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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 전 김경호(34·충남 아산시 배방면 공수리)씨와 부인 우귀자(32)씨는 셋째 딸을 봤다. 예진(5)이와 예림(4)이는 동생이 생겼다는 기쁨에 들떠 입가에 미소가 그치질 않았다.

넉넉하지 못한 살림이지만 세 딸의 부모가 된 김씨 부부도 예은이를 예쁘고 건강하게 키우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했다. 없는 살림에 식구가 한 명이 더 늘었으니 그만큼 부모로서의 책임감도 늘어났다. 앞으로 더욱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다짐을 수십 번 되뇌이며 지내기 시작한 지 3일. 김씨 부부는 벼락을 맞는, 아니 그보다 더한 충격을 받았다.

며칠이 지나도 눈을 뜨지 않는 것이 이상해 예은이의 눈을 확인하려 뒤집어 본 순간 기겁을 하고 말았다. 마치 우유가 눈 안에 가득 찬 것처럼 하얀 막이 예은이의 눈동자를 온통 덮고 있는 것이 아닌가.

서둘러 병원을 찾았다. 의사로부터 전해들은 병명은 '양안각막혼탁증'. 앞을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하늘이 온통 무너져내리더라고요. 아내에게 힘을 주기 위해 용기를 내봤지만 허사였어요. 나도 모르는 순간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김씨는 부인을 부둥켜안고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각막 이식수술밖에 방법이 없다더군요. 그러나 어려운 형편에 그 많은 수술비를 마련하는 것도 자신이 없었어요. 자란 후에 할 경우에는 이식수술로도 시력회복이 불가능할 수 있어 빨리 해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이 사슬이 되어 가슴 속을 옥죄어 오더라고요. 어린 것이 무슨 죄가 있다고, 차라리 내가 앞을 못 보는 게 낫죠."

태어나면서부터 세상도 못보고 평생을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할 예은이를 생각하니 그 어떤 죄보다 큰 죄를 지은 것 같아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는 김씨.

"지난 8일이었어요. 강남 성모병원으로부터 각막을 구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수술비만 300여만원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거기에 통원치료비, 서울까지 갔다왔다하는 교통비 등까지 계산하면…."

음료회사 생산직 근로자로 근무하는 김씨의 박봉으로는 엄두를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두 딸의 양육비용을 비롯해 8만원의 월세 등 생활비 조달도 버거운 상황에서 거액의 수술비를 구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게다가 생활고로 인한 부채도 계속 늘어만 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이런 김씨의 사연이 전해지자 주위에서 격려와 함께 도움의 손길이 전해져 수술을 할 수 있었다.

"지난 12일 수술을 마쳤습니다. 다행히 수술도 잘 됐다고 하고요. 부작용만 없으면 앞을 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운이 좋아 1년에 한 번 구할까 말까한 어린 아이의 각막을 구해 경과가 더 좋대요. 이식한 각막이 자리잡는 데 3개월 정도 걸린다고 하니까 그때쯤이면 앞을 볼 수 있을 거예요."

김씨의 딱한 사정을 돕느라 병원은 수술비를 후불로 해줬다. 여기에 이 소식을 접한 대전방송(TJB)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전하는가 하면, 이런 예은이의 딱한 사정을 방송할 예정이어서 도움의 손길이 더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예은이는 수술경과가 좋아 지난 15일(금) 퇴원했다. 앞으로 통원치료를 받게 된다. 1주일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진달을 받아야 하며, 두 달 후쯤이면 수술 실밥을 뽑을 예정이다. 김씨는 수술이 잘 된 것에 대한 기쁨만 느낄 수 없는 처지다. 후불로 해 준 수술비도 구해야 하고, 향후 적지 않게 들어갈 치료비 등도 짐이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힘을 내겠다고.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저 감사하다는 말밖에는 생각이 나질 않네요. 힘내서 열심히 사는 것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김씨는 최대한 노력해 나머지 한 쪽도 빨리 이식수술을 시켜 예은이가 여느 아이들처럼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며 눈가의 물기를 훔친다.

덧붙이는 글 | <도움 주실 분 041-549-1360>

충남시사신문 7월19일자 게재(박성규 기자는 아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신문 및 인터넷언론, 방송기자들의 연대모임인 '아산지역언론인연대(아지연)' 사무국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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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톱뉴스>에서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뉴스를 다루는 분야는 정치, 행정, 사회, 문화 등이다. 이외에도 필요에 따라 다른 분야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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