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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말을 듣고 보니 자는 모습이 너무 똑같습니다. 나중에 이 아이들이 크면 추억이 될 것 같아 사진 한 장 찍어 두려고 카메라를 가지고 옵니다.
'찰칵' 소리와 함께 플래시가 '번쩍' 합니다. 플래시 불빛에 눈이 부셨는지 아이들이 뒤척입니다. 혹시나 아이들이 깰까봐 다시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아내 목소리가 제 발걸음을 돌립니다.
"얘네들 진짜 웃긴다. 이거 봐봐 자기야." 뒤돌아보니 플래시 때문에 흐트러져 있던 자세가 금세 똑같은 모습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아내와 저는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합니다. '툭' 하고 세린이와 태민이를 건드려 봅니다. 동시에 오른쪽으로 몸을 틉니다. 이 똑같은 자세, 아내와 저는 그저 신기하다는 생각만 듭니다.
자는 자세가 힘들었던지 한참이 지나자 태민이가 누나 쪽으로 몸을 돌리면서 세린이를 발로 찹니다. 잠결에 동생한테 한 대 맞은 장세린, 동생을 피해 바닥으로 내려갑니다. 태민이는 그 넓은 이불을 혼자 다 차지했네요.
아내가 태민이를 이불 한 가운데로 옮긴 후 세린이를 안아서 다시 이불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둘 다 반듯이 뉘었는데, 서로 몸이 닿으면서 뒤척인다는 것이 엇갈린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이렇게 '사랑해' 포즈가 됐습니다. '사랑해'가 아니라 '밀어내기'인가?
아내와 저는 이 신기한 순간을 계속 보고 싶었지만, 고요히 잘 자고 있는 아이들은 너무 괴롭히는(?) 것 같아 그만하기로 했습니다. 엄마, 아빠의 안타까움을 알았는지 마지막 포즈를 역시 똑같이 취해주네요. 아내와 저는 이불을 덮어 주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난 두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세린이는 이불 위에서 자기가 제일 아끼는, 엄마가 사 준 수첩을 만지작거리고 태민이는 눈 뜨자마자 뭐가 저리도 좋은지 웃으면서 둘리를 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