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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교사를 하며 아이를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는 책으로 엮어도 모자랄 판입니다. 아이를 돌봐주는 분들의 이런저런 사정으로 자주 바뀌게 되어 아이와 떨어져 지내기가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 아이를 친정에 맡기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만나러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친정에 갔습니다.
우리 아이는 생각보다 외가에서 잘 지냈고 저도 마음 편히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아들이 엄마와 떨어져 잘 지내게 된 이유는 외가에서 잘 보살펴주기도 했지만, 마음에 맞는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들친구도 엄마와 떨어져 외가에서 지낸다고 했는데 우리 아이와 배짱이 맞는 모양입니다. 서로 눈만 뜨면 찾는다고 친정어머니가 전해 주셨습니다.
마음 붙일 친구가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표현을 일부러 그렇게 하는 건지 정작 속마음은 어떤지 모르지만 주말에 가면 “에이! 에이! 엄마는 뭐 하러 왔어” 하면서 도망을 갑니다. 서운한 마음을 이야기 하니 친정어머니 말씀이 “얘 말도 마라. 말도 안 해줬는데 토요일을 어찌나 잘 아는지 새벽부터 길가에 나가 너희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십니다. 그 말을 들으니 속이 '짠' 했지만 엄마와 떨어져 친구와 잘 지내는 아들 녀석이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그 친구아이는 잘 생기기도 했고 마음도 따뜻해서 둘이 노는 모양을 지켜보면 마음이 놓입니다.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으니 그 또한 다행이었지요. 아들과 친구는 둘 다 다섯 살인데다 체격도 비슷하고 성격까지 닮아 꼭 쌍둥이 같다고 이야기들을 하셨습니다. 남자 아이들이 싸울 법도 하건만 둘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 맛있는 것도 사주고, 옷도 사주고 우리 아들하고 똑같이 대하였습니다. 토요일도 저녁때쯤이면 아빠나 할머니가 데려 가시곤 했는데 그 분들도 좋아 보였습니다. 그 아이 엄마를 한 번 만나보고 싶었지만 가게를 하느라 바쁘다고 해서 서로 얼굴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일 년 반쯤 되었을 어느 토요일. 현관 밖에서 아들 친구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문을 열던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아이 엄마가 저보다 더 놀란 표정으로 보였습니다. 중학교 동창이었습니다. 그런데 서로가 놀란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중학교 때 '논다'는 표현으로 대변 되었던 클럽에 들어 퇴학을 당했던 동창이 분명했습니다. 목에 파스를 붙이고 머리는 내려뜨리고 껄렁껄렁 걷던 그 아이의 예전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지금은 그저 평범한 아이 엄마일 뿐이었습니다.
얼굴이 달아오른 동창은 “잠깐만” 하더니 저를 한쪽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 할지 모르지만 예전의 나를 잊어줬음 좋겠어” 난감한 표정으로 이야기 하는 중에 자식을 생각하는 엄마의 애절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갑작스런 일이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저 고개를 끄덕였을 뿐입니다.
“아줌마! 안녕히 계세요. 내일 또 올게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붙임성 있게 내게 인사하는 아들 친구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일요일에도 곧잘 놀러 오던 그 아이는 놀러 오지 않았습니다. 떨어져 살던 우리아이와 하루에 한번은 전화를 하곤 했는데 그날은 친정어머니에게서 먼저 전화가 왔습니다.
“얘. 큰일 났다.”
“오늘도 친구애가 안 놀러 온다고 울고 불고 밥도 안 먹고 그런다.”
그 집에 한 번 가보시라고 했더니, 안 그래도 가 봤더니 아이가 엄마네 집으로 갔다고 합니다. 도대체 왜 아이를 데려 갔을까? 내 자식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키워보고 싶은 부모의 욕심이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철부지 중학생 시절의 일이 자식에게 부끄럽게 느껴져서 일까?
‘내가 제 자식에게 홀대를 할까 걱정돼서 그런 걸까?’
친구를 찾으며 운다는 아들 녀석 때문에 공연히 화가 납니다.‘어떻게 하란 말이야’출근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마음은 온통 아들에게 가 있습니다. 수소문을 해서 찾아 간 가게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던 동창을 만났습니다.
“그냥 친정에 아들을 두면 안 되겠니?”
“우리 아들이 눈만 뜨면 찾으며 운다고 해서 왔어”
제 말주변이야 원래 없지만 그렇게 밖에 말을 할 수가 없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제 자신이 답답합니다.
“둘째 애가 어려서 마침 돌봐주는 분을 구해서 데리고 온 것뿐이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와 눈도 제대로 맞추지 않으려 하는 모습을 보니, 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가게에 드나드는 손님이 많아 그 날 얘기도 제대로 못 나누고 돌아왔습니다.
아들 녀석에게는 “네 친구가 엄마네 집으로 갔다”고 여러 차례 이야길 했더니 그 후로 더 이상 친구를 찾지 않았습니다. 어린아이라 쉽게 잊은 듯합니다. 다행히 여자친구도 새로 사귀었습니다.
그 후로 동창생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물었더니, 열심히 산다고 하며, 가게도 확장하고 아이들도 잘 키우고 있다고 합니다. 아들 친구가 얼마나 컸는지 보고 싶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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