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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혜

ⓒ 김정혜

그런데 참 이해 못할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이는 그 모든 놀이를 결코 한 시간을 채우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유는 엄마와 하는 놀이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소꿉놀이를 하든 시장놀이를 하든 친구들과 하면 재미가 있는데 엄마와 하면 시시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의 그런 투정을 들을 때면 나름대로는 재미있게 놀아주려 노력했던 제 노력이 헛된 것 같아 속상하기도 했고 신나고 재미있게 마음껏 놀지 못하는 아이가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놀이에 한 시간을 못 넘기는 딸아이가 유독 오래 하는 게 한 가지 있었습니다. 바로 자전거타기였습니다.

ⓒ 김정혜
자전거를 타고 마음껏 달리는 일은 아마도 굳이 친구들과 이 엄마가 별 차이가 나지 않는지 하루 종일 자전거만 타자고 졸라댔습니다.

ⓒ 김정혜
자전거를 타며 달리기 시합을 하자고 할 땐 아이의 기를 세워주느라 일부러 제가 뒤처져 주는 게 그리 신나는지 따가운 햇살에 얼굴이 발갛게 익는 줄도 모른 채 딸아이는 내내 자전거만 탔습니다.

하여 이번 사흘 연휴 내내 저는 딸아이 덕분에 다리에 알이 배기도록 자전거를 신물 나게 타야 했습니다.

ⓒ 김정혜
저녁. 곤하게 잠든 아이의 얼굴이 새까맣게 그을려 있습니다. 사흘을 내리 햇살 따가운 밖에서 자전거를 탔으니 얼굴이 까맣게 그을린 것은 당연한 일. 가을볕엔 딸을 내보내고 봄볕엔 며느리 내보낸다고 했다는데 혹여 오래 쬔 봄볕이 딸아이에게 해나 되지 않았을까 하는 노파심에 아이의 양 볼을 가만히 어루만져 봅니다.

그리고 가슴 속 저 깊은 곳에 숨겨놓은 풀지 못한 숙제를 또 끄집어냅니다.

'굳이 시골을 고집하는 내가 아이를 위해서 정말 잘하는 것일까.'

이 어려운 숙제는 아마도 이 밤이 하얗게 다 새도록 결국 풀지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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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자회원이 되고 싶은가? ..내 나이 마흔하고도 둘. 이젠 세상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하루종일 뱅뱅거리는 나의 집밖의 세상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곱게 접어 감추어 두었던 나의 날개를 꺼집어 내어 나의 겨드랑이에 다시금 달아야겠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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