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친구에게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너 혹시 요즘 삐삐와 관련된 내용의 글 쓴 적 있니?"
"응, 쓴 적 있는데 갑자기 그건 왜?"
"인터넷에서 우연히 삐삐 기사를 보다가 글 쓴 사람 이름이 너하고 같길래 혹시나 해서…."
"네가 웬일이냐? <오마이뉴스>는 잘 안 본다더니."
'나는 <오마이뉴스>가 아니라 네이버 뉴스에서 그 글을 보았는데…."
오탈자까지 그대로 공급하는 포털의 뉴스 서비스
언제부터인가 가끔 친구에게 이런 내용의 안부전화가 걸려오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뉴스 서비스의 영향력을 실감하게 된다. 비록 몇몇 포털에서는 자체적으로 소량이나마 뉴스를 생산해내고 있다고 하나, 아직까지도 포털사이트의 '뉴스 제공 서비스' 하면 각 언론사에서 생산된 뉴스를 자구 하나 틀리지 않게, 심지어 오탈자마저 고치지 않은 상태로 그대로 제공받아 배치만 하는 데도 불구하고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 수는 나날이 늘어만 가고 있다.
이처럼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는 포털사이트의 '뉴스 서비스'가 네티즌으로부터 인기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포털에서 뉴스를 보는 시각이 뉴스 공급자가 아닌, 철저하게 뉴스 소비자의 편의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포털은 네티즌의 기호 및 의견을 뉴스 배치에 반영하고 이념에 상관없이 취합된 뉴스를 다양하게 구성하며, 기존의 단순화된 신문사 인터넷 사이트 서비스와 차별화된 입체적인 서비스에 집중하면서 이용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다 보니 네티즌들도 한 곳에서 이것 저것 모두 구경할 수 있는 포털의 잡화점식 뉴스 서비스의 편리성 때문에 포털을 많이 이용하게 되었고, 심지어는 아예 포털 뉴스 사이트의 RSS를 통해 실시간으로 각 신문사의 최신뉴스까지 입수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포털의 뉴스 서비스 영향력은 점점 커져만 가는데 반면, 뉴스 공급자인 신문사의 자체 인터넷 사이트 방문 횟수는 점점 줄어들어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포털 사이트로의 뉴스 집중으로 인한 영향력이 커질수록 벌써부터 부정적인 측면이 많이 도출되고 있는 상태이다.
선정성과 상업성에 휘둘리는 포털 사이트 뉴스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선정성과 상업성이다. 특히 대중의 취향에 영합하는 선정적인 연예인 뉴스와 자극적인 타이틀의 기사를 우선 배치하다보니 인터넷 뉴스는 점점 엘로우페이퍼화 되어 가고 있으며 순수한 보도의 목적보다는 상업적인 의도로 작성되는 뉴스들이 점점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렇다보니, 뉴스 콘텐츠 영역도 순수한 뉴스 공급자 및 생산자보다 마케팅 업자에 의해 이리 저리 상업적으로 재단되어 마케팅화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들기 시작했다.
점점 덩치가 커져만 가는 포털사이트를 바라보며 갑자기 떠오른 것은 아니러니하게도 오프라인에서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 유통업체의 바잉파워(Buying Power)였다. 이들의 바잉파워는 실로 막대해서 그들의 세력권 안에서 제조회사나 도매업자들을 좌지우지할 뿐 아니라, 카드 수수료 문제로 카드 회사와도 파워게임을 벌일 만큼 커져 중소 시장이나 소매업자들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
그렇다면 인터넷상에서의 포털사이트의 뉴스 서비스는 과연 오프라인의 대형 유통업체들의 사례 대로 뉴스 공급자에 대해 월등히 우월한 위치를 점유하는 또다른 뉴스 메이커가 될 것인가? 아니면 정작 자기 본연의 업무를 망각한 몸집 불리기로 인해 사라져가는 공룡이 될 것인가?
이 의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답이 나와야 하리라 본다. 포털사이트의 뉴스 서비스가 뉴스메이커가 될는지 사라지는 공룡이 될는지의 여부는 오로지 실질적인 미디어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포털사이트의 뉴스 인식 변화와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맞추는 기존 미디어의 변신에 달려 있다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아날로그형 인간의 디지털분투기53번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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