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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구뿐 아니고 우리 동네 사람들이 열대야를 모르고 산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를 것이다. 열대야가 뭔지 모르고 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한밤중에 날씨가 더운지 찬지 쿨쿨 잠이 들었는데 어찌 알 것인가? 이리 더운데 잠이 오느냐고?
우리 동네 어른들한테 물어보면 백이면 백(실은 동네 어른들이래야 열댓 분 남짓이지만) "덥긴 뭐가 덥다고 난리야"하고 반문할 것이다.
우리 동네는 좁은 동네 진입로 외에는 포장된 곳이 없다. 낮에 쏟아지는 뜨거운 태양열을 간직하고 있다가 내뿜을 곳이 없다는 것이다. 논과 밭 그리고 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니 낮엔 덥고 밤엔 시원하다 못해 새벽녘엔 홑이불일망정 덮어야 한다.
몇몇 돈 잘 번 자식들을 둔 노인네들 집 외에는 다 옛날 흙집을 입식으로 고쳐 살고 있으므로 바깥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방 안은 시원하다. 마당에는 우리 집처럼 포도넝쿨이나 담쟁이넝쿨이 수돗가를 뒤덮고 있거나 텃밭에 채소가 가득 자라고 있어 한낮의 복사열이 없다.
모르긴 몰라도 먹는 것도 열대야를 모르고 사는 중요한 이유가 될 것으로 믿는다.
여기 이 밥상은 방금 내가 물린 밥상이다. 방울토마토와 풋고추를 따온 것이다. 요즘 방울토마토는 밭에 일하러 갈 때와 들어올 때가 다르게 부지런히 익어간다. 채반지에 있는 것은 먹다가 반의 반 조각이 남은 파전이다. 양파와 매실장아찌도 보인다. 옥수수 맛은 요즘 꿀맛이다. 묵은 김치는 유산균발효가 끝내주게 된 상태다.
불그레한 흔적만 남아 있는 흰 잔은 작년에 담았던 포도주를 꼭 반 잔을 반주삼아 마신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된장이다. 100% 내 손으로 만든 것이고 다 제철 음식이다. 완전 현미로만 밥을 해먹는 나는 이렇게 깨끗이 비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도시인들의 푸념 소리가 들린다.
"제기랄. 아파트에, 냉장음식에, 아스팔트 위에 사는 우리는 평생 열대야를 업보처럼 짊어지고 살란 말이여 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