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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혜
그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가서 보니 소름이 돋을 정도로 황홀한 붉은 장미였습니다.

ⓒ 김정혜
하루 종일 수십 대 아니, 수백 대가 다닐지도 모르는 뿌연 시골길에 빨간 장미가 요염하고 도도하게 피어 있습니다. 그런데 빨간 것은 분명 장미인데 그 옆으로 아주 노랗게 피어 있는 그 꽃은 도대체 무엇인지….

ⓒ 김정혜
자세히 살펴 보니 꽃은 장미를 닮아 있는데 잎은 동백 잎사귀와 너무나 흡사합니다.

ⓒ 김정혜
한참을 이리 보고 저리 보다 문득 카메라 생각이 나서 종종걸음으로 집을 향했습니다. 그리곤 행여 그 고운 모습들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지나 않을까 하는 어리석은 노파심에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참으로 소박한 시골길. 사람의 세세한 손길 한번 스치지 않은, 처음 그 길이 생기고부터 지금까지 늘 그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시골길이었기에 그 꽃들은 더더욱 아름다웠습니다. 또 정성스런 손길 한번 스치지 않고 혼자 묵묵히 피어났기에 더더욱 아름다웠습니다.

ⓒ 김정혜
다만 그들 곁에는 매일 같이 매연을 내뿜으며 쏜살같이 달리는 차들만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황홀한 색과 자태로 피어 있으니….

ⓒ 김정혜
집으로 돌아오면서 내내 머릿속엔 그런 생각들이 오가고 있었습니다.

"묵묵함! 그래. 장미는 그 어떤 투정도 그 어떤 원망도 그저 묵묵하게 인내하였구나. 달리는 차가 내뿜는 매연에 진저리를 치고도 싶었을 터이고 그저 예쁘다며 무심하게 꽃을 꺾는 인간들의 냉정함에 몸서리를 치고도 싶었을 터인데 그 어떤 항변도 그 어떤 원망도 뒤로 하고 어쩌면 그토록 아름답게 피어났을까. 그래서 그 빨간색이 더욱 요염하고 네 모습이 더욱 도도해 보였던 것이구나."

ⓒ 김정혜
더불어 저 자신을 돌이켜 보았습니다. 쓰다든지 달다든지 좋다든지 싫다든지 하는 순간순간 사로잡히는 감정들의 노예가 되어 일순간도 참지 못하고 그 격정에 너무나 쉽게 휘말려드는 조급하고 성급한 저 자신을 반추해 보게 되었습니다.

ⓒ 김정혜
시골길에 핀 참으로 요염하고 도도한 장미 몇 송이에게서 이 아침, 저는 묵묵함의 참된 진실을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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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자회원이 되고 싶은가? ..내 나이 마흔하고도 둘. 이젠 세상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하루종일 뱅뱅거리는 나의 집밖의 세상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곱게 접어 감추어 두었던 나의 날개를 꺼집어 내어 나의 겨드랑이에 다시금 달아야겠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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