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가 있음을 알리는 행사 안내문, 초청장, 부고, 청첩장이나 각종 고지서들과 보냈다는 내용증명이 필요한 것들을 제외하고는 이제 편지는 자주 쓰지 않는 통신수단이 되었습니다.
거리에서도 우체국 앞이 아니면 보기 드문 우체통을 산 위에서 만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해발 1400미터가 넘는 곳에서 우체통을 만난다면 말입니다.
그 우체통은 이미 꽤 유명합니다. 바로 지리산 벽소령 우체통입니다.
저 역시 이 우체통을 몇 년 전에 보았습니다. 지리산을 거의 매년 종주했던 저는 벽소령을 지날 때마다 그 붉은 우체통이 주는 '포근함' 때문에 눈여겨 보곤 했기 때문입니다.
벽소령 대피소(해발 1400m • 경남 하동군 화개면 대성리)에 우체통이 생긴 것은 2001년 7월 2일이라고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4년전입니다. 우체통에 담긴 사연은 교대 근무를 하는 대피소 직원들에 의해 산 밑으로 보내지게 됩니다.
벽소령의 빨간 우체통은 벽소령을 지나는 등산객들을 유혹합니다. 유혹의 근원은 아마도 '편지'에 대한 '추억'일 것입니다.
성장과 경쟁이 최고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타자(他者)를 이기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빨라야 합니다. 그런 요즘 사람들에게 종이에 직접 써야 하는 불편함과 느려 터진 편지의 속도는 '경쟁력 없음' 그 자체입니다.
보내고 답장을 받는데 일주일은 족히 걸리는 느린 편지를 누가 사용하겠습니까?
보내는 순간 이미 도착해버리는 메일이 있는데 말입니다. 속도와 시간은 곧 경쟁력이고 돈인데 말입니다.
그렇지만 우린 가끔 편지를 그리워 합니다. 메일전송 시스템이 음성전달이나 멋진 배경화면과 멋진 동영상이 담겨 있다 해도 오래 전 편지가 주었던 감동과 포근함을 대신하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부모에게 타지로 떠난 자식이 보내는 '부모님전상서'로 시작하는 눈물의 편지, 군대간 아들을 걱정하며 보내는 어머니의 '간절함', 사랑하는 당신에게로 시작하는 '애절함', 보고 싶은 친구에게로 시작하는 '그리움' 이것을 무엇이 대신하겠습니까? 이것은 오직 편지가 주는 위대한 능력입니다.
저는 그것은 편지라는 단어가 어머니나 누이처럼 따뜻함을 그 말 속에 이미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제 편지는 점점 사라지고 휴대폰에 밀려 사라진 공중전화처럼 오래된 추억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우체통이 사라지는 진짜 이유는 우리 삶에서 더 이상 따뜻함이나 포근함이 주는 행복을 찾기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퇴근하는 길에 우체통을 찾아 보세요. 그리고 그리운 사람에게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써보는 겁니다. 긴 편지가 아니라도 마음이 담긴 글을 써서 종이를 접고, 봉투에 넣어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사연을 담아 넣는 것이죠. 편지를 받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것 같습니다.
아마도 행복은 그런 느림과 사소함, 그리고 정성에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지리산 벽소령 대피소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세석평전, 장터목, 천왕봉을 거쳐 백무동으로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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