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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각종 사회 현안을 풀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오던 시민사회단체들이 지구촌의 빈곤 근절이란 공동목표에 지혜와 힘을 모으기로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20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한 ‘지구촌빈곤퇴치시민네트워크’(아래 빈곤퇴치네트워크)는 9일 한국언론재단 19층에서 출범식을 갖고 국제사회의 빈곤 해결을 위한 공식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70여명의 각계 인사들은 출범선언문을 통해 “20세기 중반 이후 50여년간 세계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했음에도 세계인구의 4분의 1이 여전이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세계시민단체들의 빈곤퇴치 캠페인에 능동적으로 동참하며, 한국인들의 형제애와 인류애가 벽을 넘어 세계로 넘쳐흐르게 하기 위해 빈곤퇴치네트워크를 출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각계 인사들은 선언문에서 “대한민국은 한국전쟁 이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의 하나에서 2004년 세계경제 규모 12위국으로 발돋움한 나라”임을 지적한 뒤 “오늘날 지구촌의 빈곤퇴치에 대한 우리나라의 기여는 과거 우리가 받았던 해외원조를 돌이켜 볼 때 부끄러울 정도로 미미한 수준에 그쳐, 가장 인색한 나라들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각계 인사들은 “이제 한국도 세계 속에서, 한국 시민사회도 세계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맡은 바 책임을 적극 감당해야 한다”면서 “내가 어렵더라도 남을 도울 줄 아는 한국사회의 아름다운 전통을 우리 사회의 울타리를 넘어 지구촌 전체로 확대하자”고 호소했다.

이들은 정부에 대해 현재 국민총소득의 0.06%에 불과한 공적개발원조(ODA)를 2009년까지 현재의 2배로 증액하고 2015년까진 4배로 증액할 것을 세계인들에게 약속·이행하며, 기업은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지구촌 빈곤퇴치에 더욱 깊은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출범식 축사를 맡은 라딩크 반 볼렌호벤(Radinck J.van Vollenhoven) 주한 네덜란드 대사는 “시민단체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네덜란드가 정책적으로 해외원조를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건강한 시민사회가 기본이 돼야 한다”고 시민단체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라딩크 대사는 “그 동안 시민단체의 주도로 진행되는 해외원조는 효과적이고 빈곤퇴치에 효율적이었다”면서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빈국들에 대한 원조를 통해 빈곤해결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밀레니엄개발목표란? 지난 2000년 9월 유엔 총회에 참석한 세계각국 정상들은 전지구적 문제해결을 위한 자유와 평등, 연대, 관용, 자연존중, 책임분담 등의 가치에 기초하여 8개의 목표와 18개의 세부목표, 이를 평가하기 위한 48개의 지표로 구성된 ‘밀레니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아래 MDGs)’를 선정하고 이행키로 약속했다 개방도상국의 빈곤문제가 더 이상 개발도상국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촌의 문제임을 확인하고 이를 해결하는데 지구촌의 모든 정부들이 적극 참여할 것을 천명한 것이다. 밀레니엄개발목표의 8개 목표는 ▶ 절대빈곤과 기아의 퇴치 ▶보편적 초등교육의 달성 ▶양성평등과 여성능력 고양 ▶아동 사망률 감소 ▶모성보건 증진 ▶HIV/AIDS, 말라리아 및 기타 질병 퇴치 ▶지속가능한 환경 확보 ▶개발을 위한 전지구적 파트너쉽 구축 등이다. / 이민우

빈곤퇴치네트워크 박병옥 공동운영위원장(경실련 사무총장)은 “시민단체들이 국내 이슈에 몰입해 있었는데 오늘 출범식은 세계에 눈을 돌리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한 뒤 “기본사업으로 빈곤퇴치운동의 상징인 ‘화이트 밴드 데이’ 캠페인을 비롯해 밀레니엄개발목표에 대한 홍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출범한 빈곤퇴치네트워크는 지난 6월 2일 창립총회를 가졌으며, 공동대표는 이일하 굿네이버스 회장과 이행자 대한YWCA연합회장 등 4인이다.

빈곤퇴치네트워크는 우선 오는 25일 ‘화이트 밴드 데이’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날 행사를 시작해 전쟁으로 세계적인 빈곤국가의 처지였던 우리나라가 세계12위의 경제력을 갖게 된 만큼 이젠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뜻을 전하기 위해서다.

이외에도 빈곤퇴치네트워크는 대외원조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빈곤 퇴치를 위한 국제 심포지엄 등의 진행을 검토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