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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보유현황 통계가 왜곡이라고 보도한 <조선>의 20일자 기사.
토지 보유현황 통계가 왜곡이라고 보도한 <조선>의 20일자 기사.
'정부, 땅부자 통계왜곡 왜?'

<조선일보> 20일자 1면에 실린 머릿기사의 제목이다. 시종일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전방위적인 비판을 가해오던 <조선일보>가 지난 15일 발표된 행자부의 토지소유 통계가 왜곡되었다며 신문지면 가운데 가장 중요한 면을 할애한 것이다.

공연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염려가 있으므로 <조선일보>기사 중 일부를 직접 인용하기로 하자!

정부가 부동산 관련 통계를 발표하면서 정부 입맛에 맞춰 부풀리거나 조사대상·기준을 자의적으로 설정, 실상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15일 행정자치부는 "상위 1%가 전체 사유지의 51.5%, 상위 5%가 82.7%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며 "땅을 1평이라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전체의 28.7%(1397만명)"라고 발표했다.

이 자료에서 행자부는 대부분 토지가 가구주 명의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토지 소유자를 전체 가구수 대신 전체 인구로 나눠 계산했다. 인구수로 나누면 젖먹이를 포함한 1318만명의 미성년자가 모두 통계에 포함되기 때문에 토지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의 비율이 급격히 늘어난다.

만약 전체 인구 대신 전체 가구수(6월 말 기준·1765만5000가구)를 이용해 토지소유율을 계산하면 현재 1평 이상 땅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28.7%가 아니라 79.1%로 올라간다. 또 82.7%의 사유지는 상위 5%가 아니라 이보다 3배 많은 14%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현실의 토지 집중 정도가 적어도 정부 발표보다는 덜하다는 얘기다. 과거 딱 한 차례 발표됐던 지난 1989년 정부의 토지소유율 보고서(토지공개념연구위원회 작성)에서도 인구수 아닌 가구수 통계를 이용해 토지소유율을 계산했었다."


위의 <조선일보> 기사를 알기 쉽게 요약하면, 대부분의 토지가 가구주 명의로 되어 있는 현실을 감안하건대 토지 소유자를 전체 가구수로 나누어 계산하는 것이 타당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를 전체 인구로 나누어 계산하여 국민들이 오해할 수밖에 없는 통계를 발표했다, 정도가 될 듯싶다.

기실 <조선일보>는, 정부가 땅부자들에게 불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서 통계조차 왜곡하고 있으니 양식 있는 독자들은 정부의 질 낮은 선동에 부화뇌동하지 말라고 목청 높여 외치고 있는 것이다.

좋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 토지소유자를 전체 가구수로 나눈 최근의 결과가 89년 '토지공개념연구위원회'에서 발표한 토지소유율과 별 다른 차이가 없다고 인정해 주자. 그렇다고 해서 '토지소유의 극심한 편중'이라는 본질이 추호라도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89년 '토지공개념연구위원회'에서 발표한 토지소유율에 따르면 상위 2.8%의 가구가 51.5%, 상위 5%의 가구가 65.2%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위의 통계는 땅을 한 평도 갖지 못한 가구를 제외한 통계였으므로, 이들을 포함했을 경우 실제로는 상위 1.3%의 가구가 65.2%의 땅을, 상위 3.9%가 87.7%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고 한다.

즉, <조선일보>의 주장이 사실에 가깝고, 정부가 실수(?)(물론 <조선일보>는 이를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한 것이 맞다고 하더라도, '토지소유의 극심한 집중'이라는 본질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이다. 또한 토지소유자를 인구수가 아니라 가구수로 나누는 것이 옳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내장되어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주위에서 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땅부자들은 자신들의 직계존비속 및 배우자 명의로 막대한 규모(면적과 가격, 양 측면에서)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즉, 진정한 의미의 땅부자들은 가구주뿐 아니라 가구원들조차 엄청난 규모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실정을 감안하건대, 토지 대부분이 가구주 명의로 되어 있음으로 토지보유자를 전체 가구수로 나누는 방식이 옳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현실에 대한 무지의 소산이거나 땅부자들을 위한 배려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해도 그리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조선일보>, 늪에 빠지다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정신이 지나치게 왕성(?)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땅부자들의 이익을 수호하려는 의지가 너무 결연했던 탓인지 알 수는 없지만, 20일자 <조선일보> 기사를 꼼꼼히 살피다 보면 <조선일보>가 도처에서 방향을 잃고 좌충우돌하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조선일보> 기사를 좀 더 인용해 보기로 하자!

이에 앞서 국세청은 지난 1일 "2000년 이후 서울 강남권 아파트 취득자의 58.8%가 이미 집 2채 이상을 갖고 있었던 다주택 보유자"라며 강남 아파트값 상승의 원인을 투기적 수요로 돌렸다.

하지만 조사 대상이 된 9개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 아파트나 대치동 선경아파트 등 평소 투기수요가 몰리는 곳들이어서 표본 선정이 편중돼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아파트는 큰 평수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원래 실수요보다 투자 목적 취득이 많은 곳"이라면서 "강남 아닌 다른 지역도 재건축 아파트 취득자 대부분은 다주택 보유자"라고 말했다.

실로 놀랍지 않은가? 위의 기사를 읽다보면 이 기사가 <조선일보>에서 작성한 기사인지 <한겨레>에서 작성한 기사인지 전혀 분간할 수 없을 지경이다.

"재건축 아파트는 큰 평수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원래 실수요보다 투자 목적 취득이 많은 곳", "강남 아닌 다른 지역도 재건축 아파트 취득자 대부분은 다주택 보유자"라는 부동산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현금에 횡행하고 있는 부동산 투기 사태의 본질이 '투기적 가수요'임을 꿰뚫어 보는 <조선일보>의 혜안를 보라! 대한민국 최고를 자랑하는 신문이라는 명성이 허명이 아님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좌가 아니고 무엇이랴.

물론 <조선일보>라고 해서 실수가 없으란 법은 없다. 예컨대 20일자 사설 '통계까지 왜곡하며 불평등 선동하는 정권'중에서 "뿐만 아니라 사유지의 95% 정도는 林野임야와 농경지다. 先山선산이나 대대로 농사짓고 있는 땅이 많다"라는 부분은 그냥 넘어가기에는 큰 실수(?)이다.

민주노동당 소속 손낙구 보좌관이 쓴 '통계로 보는 부동산 투기(2)'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전체 국토는 300억평이 약간 넘는데 그 가운데 중앙과 지방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국공유지는 30%가 채 안 되고 나머지 70%가 넘는 땅은 사유지(민간, 법인소유)로 투기에 노출돼 있다.

국공유지 비율은 싱가포르 81%, 이스라엘 86%, 대만 69%, 미국 50%, 스웨덴 40% 등 외국에 비해서도 낮을 뿐만 아니라, 그마저 대부분 임야와 도로, 학교 등의 공공시설용지로 이용되고 있으며, 공공부문이 주거용, 상업용, 공업용 등의 도시용지 보유비율은 0.1%에 불과한 실정이다.(정회남, 진정수, 2003)


<조선일보>는 위의 사설에서 사유지의 95%가 임야와 농경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손낙구 보좌관이 재인용한 자료(정회남, 진정수, 2003)를 보면 공공부문이 보유하고 있는 주거용, 상업용, 공업용 등의 도시용지 보유비율은 불과 0.1%에 그친다고 한다.

그렇다면 높은 땅값을 자랑하는 주거용, 상업용, 공업용 등의 도시용지는 도대체 누가 소유하고 있는 걸까? 사인(私人)도 아니고 국가와 지자체도 아니면 베일에 싸인 누군가가 소유하고 있다는 말이 될 터인데, 그가 누구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정작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형질 변경이 불가능한 임야와 농지를 누가 소유하고 있느냐가 아니고 값 나가는 도시와 개발예정지역의 노른자위 땅을 누가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이다. 설마 <조선일보>가 이런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닐 터인데, 무슨 의도로 선량한 농부들을 끌어들이는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한편, 한양대 나성린 교수는 "정부가 최근 발표하는 부동산 통계에는 부동산을 옥죄기 위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정부가 통계를 쥐고 구미에 맞고 필요한 것만 제한적으로 발표하지 말고 객관적 검증이 가능하도록 통계의 전모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 교수의 고견(?)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정부는 이제라도 부동산 소유 현황 통계의 전모를 공개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부동산 소유현황과 관련해서 한 해의 편중도뿐 아니라 매년도의 편중도를 공개해 국민들로 하여금 그 추이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고, 개인 사유지뿐 아니라 사유지 중 법인과 기타 단체가 보유하는 토지의 소유 현황도 공개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가구주 및 가구원들의 소유현황도 일목요연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다 토지 불로소득의 크기도 추산해 그 결과를 공개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효과적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에서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대자보와 뉴스앤조이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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