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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갔다 오는 길에 엄마 이불가게에 들렀다. 집에서 2분 거리인 가게에는 텔레비전이며 냉장고, 버너, 전기밥솥 등 웬만한 살림살이는 다 있어서 엄마와 같이 밥을 먹을 때가 많다.
그날도 엄마와 점심을 먹는데 엄마가 아침에 본 텔레비전 프로그램 얘기를 했다. 치매에 걸린 노인들이 지내는 요양소가 나왔다고 했다. 한 가지 물건에 집착하는 노인, 자신의 가족도 기억하지 못하는 노인, 간병인을 마구 때리는 노인이 있다면서 한참을 얘기하던 엄마가 기운 없는 목소리로 자못 비장하게 내게 이런다.
"엄마도 그렇게 되면 그냥 요양소에 보내…."
나는 엄마의 비장한 말투가 웃기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제 쉰인데 어느새 그런 걱정을 할 나이가 되었나 싶기도 해서 짠했지만, 일단 짓궂게 이렇게 말했다.
"멀쩡해도 60만 넘으면 보낼 건데."
엄마는 의외의 대답에 꿈쩍 놀래더니 이내 이렇게 받아쳤다.
"그러면 나는 우리 아들, 딸 이름이랑 전화번호 적어서 등에다 붙이고 다닐 건데. 그래서 다 소문내고 다녀야지."
나는 순간 정말로 그렇게 하고 요양소 복도를 돌아다닐 엄마의 모습이 상상돼서 한참을 웃었다. 답답하게 집에만 있는 것을 아주 싫어해서 매일 새벽마다 등산을 다니는 활동가이니 등에다 써 붙이는 것까지는 몰라도 요양원 사람 모두에게 우리들 얘기를 하며 돌아다닐 것은 분명했다. 엄마의 으름장에 나도 이렇게 응수했다.
"그러기만 해봐. 한 번도 안 찾아 갈 테니까."
나는 농담으로 받아넘기기는 했지만, 사실 예전부터 부모님의 치매는 나의 걱정이기도 했다. 재작년에 암으로 돌아가신 외할머니도 치매에 걸리셨기 때문에 우리 모두 치매가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아마 엄마도 외할머니가 생각이 나서 더욱더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나도 전부터 나중에 직장을 얻게 되면 부모님 앞으로 적금을 하나 들어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나마 얼마 전, 정부에서 노인요양보장제도를 오는 2007년 7월 1일부터 도입키로 했다고 하니 그나마 조금 안심이다. 이 제도대로 된다면 각 가정이 요양서비스 전체비용의 일부만 부담하면 요양시설이나 집에서 간병, 수발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 월 평균 70만원 이상이 들던 요양시설 입소비용도 30만~40만원으로 대폭 감소하게 될 거란다.
어서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들처럼 사회보장제도가 잘 발달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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