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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의 대화'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시기는 다음 달 7일, 방식은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의 간담회라고 한다.
<미디어 오늘> 등의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는 애초에 국민과의 직접 대화 방식을 검토하다가 방향을 틀어 청와대 출입 기자들과의 간담회, 관훈 토론회 등 여러가지 간접 대화 방식을 놓고 저울질을 했고, 결국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 간담회를 열기로 방침을 세우고 참석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국민과의 대화'에서 '언론과의 대화'로, '직접 대화'에서 '간접 대화'로 방향을 선회한 이유가 뭘까?
'직접'과 '간접'의 전파력 차이뿐만 아니라 청와대와 이른바 '메이저 신문'과의 불편한 관계를 고려할 때 청와대의 선택은 이해하기 어렵다. 청와대 관계자의 말처럼 지금을 '정책적 탄핵 국면'으로 보고 있다면 할 말이 많을 텐데도 굳이 스스로 전파력을 제한하고자 하는 이유가 뭘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할 말'이 많을지는 모르겠으나 '먹힐 말'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 입장에서 보자면 '할 말'과 '먹힐 말'은 뚜렷이 구분된다. 북핵 문제는 호전의 계기를 마련했고, 윤광웅 국방 장관 해임 건의안은 돌파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정작 중요한 한 가지 문제가 남아있다. 바로 '먹고 사는' 문제다. 달궈진 부동산 시장은 갖은 방법을 다 써도 잡히지 않는다. 게다가 정부 스스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에서 4%대로 낮출 정도로 경기는 바닥을 기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먹고 사는' 문제만은 돌파가 쉽지 않다.
그래서였을까? 노무현 대통령은 여론 살피기 성격이 농후한 발언을 했다. 지난 28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만나 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 부동산 값이 다 올라도 한국은 올라선 안 된다. 포괄적이고 강력한 정책을 준비중이다. 부동산 정책을 잘 잡아내면 나머지 국정운영은 충분히 원만하게 끌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경향신문>은 "부동산 시장 안정만이 경제 현안은 아니다"라면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노 대통령 입장에선 '돌격'만을 외칠 수도, 그렇다고 '방어'만을 할 수도 없는 처지에 빠져있는 것이다. 굳이 정리하자면 '방어를 위한 공격'의 처지에 있다고나 할까?
그런 점에서 '간접 대화' 방식이 더 유용하다. '간접 대화'는 '직접 대화'보다는 '할 말'과 '안 먹힐 말'을 나눠서 얘기하기에 좋다. '안 먹힐 말'의 경우 국민에게 직접 밝히지 못하는 흉중과 정보까지 쏟아내며 이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생방송이 불러올 참화, 즉 '표현상의 실수'로 뒤틀린 국민 감정에 불을 지르는 상황을 미리 걸러낼 수도 있을 것이다.
청와대가 '간접 대화' 방침에서 읽을 수 있는 노 대통령의 정국 운영 구상은 이렇게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천명과 호소의 병행전, 다시 말해 전쟁은 피하고 전투는 치르는 '제한전'을 택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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