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한상희 건국대 교수)가 20일 <사법감시> 제25호 '대법원장과 대법원을 돌아본다 - 대법원장의 권한과 대법원 개혁의 이유를 보여준 판결'을 통해 오는 9월 임기가 끝나는 최종영 대법원장의 재임 기간 중에 선고된 판결을 분석,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참여연대는 최 대법원장이 취임한 지난 1999년 9월부터 최근까지 6년 동안 대법원에서 선고된 판결 중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사회적 약자 보호 등의 관점에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대표적인 판결 7가지를 선정했다.
다음은 참여연대가 선정한 '대법원 개혁의 이유를 보여준 판결' 7가지.
① 투표절차를 밟지 않은 것만으로도 단체행동은 불법행위이며 형법의 업무방해죄 적용대상이라고 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 노동자들에게는 더 없이 가혹한 판결.
② '서울시장이 판공비를 지출한 상대방이 누군지 공개해서는 안된다'고 한 대법원 제3부 판결 : 공익적 차원의 국민의 알권리를 지나치게 제한.
③ 국가보안법 철폐주장을 담은 현수막이 청소년 선도에 해로운 옥외광고물이라 한 대법원 제1부 판결 : 의사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
④ 보안관찰 통계자료를 북한의 대남공작에 이용될 국가기밀로 보아 정보공개대상에서 제외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⑤ 소송제기 시한 이후에 추가한 전환사채 발행무효사유는 재판검토대상이 아니라 하여 삼성그룹 이재용씨를 보호한 대법원 제3부 판결.
⑥ 국회의 국가보안법 개폐논의를 중단하라는 취지의 대법원 제1부 판결 : 판결의 외피를 쓴 대법관들의 정치적 선언.
⑦ 국회의원 선거후보자 홈페이지에 후보자 비판글 쓰는 것조차 선거법 위반이라고 한 대법원 제1부 판결 : 정치의사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
참여연대는 이와 같은 점을 지적하면서 새 대법원장의 자격 요건에 대해 "다양하고 다층적인 시대적 가치를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미래에 대비하는 진취적 인물, 무엇보다 주체할 수 없이 과중한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스스로 포기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좋은 의지를 가진 인물이라 하더라도 법원 내부의 피라미드 구조에서 형성된 인간관계의 부담 때문에 신념을 충분히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진취적이고 기존의 권한에 연연하지 않을 대법원장은 법원 안에서보다는 밖에서 찾는 것이 더 쉬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참여연대는 대법원장 인사 이후 이어질 대법관 선임 문제와 관련해 "대법원이 국민의 인권보호와 사회약자 보호 등에 소홀한 판결들을 계속 선고하는 문제는 법관인사제도에서부터 시작된다"며 "대법관을 관련 법관의 마지막 승진경쟁에서 이긴 사람을 위해 마련해 둔다면 다양성을 통한 정책법원은 점점 멀어진다는 점 등을 이번 대법원장과 대법관 선임에 있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1만5000여명에 달하는 법관 및 법원공무원 인사관련 전권 쥔 대법원장
이외에도 참여연대는 대법원장이 가지고 있는 법적 지위와 권한에 대해서도 조사, 발표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대법원장은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 중앙선거관리위원 9명 중 3명, 국가인권위원 11명 중 3명을 지명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또 부패방지위원 9명 중 3명, 공적자금관리위원 5명 중 1명을 추천할 권한을 갖고 있다.
또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13명의 대법관 제청권과 정원 2074명의 법관, 300명의 예비판사, 1만여명의 법원공무원에 대한 임명, 보직부여, 근무평가 및 징계에 대한 권한 및 정원 2000명의 사법연수원생 임명권과 사법부내 각종 인사관련 위원회의 위원 구성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장과 사법연수원장, 사법연수원 교수를 임명할 권한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법원장은 대법원 구성원으로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사건의 재판장을 맡으며, 대법관회의의 의장직을 맡으면서 표결 시 찬반숫자가 동일할 경우 최종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다가오는 9월 대법원장 교체와 그에 이은 다수의 대법관 교체에 즈음해 국민들이 대법원장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며 "뿐만 아니라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수직구조화된 사법부를 개혁하기 위한 논의의 단초를 제공하고 대법원이 과연 인권의 보루이자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