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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뉴스가이드>는 어제 것의 속편 성격을 띠게 될 것 같다. <한국일보>가 전한 소식 때문에 재론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한국일보>는 정부가 오늘, 북한에 전달한 ‘중대 제안’의 대강을 전격 발표할 것이라면서 그 대강이 ‘한국-경제지원, 미국-안전보장’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의 경제 지원책은 대규모 에너지 지원과 함께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대규모 경제지원을 병행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안전 보장책은 북한이 핵을 동결하면 잠정적으로 다자안전보장을 해주고 핵 폐기가 확인되면 최종적으로 체제안전보장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중대 제안’의 대강을 전하면서 “남북 관계의 질적인 개선과 남북한 경제 통합을 향한 초석이 깔려있다는 점”, 즉 “북핵 해법 차원을 넘어서는 남북 관계의 비약적인 변화를 내포하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의 진단이 과히 그르지 않다는 점은 오늘 새벽 타결된 남북 경제협력추진위 10차 회의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남북 양측은 오는 9월 개성에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를 개설하기로 합의했다. 남북 경협사무소의 일차적 역할은 남북간 교역을 지원하는 데 있지만 역할이 ‘교역 지원’에만 제한될 것 같지는 않다. 남측이 남북 경협사무소를 남북 경제협력을 총괄하는 기구로 발전시키자고 제안한 것은, ‘중대 제안’을 통해 ‘남북 경제 통합’을 이끌어내겠다는 남측 당국의 구상과 맞닿아 있다.

이런 여러 상황을 감안할 때 ‘한국-경제지원, 미국-안전보장’이란 역할분담 방안을 고깝게만 볼 필요는 없다. “큰소리는 혼자 다 치더니 지갑 열어야 하니까 왜 슬쩍 발 빼냐”고 미국을 힐난할 순 있겠지만 안전 보장만이라도 확실히 담보해준다면 우리로선 감수할 수도 있는 ‘썩 그럴듯한 그림’이다.

문제는 “미국이 안전 보장을 담보해준다면”이라는 가정이 현실화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이 점은 어제의 <뉴스가이드>에서 잠깐 짚었기 때문에 중언부언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다만 한가지 눈길을 끄는 대목을 환기하고 넘어갔으면 한다.

<한국일보>의 보도를 보면 미국의 안전 보장책은 ‘-하면’이란 단서를 달고 있다. 북한이 “핵을 동결하면”, 또 “핵을 폐기하면”이란 단서를 달고 안전 보장을 운위하고 있다. 이런 조건부 안전 보장책은 북한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상호성’과 ‘동시성’의 원칙과는 크게 다른 방안이다.

물론 ‘-하면’이란 표현은 미국 정부의 공식 발표 내용이 아니라 <한국일보>가 쓴 표현이다. 따라서 오차가 있을 수 있고, 지금 하는 걱정이 기우로 끝날 수도 있다.

미국 언론이 “미 행정부는 북미간 상호 조치의 순서를 북한의 이익에 맞게끔 어떻게 재조정할 수 있는지 북한으로부터 듣고 싶어 한다”고 보도한 걸 보면 ‘우려’를 ‘희망’으로 바꿔도 될 법하다. 하지만 미국은 이런 말 뒤에 다시 이런 토를 달았다. “북한이 건설적으로 나온다면….” 역시 조건부다.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6자회담 관련 보도에서 길을 찾기 위해서는 미국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주목해야 한다. 그것도 체언이 아니라 용언 말이다.

단어 하나, 표현 하나에 복선을 까는 게 외교다. 작은 틈새에서 진퇴와 줄다리기를 거듭하다가 포옹과 뒷통수치기 가운데 하냐를 선택하는 게 외교다.

제4차 6자회담의 성패를 미리 점칠 수 없다. 미국의 스텝 밟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주일 여의 준비기간, 우리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하지만 미국은 생각이 다른 것 같다. 밀고 당기는 스텝은 최종 단계까지 밟아야 효과가 크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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