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4시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퍼포먼스 ‘점프’(Jump)를 보았다. ‘점프’는 태권도, 택견을 비롯한 동양무술에 담긴 별난 가족들의 유쾌한 이야기이다. 가장 볼만한 요소로는 흔히 말하는 눈속임, 즉 와이어나 카메라 연출 없이 배우들이 펼치는 무술과 연기를 직접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화려한 동작, 몸사위가 눈을 즐겁게 했고 음악에 맞춘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었다.
불이 꺼지고 공연이 시작되었을 때, 처음 등장한 이는 허리 굽은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가 좀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몸을 천천히 아주 느리게 지팡이를 짚고 나왔다. 이윽고 느린 동작을 보였던 할아버지가 보여주는 반전이 화려했다. 발차기에 따른 순발력, 그리고 무술 117단 가족의 솜씨를 마음껏 볼 수 있었다.
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보면서 ‘왜 대사나 이렇다할만한 독백 등이 없을까’, ‘어쩌다 들리는 배우들의 음성이 모두 짧은 영어 한마디일까’하며 의구심을 가졌다. 하지만 이런 것이 아이들과 외국인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것을 가리켜 넌버벌(Non-Verbal) 형식이라고 하는 것을 공연이 끝난 후 알게 되었는데, 분명 점프가 세계적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매력적인 장치였다.
또 다른 훌륭한 장치도 있었다. 그것은 바로 "유머".
점프 (Jump)는 무예로 똘똘 뭉친, 3대가 걸쳐 살고 있는 집안에 도둑이 들어오고 그 도둑을 잡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그 과정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관람석을 웃기고 또 웃기는 ‘유머’장치가 뛰어났다.
이 날 공연에는 초등학생이 많았다. 아마도 배우들이 펼치는 택권, 취권, 무술 등의 흐름을 익히 알고 단체로 온 것 같았다. 그 꼬마 손님들을 위해 흐르는 땀도 닦지 못한 채, 분장도 지우지 못하고 열심히 사인을 해주며 사진촬영에 응하는 그들의 모습이 매우 아름다워 보였다.
덧붙이는 글 | * 국정넷포터와 위민넷에 송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