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집회에 참가한 각계인사들은 이미 지난 5월 10일부터 인천 자유공원에서 농성을 벌인데 이어, 인천시청 앞에서 맥아더 동상 철거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날은 첫 농성이 시작된 지 37일째 되는 날이다.
"반공주의자분들이 욕하는 건 양키의 거짓 교육에 속았기 때문"
86세의 고령으로 투쟁을 이끌어 온 련방통추 강희남 상임의장(전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은 6·15공동선언 실천의 의의와 관련 "72년 7·4남북공동선언은 선언만 했다 뿐이지 실천을 위한 민중들의 운동이 약했으며, 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도 사문화됐다"고 말문을 연 뒤, "6·15선언 이후 5년 동안 우리 민중들은 선언이 공염불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려고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남과 북이 힘을 합쳐 통일하는 것만이 민족이 사는 길입니다. 저희는 맥아더 동상철거 농성을 할 때 그것을 반대하는 반공주의자분들에게서 여러 번 수모를 당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나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그들이 그러는 건 미국의 거짓 교육에 속았기 때문입니다."
강희남 상임의장은 "미국은 우리의 우방이 아니라 군사, 정치, 경제, 문화에서 우리를 착취한다"며 "통일을 가로막고 무기를 팔아먹어 해마다 우리 국력을 허비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통일이 되면 남북이 예산의 30%나 되는 국방비를 지출하지 않아도 되며 지금까지 그 국방비를 모았다면 세계적 부자가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강 의장은 얼마 전 인천시장이 북에 갔다가 크게 환영을 받고 돌아온 걸 지적하며 "이만큼 역사가 바뀌었는데 침략과 점령군의 상징을 철거하지 않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제 우리 민족끼리 창조적으로 민족의 살길을 만들어 가자는 뜻에서 우리 늙은 사람들이 이 일을 하는 걸 이해해 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정동영 장관은 남북 통일방안으로 연방제 약속하고 와야 한다"
강순정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고문은 "우리민족이 자주의 길로 갈 수 있는 대회가 지금 평양에서 열리고 있다"며 "5년 전 남북 최고지도자가 만나 민족의 통일을 평화와 자주적으로 약속한 이후 우리는 힘차게 6·15선언 관철을 위해 투쟁해 왔다"고 열변을 토했다.
"최근 미국은 스텔스 기를 이 땅에 배치해 전쟁준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평양을 방문중인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무엇보다도 남과 북의 통일방안으로 연방제를 약속하고 와야 합니다. 우리민족끼리 외세의 간섭 없이 통일을 풀어가는 연방제를 통해서만이 민족의 우수한 문화를 세계에 떨치고 민족의 긍지를 살릴 수 있습니다."
강 고문은 "미국을 추방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체들이 적극 나서야 하는데, 오히려 괴리가 생긴다거나 시기상조라면서 소극성을 보이고 있다"며 "이젠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남과 북이 함께 미국을 쫓아내 민족의 기상을 널리 알려내자"고 역설했다.
"핵을 포기하는 건 바로 민족의 죽음이고 식민지를 의미한다"
김수남 미군추방투쟁공대위 부설 맥아더 동상타도특위 위원장은 "60년 동안 미국의 식민통치를 받는 동안 이승만 같은 매국노는 단독정부를 세우려고 훌륭한 민족지도자들 전부 타살했다"며 "여운형 선생과 김구 선생도 암살했으며, 진보당의 조봉암까지 간첩으로 몰아 죽였다"고 주장했다.
"지금 많은 이들이 역사가 뭔지, 자주가 뭔지 분간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밥만 먹으면 제일인 줄 알고 미국을 상전으로 모시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랜 역사와 훌륭한 문화유산을 가진 민족입니다. 더 이상 미국에게 속지 말고 민족을 자존을 찾아야 합니다."
이른바 '북핵 문제'와 관련 김수남 위원장은 "핵을 포기하는 건 바로 민족의 죽음이고 식민지를 의미한다"며 "자기는 큰 몽둥이를 들고 있으면서 작은 막대기를 버리라는 건 말도 안돼는 수작이기에 만일 북이 핵을 포기해야 한다면 미국이 갖고 있는 핵을 먼저 포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미국을 몰아내는 일은 인천의 전시민과 공무원들이 함께 동참해야 한다"며 "아직도 점령군 행세를 하는 미군을 하루빨리 몰아내 이 나라 백년대계를 제대로 세울 수 있도록 하자"고 호소했다.
"안상수 인천시장은 이번 주 내 면담할 것을 약속하라"
정동근 민족문제연구소 인천지부 대외협력위원장은 "지난 해 6·15공동선언 4주년 행사가 인천에서 성대하게 진행된 바 있고, 안상수 시장이 얼마 전 방북해 남북화해에 기여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벼 "이젠 전쟁과 살육을 상징하는 맥아더 동상을 즉각 철거해야 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한반도 주변 26곳에 핵을 터뜨려 민족을 말살하려 했던 맥아더가 우리민족의 은인인 것처럼 왜곡돼 있는 것에 더 이상 속지 말아야 한다"며 "인천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상수 인천시장은 이번 주 내에 이곳에서 농성중인 통일운동 선배님들과 면담할 것을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각계인사들은 '맥아더 동상 철거 요구 인천시청 앞 노상 농성'을 오는 19일까지 벌일 예정이며, 앞으로의 투쟁방향과 방법 등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19일쯤 참가단체 대표자 회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신문 참말로(www.chammalo.com)에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