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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는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 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용자 쪽이 불성실 교섭을 계속할 경우 예정대로 20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 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용자 쪽이 불성실 교섭을 계속할 경우 예정대로 20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 진용석
조종사 노조의 파업으로 항공 불편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보건의료노조와 금속노조가 20일부터 줄파업을 예고하면서 노동계의 여름철 투쟁이 본격 점화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도 20일 김대환 노동부 장관 퇴진을 촉구하는 장외집회를 개최하여 투쟁열기를 전국으로 확산시킨다는 방침이어서 노정간 대충돌이 가시화되고 있다.

보건의료산업 노사는 16~18일 사이 마라톤협상을 벌여 파업 전 타결을 시도했으나 쟁점에 대한 이견차가 워낙 커 합의점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노사 양쪽은 19일 오후 다시 만나 밤샘교섭을 통해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입장이지만 타결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

노조는 ▲사용자단체 구성 ▲병원 영리법인화 반대 ▲단계적 무상의료 실시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도입 제한 ▲인력 충원을 통한 온전한 주5일제(토 일요일 연속해서 휴무) 전면 시행 ▲임금 9.89% 인상 ▲최저임금 월 82만5509원 확보 등을 포함하는 산별 5대 협약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용자 쪽은 ▲사용자단체 구성 유보 ▲노조 전임자 30% 감축 ▲다인병상 50% 이상 운영 ▲비정규직 정규직화 노력 ▲토요 외래진료를 축소하는 주 40시간-주5일제 실시 ▲정규직 임금 동결 ▲최저임금 월 68만 2401원(2004년 보건의료산업 월 평균급여의 43%) 등으로 맞서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안이 22일께 나올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보건의료노조는 19일 오전 9시30분 서울 영등포 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병원 사용자 쪽이 끝까지 자율교섭을 통한 타결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직권중재안에 관계없이 20일 오전 7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윤영규 위원장은 파업 전술과 관련 "지역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1단계 파업투쟁을 전개한 뒤 22일 이후 중재안이 떨어지면 파업투쟁 범위를 전면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5일 조정신청을 낸 고려대, 전북대, 한양대 등 16개 대학병원의 조정기간이 19일 끝남에 따라 이들 병원을 중심으로 지부별 파업을 벌이다 23일부터 산별 총파업으로 전환한다는 계산이다. 중노위의 직권중재 결정으로 22일까지는 산별 차원의 모든 쟁의행위가 불법으로 간주되기 때문.

보건의료노조 강연배 정책국장이 소송대리인 이상훈 변호사와 함께 중노위의 직권중재 결정 취소를 요구하는 소장을 19일 오전 서울행정법원 종합민원실에 접수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강연배 정책국장이 소송대리인 이상훈 변호사와 함께 중노위의 직권중재 결정 취소를 요구하는 소장을 19일 오전 서울행정법원 종합민원실에 접수하고 있다 ⓒ 진용석
윤 위원장은 "파업에 들어가게 되면 어떠한 경우에도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신생아실 등 특수부서에는 필수인력을 배치하여 환자 불편을 최소화 하고 응급대기반을 편성하여 응급상황에 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중노위의 직권중재 회부 결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직권중재 결정 취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해 재판 결과가 주목된다. 노조는 또 "직권중재 결정으로 단체행동권과 교섭권 등 사회권을 침해받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한편 금속산업 노사도 15~18일 중앙교섭과 축조교섭을 번갈아 하며 막판 타결에 나섰으나 합의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노사는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노조활동 및 고용 보장 등의 쟁점에 대해서는 의견을 접근시켰으나 마지막 쟁점인 해외 공장에서 생산된 물품을 국내로 들여오는(바이백) 문제를 놓고 서로 입장이 엇갈렸다.

노조는 해외공장 제품을 국내로 들여올 경우 그 계획을 사전에 노조와 협의하고 조합원의 고용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사용자 쪽은 국내공장 제품과 동일한 해외공장 제품에 한해서만 고용을 보장하겠다며 노조와 대립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19일 오후 3시부터 열리는 18차 중앙교섭에서도 끝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20~22일 조합원 2만여명이 참가하는 4시간짜리 시한부 총파업을 벌여 사용자 쪽을 압박할 계획이다. 하지만 각 쟁점에 대한 노사 양쪽의 견해차가 상당 부분 좁혀진 상태라 막판 타결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모든 정부 위원회의 위원직을 일괄 사퇴하고 노동위원회의 해체투쟁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20일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에서 김대환 노동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전국단위노조대표자 결의대회를 공동으로 열고 향후 노정 관계를 공세적으로 가져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히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노동계의 잇따른 파업과 집회·시위에서 노동부 장관의 퇴진 등 정치적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것과 관련 "불법 파업과 집회에 대해서는 엄중 처리한다"는 뜻을 거듭 밝혀 노정간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박종선 노동부 노사조정과장은 보건의료노조의 파업 선언과 관련 "현재의 산별노조는 이중 쟁의 등 바람직하지 않는 쪽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고 지적하고 "지부가 산별노조와 별도로 쟁의조정 절차를 밟는 것은 파업 목적에 정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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