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남편은 그 믿기지 않는 상황에 배꼽을 잡고 웃어댔지만 나는 너무 화가 나서 망치를 가져다가 방문 손잡이를 아예 부숴버렸다. 그것은 잔재주가 없다는 핑계로 사소한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하는 남편에게 더 화가 났기 때문이었다. 옆 동네에 사는 친구가 놀러 왔길래 내가 겪었던 그 날의 황당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도 언니는 변소에 갇힌 것은 아니잖아."
"아니, 그럼 자기는 재래식 화장실에 갇혔었어?"
시골집 으슥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재래식 화장실의 문은 대체로 안팎으로 잠금장치가 되어 있다. 안에 잠금장치가 있는 것은, 물론 허술한 화장실 문이 행여 바람에 열려서 변소 안의 악취가 새나오지 않도록, 또 보이고 싶지 않은 꼴이 노출 되지 못하도록 바깥문과 문틀 사이에 걸쳐지는 나무토막이 있기 마련이다. 변소간에 들어가는 사람이 어쩌다가 문을 세게 닫으면 그 나무토막이 내려져 안에서는 도저히 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시집온 지 얼마 안 된 새댁인 그녀가 바로 그런 경우를 당한 것이었다.
"시어른들은 다 들에 나가고 나 혼자 있었을 때 그렇게 갇혀버렸는데 환풍기가 있는 창문에 까치발을 딛고서 동네가 떠나가도록 그렇게 소리를 질러댔는데요. 마침 바쁜 농사철이라 개미 새끼 한 마리 안 나타나는 거 있죠."
내가 방에 갇혔던 일은 정말 웃을 일에 끼지도 못하는 것이었다.
"변소에서 올라오는 가스요? 그거 정말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더구나 임신 3개월 때라 입덧을 할 때 그랬으니 그 고통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어요? 거의 기절 일보 직전에 구조돼서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다 왔다니까요."
그 사건 이후 친구의 집은 실내 화장실을 만드는 '개조'를 단행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남편의 느긋한 성격은 어떻게 개조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