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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 정신세계사
무더운 오후에 책을 읽으면서 드물게 갖는, 참 이상한 경험이었다. 그것은 뭐랄까 만약 공중부양을 하게 되거나, 미치도록 멋진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기분좋은 감정과 그리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참사람 부족'을 따라 여행을 떠나는 어느 의사의 기행문을 읽고 있으니, 어느새 사막 한가운데 그들과 함께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친구의 소개로 읽기 시작한 책은 정신세계사가 출판하고 류시화씨가 번역한, 말로모건이라는 의사의 경험과 느낌을 담은 책이다. 요약하자면 미국에서 성공한 의사가 자식을 출가시키고 자유로워진 조건에서 지구의 반대편인 호주와 연락이 닿아서 그 곳에서 의술을 전파하던 중, 내륙에서 그 존재조차도 세상 사람들에게 잊혀진 한 원시부족의 초대를 받아 그네들의 도보 대륙횡단여행에 참여한다는 이야기다.

여행을 좋아하는가? 여행은 사람을 설레게 한다. 왜 사람들은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틈이 생기면 그 여가를 여행에 투자를 하는가. 꼬박꼬박 모아 두었던 통장을 헐고, 기꺼이 베낭을 메고 떠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유는,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보통은 목적과 의지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하고 그럴 때 즐겁게 떠날 준비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무작정 닥친 모험같은 여행이나, 어떤 사고에 의해 생긴 피치못할 여정이 어쩌면 더 머리와 가슴에 오랫동안 남는지 모를 일이다.

'참사람 부족'에게 무탄트라 불리게 된 백인의사는 흔히 있는 세미나나 오찬 정도로 알고 참여했던 자신의 생각과 달리, 전혀 뜻밖의 여행을 제의받게 된다. 소지품도 다 버리고 맨몸으로 떠나는 여행. 그래 잠깐이겠지 하고 떠난 여행은 무려 몇 달에 걸친 호주사막 횡단기가 되어 버린다. '내일이면 집에 갈 거야'하고 생각했던 저자는 그들의 삶과 생각에 점점 빠져들어, 어느새 자신의 삶 어떤 때보다도 충만한 행복과 부푼 기대 속에 그들과 여정을 함께 하고 있게 된다.

호주 원주민의 역사는 호주대륙과 함께 했다고 전해진다. 지금 존재하는지 존재했는지도 알 수 없는 원주민 부족(그들은 스스로 '참사람 부족'이라 부른다)은 원시시대를 걷고 있는 '미개'한 부족이다. 그 '미개'는 문명 속을 살고 있는 인간들이 편하게 부르기 위해 붙인 단어다.

때로는 문명속에서 마음을 닫고 살고 있는 우리에 비해, 옷도 안 입고 식인의 관습까지 가지고 있던 그들이 훨씬 '월등'함을 경험하게 된다. 여행기는 자아의 성찰이며 문명의 비판이고, 우리가 알 수 없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탐구이다. 나아가 참인간으로서 잊고 있었던 - 어쩌면 일부러 잊으려 했던 - 인간의 능력의 무한함에 대한 깨달음이다.

그들이 날로 먹는 고기에 소스를 만들어서 바르고 먹는 우리들. 그들은 그런 우리를 '소스'에 비유한다. 무언가를 덮어서 가리고 다른 모습으로 위조, 위장하는 족속들이라며.

그들이 문명인을 부르는 단어는 '무탄트'다. 별종, 돌연변이 등의 뜻을 지닌 단어. 왜 참인간이 사는 길을 버리고 변해서 지금처럼 자연을 부리려 하고, 환경을 파괴하며 끊임없이 소비하고 오염하는 일을 자행하고 있는지 그들로서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여행의 에피소드는 다양하다. 언급하지 않은 그들의 놀라운 능력을 책 속에서 직접 찾아보시길. 믿거나 말거나, 그것은 보는 사람 마음이다.

무탄트 메시지

말로 모간 지음, 류시화 옮김, 정신세계사(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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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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