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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토록 완벽한 피라미드 형상을 보았는가!
ⓒ 한석종
우리 모두 익히 알고 있듯이 고대 이집트 왕들의 무덤인 피라미드는 대한민국에 없다.

그렇다면 왜 본 기자는 삼인산을 일컬어 얼토당토않게 독자들을 현혹시키거나 더 나아가 우롱하는 듯한 <세계 최대의 피라미드, 대한민국에 있다> (2005. 7. 12) 라는 제목의 기사를 쓰게 되었는가?

어느 독자는 댓글을 통해서 우리나라 산 중에 피라미드를 닮지 않은 산이 어디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옳은 지적이다. 우리나라 산은 대부분 정도 차이는 있지만 삼각형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 서설에 휩싸인 삼인산 정상
ⓒ 한석종
하지만 전라남도 담양군 수북면에 소재하고 있는 삼인산 앞에 서보라! 금방 심상치 않음을 깨달을 수 있으리니. 눈 깜짝 할 사이에 고대 이집트의 거대한 피라미드를 옮겨온 듯한 착각 속에 하염없이 빠져들 것이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삼인산(570m)은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와 매우 흡사한 형상을 하고 있다. 아니, 그것보다 족히 서너배 남짓은 더 돼 보이는 세계 최대의 피라미드가 온통 시야를 가로막고 서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의 오묘함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

특히, 해질 무렵 동쪽(담양읍내)에서 삼인산의 옆모습을 바라보노라면 독자 여러분이 먼저 "세계 최대의 피라미드, 대한민국에 있네!"하고 큰 소리로 외칠지도 모른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개국을 앞두고 삼일기도를 하던 중 꿈속에 나타난 산이 바로 이곳 삼인산과 흡사하다 하여 몽성산(夢聖山/꿈속에서 나타난 신기 서린 산)이라고 불렸다. 최초로 조선창업을 하늘에 알리는 제사를 이곳에서 올렸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예로부터 이곳 사람들은 삼인산을 신기 서린 영산으로 섬겨왔으며 지금도 마을 사람들은 정월 초하루면 삼인산 정상에 천제단을 마련하고 정성스레 제를 올린다고 한다.

이 기사를 쓰기 전(7월 18일)에 다시 한번 삼인산에 올랐다. 삼인산의 품 속은 밖에서 보이는 급경사의 피라미드 형태와는 사뭇 다르다. 사람을 포근히 감싸는 듯하다.

삼인산 정상에 서면 그 아래 너른 평야에 대숲에 둘러쌓여 섬처럼 떠있는 담양벌안의 오밀조밀한 마을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마치 어머니 품안에 잠든 아이처럼 한결같이 그지없이 포근하고 정겹운 모습들이다.

▲ 해질무렵 더욱더 선명히 드러나는 피라미드의 군상
ⓒ 한석종

몽성산(삼인산의 별칭)의 유래

"시랑, 삼칠일이 다 되었는데도 아무런 영험이 없으니 필시 과인의 덕이 부족한가 보오."

성군이 되기 위해 명산대찰을 찾아 간절히 기도하는 이태조의 모습에 시랑은 참으로 감격했다. 창업 이전의 그 용맹 속에 저토록 부드러운 자애가 어디에 숨어있었을까?

"마마, 옛부터 이곳 무등산에는 백팔 나한이 있고 대소암자가 있어 수많은 산신들이 나한에게 공양을 올렸다 하옵니다. 들리는 바로는 오랜 옛날 석가여래 부처님께서 이곳에서 설법을 하셨고, 그 후 제불보살이 설법을 한다 하옵니다. 다시 삼일 기도를 올리심이 어떠하올지요?"

"무학 대사의 말에 의하면 무등이 보살이라더니, 이 무등산에 부처님의 사자좌가 있단 말인가! 사랑, 그대는 과연 생각이 깊소. 과인은 산신제를 그만둘까 했는데, 곧 삼일 기도를 준비토록 하시오."

이 태조는 삼일기도 중 깜박 잠이 들었는데 몽롱한 미열 속에 구름을 탄 기분으로 그는 무등산 산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밝은 빛이 사방에서 산정을 비추는데 태조는 그 빛에 이끌리듯 다가갔다. 이윽고 산정에 이르자 한 신령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태조대왕, 먼 길 오시느라 수고가 많았소."
"과인이 이곳에 온 것을 어찌 알았습니까?"
"오늘이 무등산에서 열리는 우란분재법회 마지막 날입니다. 대왕께서 삼칠일 기도를 올리는 동안 인근 보살과 나한 신령들이 모두 여기 참석하느라 대왕의 기도처엔 가질 못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대왕이 비명을 질러 석가 부처님께서 지신을 보내 연유를 알아오도록 했지요. 지신이 대왕 처소로 가던 중 정몽주 등 고려 충신을 만나 사연을 듣고 왔습니다."

"정몽주가?"
"그렇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대왕의 부덕함을 뉘우치는 겸손을 매우 기뻐하시며 맞아오도록 했습니다. 해서 제가 기다리고 있었지요."
"오, 석가 부처님께서요!" 태조는 감격어린 목소리로 외쳤다.

두 사람이 법회 장소에 이르자 석가 세존은 가부좌를 하고 설법 중이었다.
"대왕이시여, 어서 오십시오."부처님은 태조대왕을 손짓해 부르며 맞았다.

"대왕이시여, 나의 주장자가 가리키는 곳을 보시오."
주장자는 검푸른 밤하늘을 가리켰다. 순간 주장자 끝에서 물이 넘쳐 흘러 강을 이루고 강가에서 산봉우리가 치솟아 올랐다. 산은 세 갈래로 갈라져 흡사 솥발처럼 솟았다. 복판에는 주장자가 붓 모양으로 변해 하늘에 치솟고 세 개의 산봉우리가 허리에 강을 끼고 둘러섰다.

흐르는 강물소리는 아득한 말소리가 되어 "대왕이시여, 그대의 치세가 만세에 이르고 그 치적을 나는 하늘에 적으리라"고 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주위를 살핀 태조는 놀랐다. 침상가에서 시랑이 조심스럽게 태조를 지켜보고 있었다. 한동안 꿈속 일을 생각하던 태조는 시랑을 불러 꿈 이야기를 했다.

"마마, 필시 기도의 영험인가 하옵니다."
"옳소. 어서 과인이 꿈에 본 산을 찾도록 하시오."
마침내 사람을 놓아 담양군 수북면 삼인산이 꿈속의 산과 흡사함을 발견했다.

삼일 기도가 끝난 일행은 곧 그 산으로 갔다.
"오! 과인이 꿈에 본 산과 흡사하구나. 앞으로는 이 산을 몽불산이라 부르도록 하라. 그리고 해마다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기도처로 삼으라."그 후 오랫동안 나라에서 올리는 산신제가 이곳에서 열렸다.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아들 낳기를 바라는 여인들의 기도처가 되고 있다. 산 이름은 몽선산으로 바뀌었다.

이 글은 필자가 여러 자료를 재구성해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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