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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이기원
벼 포기에 의존해 사는 작은 곤충들이 물에 빠지지 않고 논두렁을 향해 건너가는 걸 돕기라도 하겠다는 듯 논두렁을 향해 길게 다리를 놓았습니다. 은하수에는 오작교가 있고 한적한 시골의 냇물에는 섶다리가 있다면 장마 뒤 논물에는 개구리밥 다리가 있습니다.

논두렁을 타고 내려오던 땅강아지란 녀석이 거꾸로 뒤집혀 떨어져 물 위에 떠 있습니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힘든 삭신 쉬어서 가겠다는 듯 죽은 듯이 떠 있습니다. 저 녀석이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 이기원
“땅강아지야. 너 살았니. 죽었니?”

소금쟁이란 녀석이 물 위에 거꾸로 뒤집혀 떠 있는 땅강아지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죽었으면 찔러보고 쑤셔보아도 후환이 없겠지만, 산 녀석을 찔러보다간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는 소금쟁이는 그냥 지켜볼 도리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지켜봐도 땅강아지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기다리다 지친 내가 막대기를 이용해서 건드려보니 조금 움직입니다. 그래도 몸을 원래 상태로 뒤집지는 못합니다. 물 위에서 땅강아지는 뒤집힌 몸을 바로잡을 능력이 없는 것이지요.

막대기로 슬쩍 뒤집어주니 땅강아지는 재빨리 헤엄쳐서 벼 포기 사이로 사라집니다. 그 서슬에 놀란 소금쟁이도 부리나케 달아납니다.

논두렁 가장자리에는 게아재비란 녀석이 논두렁을 오르려 하고 있습니다. 기왕에 찍을 사진이라면 멋지게 찍어달라고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논두렁 흙보다 약간 진한 색깔이지만 멀리서 보면 흙과 구분하기 힘든 빛깔입니다.

ⓒ 이기원
꽤나 길게 생긴 녀석이지요. 그래도 저 녀석은 물 위의 무법자입니다. 작은 곤충은 물론 물고기까지 긴 앞다리를 이용해 잡아먹습니다. 어릴 때 논물을 보다가 게아재비에 잡힌 새끼 붕어를 본 적도 있습니다.

생김새가 꼭 사마귀 비슷하지요. 생김새만 비슷한 게 아니라 사냥을 하는 방식도 비슷합니다. 사마귀는 다른 이름으로 버마재비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름조차도 비슷합니다.

ⓒ 이기원
게의 아재비가 되는 녀석, 범의 아재비가 되는 녀석이란 뜻인가요? 게보다 무서운 게아재비, 범보다 무서운 버마재비란 뜻입니다. 실제로 게보다 무섭고 범보다 무섭지는 않겠지만 그만큼 사나운 녀석들이란 뜻이겠지요.

논두렁 풀잎 위에는 청개구리가 앉아 있습니다. 장마 지난 뒤에 어미 무덤이 무사한지 걱정이라도 하고 있는 걸까요? 슬쩍 풀잎을 쥐고 흔들어도 도망갈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무딘 녀석인지 겁 없는 녀석인지 분간하기 힘듭니다.

ⓒ 이기원
비 갠 뒤의 들녘에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이 생명체들 또한 우리 들녘을 함께 지키고 가꾸어가는 소중한 이웃들입니다. 비 갠 뒤의 하늘이 유난히 맑고 푸르듯이 논두렁 주변에서 발견한 생명체들 또한 싱그러운 모습 그 자체입니다.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 http://www.giweon.com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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