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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김동원
당신은 한 어미가 열달 동안 제 속에 품고 배아파 낳은 귀한 자식이었죠. 내가 한 어머니의 아들이듯, 당신도 한 어머니의 딸이었죠. 당신과 내가 만나기 전, 우리는 모두 세상의 귀한 아들딸이었죠.

ⓒ 김동원
그 어미의 품안에서 당신은 고이고이 자랐죠. 당신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소중한 아이였어요.

ⓒ 김동원
어느 날 그 아이가 당신이 되었죠. 당신은 나를 만났구요. 당신은 그때 어미의 품을 벗어나려 했죠. 어미는 때가 되면 아이를 보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나를 본 순간 아이가 낭떠러지 끝에 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얘야, 그건 너무 위험하단다. 너를 보내는 이 어미의 마음이 편치를 않구나."

그러나 아이의 귀에 그 어미의 불안한 목소리는 들리질 않았어요.

ⓒ 김동원
세상은 밑도 안 보일 정도로 아득했어요. 내가 물었죠. "두렵지 않아?" 당신이 말했죠. "두렵지 않아, 네가 옆에 있잖아."

ⓒ 김동원
사실 당신과 내가 손잡고 동시에 세상으로 뛰어내린 것은 아니었어요. 나는 두려웠죠. 슬금슬금 당신을 앞세우고 뒤로 꽁무니를 뺐어요. 그러나 당신은 주저없이 앞으로 나섰죠. 당신은 연약했으므로 더더욱 나는 당신이 놀라웠어요.

ⓒ 김동원
어디 세상이 호락호락 하던가요. 당신이 선 세상은 비탈의 연속이었어요.

ⓒ 김동원
금방이라도 쓸려나갈 듯한 또 다른 추락의 위험이 당신을 엄습하곤 했어요.

ⓒ 김동원
나는 비탈에 설 때마다 당신에게 물었어요. "두렵지 않아?" 당신이 대답했죠. "두렵지 않아, 네가 옆에 있잖아."

ⓒ 김동원
하지만 나는 알고 있어요. 당신의 두려움이 곧 삶의 힘겨움이었고, 그 힘겨움이 곧잘 당신의 눈물이 되었다는 것을. 당신은 그것을 잘 감춰두었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도 알 것은 다 알고 있었어요.

ⓒ 김동원
한때 한 어미의 품안의 자식이었던 당신이 이제는 한 남자의 가슴 속에 자리를 잡았어요. 사랑이란 그런 건가봐요. 그 사람 하나를 세상의 온 이유로 삼아 무모한 용기를 일으키고 그 끝에서 눈물로 버무린 삶을 살면서 그 사람의 가슴 속에 둥지를 트는 건가봐요. 나는 때로 당신이 내 안의 자식 같기도 해요. 하지만 한 어미가 떠나 보내야 했던 그 둥지의 자식은 아니예요. 당신은 내 가슴 속에 계속 머무를 테니까요.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습니다. 블로그 -->김동원의 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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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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