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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영화 포스터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영화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
보름달이 뜬 어젯밤(6월 22일). 술을 마시며 사는 게 어렵다고 푸념했다. 친구와 나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어려움을 토로하며 위로하고, 위로받고 하는 상황이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친구는 자신이 청년예수와 닮은 삶을 살고자 했고, 이는 세속적인 가치를 거부하는 것을 뜻하기에 자식의 출세와 원만한 혼인을 바라는 부모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기도 했다. 친구는 지쳐서 울기도 했고, 자신이 옳게 나아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자문했다고 이야기한다. 이제는 더 이상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한참 이야기하는 도중, 친구에게 걸려온 어머님의 전화를 엿듣게 되었는데 그 어려움이 실제적으로 증명이 되어버렸다. 왜 남들처럼 살지 못하냐고, 선을 봐서 장가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어찌 너희들(친구는 형제가 있다)은 그리도 내 속을 썩이냐고 하소연 하시는 내용이었다(집이 시골이라 조용해서 작은 소리도 잘 들린다).

통화가 끝나고 다시 시작된 대화에서 나는 친구에게 누구나 현실에서 겪는 어려움이 있다고 위로해 주었다. 그러면서 편안해 보이는 나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꿈과 현실사이에서 갈등하는 내 요즈음의 어려움을 살짝 내어 보여 주었다.

내가 올바로 세상을 딛고 서서 남을 돕는 것이 내 스스로를 돕는 것이라는 교과서적인 교훈은 그저 교훈에 머물기 십상이고, 내가 움직여서 행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이야기하며 자신의 삶을 위로했다.

동병상련. 둥근달이 서서히 지평선에 가까워질 즈음 이야기는 더 깊어가고, 나는 문득 얼마 전에 또 다른 친구로부터 선물 받아서 본, 두 시간 사십 분짜리 긴 영화가 떠올랐다.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봤냐."

신자들은 좋아하지 않는 영화. 제작되고 나서 현지에서 개봉이 어려움을 겪었고, 우리나라의 경우는 무려 13년이나 지나서야 스카라 극장에서만 짧게 개봉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조심스레 물었다.

"아! 카잔스키. 너두 봤구나."

그 친구는 오히려 대화의 주제가 늘어서 기쁜 듯 잠시 놀라는 표정까지 보이며 즐거워했다.

대화는 예수의 삶과 그를 따르는 인간들의 삶에 대한 비판과 우리가 알고 있는 성서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음을, 신학대학 출신답게 일목요연하게 나에게 설명해 주는 것으로 이어졌다. 덕분에 더 깊이 생각하고 영화를 생생하게 떠올려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되었다.

아카데미와 인연이 없는 거장 마틴 스콜세지가 감독을 하고 윌렘 데포, 하비 케이텔 두 배우가 든든하게 영화를 이끌어 간다.

영화는 이미 본 예수의 일대기를 보여준다. 물론 다른 '홍보영화'와는 조금 다르다. 예수는 죄인을 처형하는 십자가를 제작하는 목수이고(좀 충격적이다), 나쁜 놈으로 알려진 유다는 매우 냉철하고 똑똑한 인물이며 때로는 예수가 나아갈 길을 이끄는 역할(다소 충격적이다)까지 한다.

가장 논란이 많은 장면인 예수의 처형장면에서는 천사 같은 어린아이가 나타나 예수를 평범한 인간의 삶으로 이끈다. 마리아 막달레나와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고 산다. 그 모습은 우리가 신의 아들로 생각하는 예수의 이미지와 달라서 매우(?) 충격적이다.

결국은 우리가 알고 있는 '다 이루었다'로 맺음을 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흔하디 흔한 교훈적인 이야기가 아니어서 신선하고,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 예수는 감동적이다.

죽음 앞에서 갈등하고 인간적인 실수를 보이는 예수. 유혹에서 흔들리는 인간적인 예수는 마치 내 곁에서 친구처럼 함께 걷고 있는 선지자가 된다.

다소 건방진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나, 진정한 인간의 삶을 보여준 예수처럼 우리도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영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내 마음 속에 들어온 예수. 벽 속에 갇혀 있는 신주가 아니라 생생하게 느껴지는 예수.

그저 소문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카잔스키 원작의 소설을 읽어보거나 직접 편견 없이 영화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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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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