스 혹은 학력지상주의에 찌든 사회의 단면이다.
콤플렉스에 대한 두려움은 학력지상주의를 빚고, 학력콤플렉스에 희생된 학력지상주의자들은 가족과 이웃을 괴롭히고, 자신이 극복하지 못한 학력콤플렉스를 은폐하기 위해 학력이란 잣대로 쉽사리 타인을 단정한다. 이러한 분열증은 바로 학력지상주의자가 자신 속에 현재 혹은 과거에 지닌 쌍생아의 한쪽인 ‘학력콤플렉스’를 타인에게 떠넘기는 모습에서 선명히 드러난다.
엘리트주의 감성 그 자체를 무시할 정도로 우리 사회가 좁지는 않다. 그러나 엘리트주의로 위장한 분열증은 학력콤플렉스와 학력지상주의가 같은 것이란 사실을 무시하고 사회를 분열시키는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그 곳에는 철학과 책임이 없다. 전여옥 대변인을 지지하는 측에서 나온 해명의 비논리와 언어의 폭력성은 사안의 심각성만 더 짙게 하였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사람이 뜻하지 않게 좋은 일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베스트셀러 작가는, 행여 언어를 재미와 양념 가득한 말에 취해 만들어 내더라도 그 말이 회자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화두를 제시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대졸자들의 ‘학력콤플렉스’가 쉽사리 은폐되는 사회에서 전여옥 대변인은 고졸자의 ‘학력 콤플렉스’를 이야기하였으나 결국은 대졸자의 ‘학력 콤플렉스’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전여옥 대변인에 대해 학력과 정당을 초월하여 번지는 공동의 분노는 우리 사회 구성원 대다수의 마음 밑바닥에 깔려 있는 '학력콤플렉스’에 대한 분노가 아닌가? 우리 사회는 학력 콤플렉스의 분열증을 극복할 것인가?
전여옥 대변인은 결국 본의 아니게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학력 콤플렉스’를 화두로 던져 준 셈이 되었다. 우리 사회가 꼭 나아가야 할 길을 의도적으로 제시하지는 못했으나,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진계처럼 해프닝으로 보여 주었다. 역시 베스트셀러 작가 기질이 있다. 그러나 우리에겐 해프닝으로 탄생한 베스트셀러가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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