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손 크기로 자른 수박을 덥석 베어 먹으면 사르르 녹아내는 단내와 수박 특유의 향이 한여름 삼복찜통더위라도 썩 물러가게 해준다. 그런데 이게 뭐야? 아드득하고 씹히는 수박씨. 수박씨를 씹는 기분, 썩 좋지는 않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맘 편하게 수박을 먹을 수 있다. 씨가 없는 수박이 있기 때문이다.
대개 수박 한 통에는 수박씨가 400~500개 들어 있다. 그러니 일반 수박 한 통을 먹으면 약 500여회 씨뱉는 작업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충남 논산시 부적면 부황리에서 씨없는 수박을 28동이나 재배하는 유영두(50)씨는 "씨없는 수박은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고 한다.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달콤한 수박 한 쪽은 그 어떤 아이스크림보다도 안전하고 영양도 풍부한 완전한 식품이다.
한국에 소개된 씨없는 수박은 1952년 우장춘 박사가 개발한 것이다. 그러나 우장춘 박사가 개발한 씨없는 수박은 씨가 없는 게 아니라 씨앗이 발육하지 않아 제구실을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영양분이 씨앗으로 가기 때문에 당도와 향, 영양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서는 거의 완벽한 씨없는 수박을 대량으로 재배해서 소비자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요즈음 한창 수확 중인 씨없는 수박은 맛과 향, 당도, 영양 등에서 씨가 있는 일반 수박에 비해 뛰어나다. 씨로 가는 영양분이 과육으로 가기 때문이다. 씨없는 수박은 일반수박과 외형에서도 구별이 가능하다. 씨가 있는 일반 수박은 타원형인 데 반해 씨없는 수박은 좀더 동그랗고 전체적으로 줄무늬가 옅다.
씨없는 수박도 결국은 씨 있는 수박에서 나온다. 씨없는 수박의 암꽃머리에 씨가 있는 일반 수박의 수꽃가루를 수정시켜줘야 씨없는 수박이 열린다. 이게 인간의 한계인가 보다. 씨없는 수박 수확 현장을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