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사진)은 16일 '내가 아는 한 평범한 그러나 열심히 땀흘리며 사는 분'의 입을 빌어 "하루하루가 공포영화를 보는 것 같다"며 "대통령이 정부가 오늘은 무슨 말을 할까 해서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고 현 정부를 향해 특유의 독설을 이어 나갔다.
그는 또 다른 지인인 '의사 선생님'의 입을 빌어 "지금 우리 국민이 겪는 공포는 '통제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라며 "'(그 의사 선생님은) 이 공포를 즐겨야 나라가 크게 된다'고 말씀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위협과 도전에 굴복하지 않고 씩씩하게 대처하다 보면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국민이 돼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전 대변인은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희망을 갖는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며 "(노무현 정부 아래에서의) 이 상황을 한편의 공포영화라고 생각하고 꿋꿋하게 버티자"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리고 2년 반이 지난 뒤 강인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영웅의 모습'으로 국민 앞에 평가받고 심판받도록 하자"고 덧붙였다.
다음은 전여옥 대변인이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올린 칼럼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참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여러가지 일이 제게 있었으나 이렇게 꿋꿋이 돌아왔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정치판에 들어와 구경해야 될 것 다 구경하고 겪을 것 대충 '기본'으로 확실하게 겪은 셈입니다.
제 뺨에 상처도 있을 것이고 제 발은 가시덤불에서 피를 흘린 적도 있으나 '소장정'을 마쳤습니다. 이제 2007년 12월 '대장정'을 위해 강인하게 굳세게 결코 흔들리지 않게 나아가렵니다.
저는 믿습니다. 저와 함께 해주시는 수많은 당원 동지 여러분의 그 불타는 눈동자를 - 굳게 쥔 두 손의 악력을 - 그리고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이 엉만진창된 나라를 두고 볼수 없다는 그래서 나를 던지겠다는 그 각오를 저는 믿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년반 동안 '취임 후 어느 분야도 나빠진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어느 분야를 보아도 옛날보다 후퇴하거나 위험을 가중시키 곳은 없다는 점을 감히 자신한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5년, 10년 문제없이 간다고 대통령으로서 책임있게 장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이 말을 믿을 사람은 이 말을 한 노무현 대통령밖에 없을 것입니다. 정말 모든 것이 나빠진 것이 수치로 현실로, 우리 앞의 고통스러운 가난과 반목과 갈등으로 드러나는데 '나빠진 곳은 없다'고 하는 것이니까요.
물론 노무현 대통령도 어느 정도 현실 인식은 있습니다. 그래도 '취임 이후 모든 분야가 좋아졌다'고 '감히' 말하지는 않았으니까요. 본인도 좋아진 분야는 없다는 점은 뚜렷히 인식하고 있나 봅니다.
오늘 아침 어느 신문에서 '미우나 고우나 우리 대통령'이란 글을 읽으면서 이 나라 국민들의 정말 답답하고 박복한 팔자를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언뜻 대통령을 옹호하는 듯한 글 같지만 그 글에는 고부관계를 빗대 어쩔수 없는 운명공동체라는 '팔자소관'으로 돌리며 다독이고 잘한다고 칭찬도 해주면 정신도 차리고 미움도 분노도 풀고 제대로 일도 하겠지 않나 하는 마지막 실낱 같은 희망이 있더군요.
대통령과 유권자인 국민의 관계는 선거 계약에 따른 철저한 고용관계이지 하늘도 신도 갈라놓을 수 없다는 '혈연관계'가 아닙니다.
5년 동안 계약을 맺고 임무를 맡긴 장기계약도 아닌 '단기 계약' 관곕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론이나 내각제구도운운을 보면 '단기계약'을 넘어서서 '장기계약'으로 가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나라당으로서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할 시점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작심하고 연정론을 내놓았고 '이 판국에 무슨 정치놀음이냐'는 여론의 찬물 세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불씨가 혹여 꺼질까해서 계속 군불이라도 좋다며 계속 지피고 있습니다.
이제는 평소 각자 딴소리하던 각 계파도 '한소리'를 하며 노무현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섰습니다. 이것은 열린우리당의 비극이지만 한나라당의 비극, 그리고 이 나라의 비극이기도 합니다.
제가 아는 한 평범한 그러나 열심히 땀흘리며 사는 분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하루하루가 공포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요. '대통령이 정부가 오늘은 무슨 말을 할까해서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정말이지 저 역시 같은 생각을 합니다. 온갖 게이트, GP총기 난사사건, 앉아서 바보되는 느낌이 드는 부동산 폭등, 전체적인 윤곽도 제대로 알 수 없는 대북지원, 국민을 둘러리세우고 개인비리로 수감된 정치인을 뭐나 큰 약점 잡힌 것처럼 빼주는 국회 동의도 피하는 대사면?
그뿐 입니까? 전깃값을 못내 촛불켜고 공부하다 숨진 여중생, 줄을 잇는 생계형 동반자살? 하루하루가 고통스럽고 가위에 눌린 악몽의 연속인듯 합니다.
그런데 제가 아는 한 의사 선생님은 '이 공포를 즐겨야 나라가 크게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지금 우리 국민이 겪는 공포는 '통제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겁니다.
정말 이렇게 나가면 내 삶의 기반도 무너지는 것 아닌가 - 내 남편 회사가 어렵다는데 그럼 실직하면? 두 달도 안돼 계속 주인이 바뀌는 텅빈 칼국수집을 보는 공포 - '어찌될지 모른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에게 있는 거지요.
매우 낙천적인 그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대통령이 하는 말이나 이 정부의 일하는 모습은 일상적인 틀에서 크게 벗어나 있습니다. 당연히 국민은 불안하고 두렵습니다. 그런데 바로 우리 국민이 이런 위협과 도전에 굴복하지 않고 씩씩하게 대처하다 보면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국민이 돼있을 겁니다.
사실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뛰어난 인물들은, 영웅들은 다 이런 기막힌 공포 상황에서 강인하게 대처하면서 더 이상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되고 어느덧 강인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위로 삼아 들을 수 있는 말이라 해도 그럴 듯 했습니다.
공포영화라는 것이 그렇답니다. 엄첨 무서운 공포영화를 보고 부들부들 떨면 그러나 한편 때리고 나면 그 뒤 심리 변화는 일종의 이완상태가 된다고 합니다. 느껴보셨죠? 안도감, 격한 운동을 한뒤 느끼는 쾌감, 편안함 등등요. 즉 자신의 통제력을 모조리 잃어버릴 것 같은 극한상황까지 갔다가 다시 이완시키는 카타르시스가 공포 영화나 스릴러 소설을 보는 이유지요.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희망을 갖는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 상황을 한편의 공포영화라고 생각하고 꿋꿋하게 버팁시다. 그리고 2년 반이 지난 뒤 강인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영웅의 모습'으로 국민 앞에 평가받고 심판받도록 합시다.
한나라당 동지 여러분, 사랑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이 무더위에 공포영화 한편 함께 보며 우리 더욱더 강인해 집시다.
2005년 7월 16일
전여옥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