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화순군의회 조영길 의장의 사퇴서가 6월 30일 박병옥 의원에 의해 제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된 의장 사퇴서 파문이, 사퇴서를 없었던 것으로 하고 군청 홈페이지를 통해 군민들에게 사죄하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지난달 30일 박병옥 의원은 조영길 의장의 의장사퇴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순군의회가 지난해 후반기 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하면서 '의장, 부의장 1년씩 나눠먹기'를 위해 조영길 의장이 각서와 사퇴서를 썼다는 게 사실로 밝혀졌다.
이에 화순군 농민회를 비롯한 화순민중연대가 화순군의회를 방문, 관련 의원들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등 항의 방문하고 민주노동당 화순군위원회에서 관련 의원들의 전격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1년간 화순군민들 사이에는 화순군의회가 지난해 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하면서 의원들간에 의장과 부의장을 1년씩 나눠먹기 하기로 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1년의 임기가 끝나는 2005년 6월 30자로 의장이 사퇴서를 작성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의장직을 둘러싼 의원들의 야합에 화순군 농민회는 지난 6일 군의회를 방문, 관련 의원들의 해명을 요구했다. 박종섭 화순군 농민회장은 “의장직을 놓고 의원들끼리 밀실야합을 벌이고 1년간 군민들을 감쪽같이 속였다는 건 군민들을 우롱한 처사”라며 “군정을 감시해야할 의회가 비리를 일삼으면서 제대로 된 군정 감시를 할 수 있겠냐?”면서 조영길 의장과 박병옥 의원은 물론 야합에 가담한 의원들의 전원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이선 운영위원장과 문팔갑, 박병옥 의원 등과 의회 관계자들은 의원사무실에서 정확한 내막을 공개하라며 항의 방문한 농민회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농민회원들에게 해명하는 과정에서 의원들은 각서가 존재하고 각서의 내용을 쓴 사람과 서명자가 다르다는 것과 조영길 의장의 사퇴서가 지난해 7월에 작성돼 1년간 박병옥 의원이 보관하고 있었던 점을 시인했다.
이선 운영위원장은 사퇴서가 제출될 당시의 상황에 대해 “조영길 의장과 이선운영위원장, 남은기 총무위원장, 문정조, 문팔갑 의원 등 6명과 윤영재 의사과장이 있는 자리에서 박병옥 의원이 봉투를 꺼내며 조영길 의장에게 사퇴서를 접수하고 처리할 것을 요구했고 순식간에 자리가 침묵에 휩싸이고 아무말이 없자 내가 나서서 윤영재 과장에게 일단 보관하고 있으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또 사퇴서가 작성되게 된 경위에 대해 “후반기 원구성을 앞두고 당시 군의원들은 열린우리당과 무소속으로 두파로 나눠져 있었으며 조영길 의장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원구성 실패를 우려해 서로 의장을 하겠다는 조영길 의원과 박병옥 의원에게 합의할 것을 요구했다. 두 의원이 따로 자리를 가진 후 박병옥 의원이 ‘둘이 원만히 합의했으니 조영길 의원을 도와주라’고 말했으며 이 과정에서 1년씩 의장직을 하기로 했다는 건 사퇴서가 제출될 때까지 몰랐었다”고 해명했다.
제출된 사퇴서의 처리여부에 대해선 윤영재 의회사무과장이 나서서 “사퇴서는 본인이 작성해 본인이 직접 제출해야 처리할 수 있는데 이번의 경우 이선 위원장이 보관하고 있으라고 말했을 뿐 정식으로 의회에 제출된 공식문서가 아니고 사적인 문서기 때문에 사퇴처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출된 사퇴서가 지난해 7월 5일 각서와 함께 작성돼 1년 후인 2005년 6월 30일자로 서명이 된 상태에서 1년 전 작성된 사퇴서를 조영길 의장이 아닌 박병옥 의원이 1년간 보관해온 이유에 대해선 박병옥 의원이 답변했다.
박병옥 의원은 “조영길 의장이 그 당시 일년 후에는 일신상의 이유로 임기를 수행할 수 없다며 미리 사퇴서를 써 놓은 것이고 내가 제일 미더웠던지 조영길 의장이 내게 사퇴서를 보관하게 했다”고 해명했다.
화순군 농민회는 이번 정례회기 동안 화순군의회가 사건의 내막을 밝히고 군민들에게 공개 사과하며 조영길 의장의 사퇴서를 공개함은 물론, 군의회 쇄신을 위해 의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또 군민들에게 공식사과하지 않을 경우, 의원 전원사퇴를 요구하겠다고 밝히고 농민회의 요구는 의원간담회를 통해 논의하겠다는 이선 운영위원장의 답변을 듣고 돌아갔다.
또 지난 7일, 민주노동당 화순군 위원회는 의장사퇴서 제출과 관련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번 사건과 관련된 의원들의 전격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화순군의회가 화순군민과 민주주의적 절차를 우롱하는 비민주적이고 비상식적인 밀실야합 처사를 일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엄연히 법과 민주주의적 질서와 체계가 있고 기초의회 의장직 임기가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타협과 밀실야합 등을 통해 기본적인 상식은 물론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한 화순군의원들의 의원으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럽다며 사건의 전말을 군민에게 공개하고 공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화순군 농민회와 5·18동지회, 민주노동당 등 화순민중연대는 오늘(8일) 오전 10시 “주민대표와 군정감시 자격없는 화순군의회 의원들의 등원을 반대한다”며 의회 정문을 가로 막았다. 그러나 의원들이 후문을 통해 본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예정대로 회의가 열리자 “비민주적인 밀실야합을 벌이는 화순군 의회는 해체하고 자격없는 군의원들은 사퇴하라”며 회의진행을 막았다.
화순민중연대는 조영길 의장에게 사퇴서를 써 놓고 의장직을 계속하고 있으면서 군정을 감시하고 주민을 대표할 자격이 있냐고 항의했으며 이 과정에서 회의를 진행하려는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화순민중연대는 화순군의회가 군민을 대표한다면서 군민들을 우롱하고 있다며 동네 반상회만도 못한 의회라고 비난했다.
화순군의회는 본회의를 마친 후 4층 총무위원실에서 1시간여동안 의원간담회를 갖고 의장사퇴서 제출과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간담회에 앞서 정광수 의원은 “일련의 사건에 대해 내용을 몰라 황당하지만 이번 사건은 당시 8명의 의원들로 인해 일어난 사건이므로 그들이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문팔갑 의원은 “이 문제를 8명에게 미루기 전에 책임져야할 문제라면 책임을 지겠다며 간담회에서 그 과정을 논의하자”고 말했다.
오늘 오전 11시 40분경 운영위원장실에서 이선 운영위원장은 민중연대 등에 간담회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이선 운영위원장은 “이번 일은 후반기 원구성을 하면서 의장직을 둘러싸고 조영길 의장과 박병옥 의원간에 일어난 일로 화순군의회는 의장사퇴서에 대해 다시는 거론하지 않고 없었던 일로 하기로 했으며 군청과 군의회 홈페이지를 통해 내일(9일)까지 군민들에게 공개사죄토록 하는 것으로 이번 사태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조영길 의장의 사퇴서를 거론 않겠다는 것은 의장이 사퇴하지 않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의장 사퇴문제에 대해선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조영길 의장이 참석한 의원들에게 군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군의회가 적극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결국 이번 의장 사퇴서 제출로 인한 일련의 사태는 당사자인 조영길 의장과 박병옥 의원은 포함해 가담했던 8명의 의원들을 위해 화순군의회의 이름으로 군 홈페이지에 사죄문을 발표하는 것으로 끝을 맺게 됐다. 이선 운영위원장은 조영길 의장이 사퇴하고 조영길 의장과 박병옥 의원을 제외하고 다시 원구성을 하라는 민중연대의 요구는 다시 의원간담회를 열고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위원장은 조영길 의장과 박병옥 의원을 비롯한 관련의원들은 사퇴하라는 요구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항의하면서 흥분해서 하는 소리나 군민들이 하는 이야기,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한 의견은 공식적인 여론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조영길 의장의 사퇴서 제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순 군민들은 "각서 등을 작성할때 참여했던 8명의 의원들의 공개 사과는 물론 의회를 파행으로 몰고간 데 대한 책임을 물으며 관련 의원들의 전격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기사가 실린 사이트 게시판에는 군의회가 군민들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군민들이 군의회와 의원들을 걱정해야 하는 한심한 상황에서 화순을 떠나고 싶다(봉달종), 군민의 조그만 자존심을 인정하다면 관련의원 8명 전원 당장 사퇴하라는 등 댓글을 통한 군민들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문모(화순읍, 37)씨는 "이유야 어찌 됐든 한 번 물러나기로 약속했으면 정치인으로서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의장직을 나눠먹기 하겠다는 발상도 한심하지만 자기들끼리 한 약속도 제대로 못 지키고 자리 싸움이나 하는 의원들이 군정은 제대로 감시하겠냐?"며 화순 군민이라는 사실이 창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의장직과 함께 나눠먹기 의혹이 제기되던 부의장직은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양동복 부의장이 선거와 관련 고법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510만원을 선고 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것이 기각되면서 의원직을 상실해 새로 선출되면서 이번 파문에서 제외됐다.
화순군의회는 지난 6월 열린 임시회기때 의원직을 상실한 양동복 부의장의 공석을 메우면서 1년 전 부의장을 나눠 하기로 됐다고 거론된 열린우리당 측의 문정조 의원이 아닌 무소속의 전일만 의원이 반란표에 의해 부의장에 선출되는 의외의 결과를 낳았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화순의 소식을 알리는 디지탈 화순뉴스(http://www.hwasunnews.c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