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엄청난 권한을 갖고 있어 나눠 갖게 해달라고 하는데, 검찰이 가진 것은 '수사권'밖에 없다. 검찰이 나름대로 정치권에 대항하면서 이런 전통을 만든 것이다. 검찰의 권한은 '수사권' 하나다. 이거 하나밖에 없다. 절대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검찰의 이 권한이 서민들이나 일반 국민들을 괴롭히는 것인가. 일반 국민은 그런 것을 모른다."
수사권 조정 문제를 둘러싼 검경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김종빈 검찰총장이 30일 대검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작심한 듯 던진 말이다. 이는 경찰 뿐만 아니라 천정배 신임 법무부장관을 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총장은 이어 "검찰의 수사권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은 숫자로 보면 전체 국민의 10%도 안된다'면서 "(검찰) 밖에 나갈 때는 모두 괴롭힘을 당한다고 하고, '무소불위' 권한이 남용되는 것처럼 돼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검찰 무서워하는 국민이 대체 몇 퍼센트인가"
김 총장은 직설화법으로 계속 말을 이어갔다.
"검찰의 수사권에 무서워하는 전체 국민이 몇 %나 되는지 물어봐라. (검찰을) 무서워하는 대상은 지극히 한정돼 있다. 정말로 무서운 것은 검찰 수사권이 아니다. 어느 의미에서는 사회부패 감시자로서 권한이 축적된 기관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평소 매우 신중한 언행을 보여왔던 김 총장의 스타일로 봤을 때, 이날 김 총장의 발언은 매우 이례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앞서 김 총장은 최근 국민적 관심이 주목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수사와 관련해 자신이 대검 중수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수사했던 최기선 전 인천시장의 대우 돈 3억원 수뢰사건이 무죄로 확정된 것을 거론했다.
김 총장은 "최기선 전 인천시장 뇌물 사건이 무죄가 났는데, 지금도 억울하다"며 "김우중 전 회장도 귀국 후 (검찰) 조사에서 돈을 줬다고 시인하는데 어떻게 증명을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총장은 "단 둘이 있어서 (돈을) 주고받을 때 (증명하는) 어떤 과학적 방법이 있겠나"라며 "검찰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과학수사 방법은 공여자가 진술하는 과정을 녹화해서 보여주는 것뿐인데 이를 (사개추위에서)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어떻게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김 총장이 최근 평검사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왔던 사법개혁추진위원회와 검찰간의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영상녹화물 증거능력 인정여부'를 둘러싼 논란에 일침을 가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천정배 신임 법무장관, '상당히 검찰 많이 변했구나' 생각할 것"
또 김종빈 검찰총장은 전날(29일) 천정배 신임 법무부장관 취임식에 앞서 10여분간 면담한 내용에 대해 "(천 장관이) '변호사나 국회의원을 했지만 공무원으로서 조직에 들어와서 일한 적이 없어 걱정스럽다'고 말해 그동안 변호사나 법사위원으로서 법무·검찰 행정을 잘 아시기에 잘 하실 것이라고 덕담했고 그럴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고 기대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어 김 총장은 "장관이 평소 검찰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와서 부담스런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런 부분은 충분히 현안보고를 받으면 파악이 될 것"이라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바람막이 역할과 엄격한 법집행을 강조했고 현안에 대해 신중히 파악하고 천천히 살피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덧붙여 김 총장은 "그동안 장관이 검찰 개혁에 대해 어떤 점을 관심 뒀는지를 알기 위해 어록을 살펴봤더니 다행스럽게도 (이미 말한 것이) 다 이뤄져 있다"며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나 민간인 참여 검찰인사위원회, 전원 민간인들이 참여하는 감찰위원회, 피의자 변호인 참여 등이 이뤄진 것을 보고 받으면 '상당히 검찰이 많이 변했구나' 생각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