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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가 2일자 칼럼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1천만원 발전기금 기탁 사연을 공개했다.
ⓒ 인터넷한겨레
"노무현 대통령이 가끔 <한겨레>를 고민에 빠뜨린다."

최근 한겨레 발전기금모금 1천만원 쾌척으로 주목을 끌었던 노무현 대통령. 한겨레가 이와 관련, 처음 기금을 내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은 과정부터 <조선일보>의 비판 기사에 이르기까지 '노 대통령과 발전기금' 사연을 공개했다.

대통령 당선자 시절 방문과 발전기금 쾌척

안재승 편집기획부장이 쓴 2일자 칼럼을 통해서다. 한겨레는 노 대통령이 발전기금을 내겠다고 했을 때 '받아야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민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수구세력들이 또 생트집을 잡아 악선전을 해달 게 충분히 예상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겨레 창간 때도 성금을 낸 노 대통령이 자신의 저금을 헐어 발전기금을 내겠다는데 단지 대통령만이라는 이유만으로 거절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고, 다만 이를 기사화하지는 않기로 했다.

발전기금 기탁자 명단을 신문을 실을 때 참여한 많은 국민 가운데 한 분이라는 의미로 노 대통령 이름을 함께 실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기자협회보>(6월 29일자) 기사로 사실이 공개됐고, 다른 언론들이 확인취재를 해와 결국 30일자에 실을 수밖에 없게 됐다.

한겨레는 2년 전에도 '대통령이 한겨레를 고민에 빠뜨린 일'이 있었다. 2003년 1월 9일 대통령 당선자 시절 갑작스런 한겨레신문사 방문 건. 안 부장은 당시 상황을 "말 그대로 '느닷없었다'"고 표현했다. 대통령 당선자가 오전 11시쯤 '오늘 오후 한겨레신문사에 가고 싶은데, 가능하겠느냐'는 전화를 해온 것.

그때 한겨레 임원들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의논했고, '오겠다는 사람을 막는 것도 우스운 일'로 판단, 대통령 당선자에게 걸맞은 예의를 갖춰 맞이했다. 한 임원이 '한겨레 방문하면 다른 신문들이 비난하지 않겠느냐'고 농반진반으로 물었더니 "'기계적 균형'은 형식이고, 이해 안되는 형식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개의치 않는다"고 당시 대통령 당선자는 답했다.

▲ <조선일보> 6월 30일자 1면.
ⓒ 조선PDF
"<조선일보> 덕분에 발전기금모금 홍보됐다"

안 부장은 <조선일보>에 대한 '감사(?)'도 빼놓지 않았다. 조선일보가 30일자 1면에 '노 대통령은 한겨레에 발전기금'과 '정 통일은 김정일에 와인선물'이란 제목의 두 기사를 나란히 배치한 것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보도배경과 관련, "이 신문사는 늘 이런 식으로 신문을 만들어왔고 특히 이번에 '숨은 의도'를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낸 탓에 더는 논할 가치조차 없다"며 "그 의도를 문제삼지 않겠다"고 안 부장은 일축했다.

다만 안 부장은 "덕분에 발전기금모금이 홍보됐다는 사실은 조선일보 쪽에 전해주고 싶다"면서 글을 맺었다.

한편 조선일보는 1일자 사설 '월급을 떼 한겨레 발전기금을 내는 대통령'에서 "대통령이 특정신문의 발전기금을 내놓는 일은 단순한 인정차원의 문제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과 정치적 뜻을 같이 하는 당과 지지자들의 기부금이 뒤를 잇고, 권력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기업들은 광고와 구독신청으로 성의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이유를 들었다.

더불어 "최고권력자의 이같은 사랑을 그 신문사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볼만한 구경거리"라는 힐난도 덧붙였다.

또 조선일보는 "(대통령이) 언론을 대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는 듯하다"면서 "'나와 뜻이 맞고 나를 지지하는 언론'과 '나와 뜻이 다르고 비판하는 언론'을 확실히 구분하고, 전자에게는 각종 지원을, 후자에게는 각종 규제를 서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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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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