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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에서 방송된 맥도날드의 새로운 광고가 화제거리로 등장했다. 맥도날드의 마스코트인 빨간코 로날드의 모습이 획기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뚱뚱한 몸매에 배가 불룩 튀어나온 로날드는 그 동안 전 세계에서 맥도날드를 대표하는 마스코트로 확고한 자리를 잡아왔다. 그러던 로날드의 모습이 최근 방송된 광고에서는 날씬하고 활동적인 형태로 변화된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패스트푸드에 대한 사회의 비판적 시각이 높아지면서,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로날드를 변신시킨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기업의 마스코트가 변한 것이 무슨 중요한 일일까마는, 사실 맥도날드의 이 번 변신은 변화하고 있는 패스트푸드점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해 주는 상징적 의미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도시가 산업화되고 사람들의 삶이 날로 바빠지면서 햄버거로 대변되는 패스트푸드는 급속한 성장을 이루어왔다. 부동의 업계 1위 맥도날드를 비롯하여 버거킹, 웬디스 등의 다국적 기업들이 급성장했고 우리나라에서도 롯데리아 등의 토종 브랜드들이 앞 다투어 시장에 진출했다.

1955년 미국에서 첫 매장이 생긴 맥도날드는 지난 99년에는 2만5천번째의 매장을 탄생시켰으며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매 17시간 마다 한 개 꼴로 신규 점포가 생기고 있다. 1979년 첫 패스트푸드점이 우리나라에 탄생한 이후 국내 업계는 매 년 두 자리 수 이상의 고속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 결과, 한 때는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패스트푸드점에서 생일잔치 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패스트푸드점들은, 그러나 최근 몇 년 전부터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처음엔 작은 변화의 물결로만 여겨졌던 웰빙과 패스트푸드에 대한 문제점의 지적들이, 어느 덧 업계 전체를 뒤흔들 거대한 태풍으로 변한 것이다.

1. 패스트 푸드의 유해성을 알리려는 다양한 시도들

작년에 미국에서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 < Super Size Me > 는 개봉과 동시에 전세계적인 논란의 중심에 던져졌다. < Super Size Me >는 이 영화를제작/감독한 다큐멘터리 영화제작가 모건 스펄락(Morgan Spurlock)이 한 달 동안 햄버거만을 먹음으로 해서 신체상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기록한 영화였다. 이 영화는 기획 당시부터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으며 그 중심에는 햄버거가 얼마나 인체에 해로운 음식인가 하는 점이 있었다. 당시 영화감독은 한 달 동안의 실험으로 자신의 몸무게가 12kg 이상 늘었고 의사들은 건강상의 문제를 이유로 그가 즉시 실험을 중단하고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이 영화가 개봉되면서 전 세계는 패스트푸드에 대한 심각한 충격에 빠졌고 관련 업계들은 곧바로 급격한 매출감소 등에 시달려야 했다. 맥도날드는 매장 내에서 슈퍼사이즈 제품을 단계적으로 철수해야만 했고 햄버거가 건강의 적이라는 인식은 더욱 확고해졌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단지 패스트푸드에 대한 반대세력의 활동을 단편적으로 보여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즉, 이영화가 개봉되기 전에도 최근 몇 년간 패스트푸드의 해로움에 대한 경고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꾸준히 제기되어온 것이다.

특히 패스트푸드가 지나치게 열량이 높아 다이어트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거의 [상식]수준으로 굳어지기도 했다. 때마침 불어온 웰빙 바람과 슬로우 푸드에 대한 관심은 패스트푸드 업계에게는 치명적인 것이었다. 패스트푸드의 위해여부 논란을 여기서 새삼 다시 이야기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진실이야 어찌되었건, 상당수의 소비자들의 인식에 [패스트푸드=정크푸드(나쁜 음식)] 이라는 공식이 굳어져 버린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이다.

한국에서도 패스트 푸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책 한권이 새로 출간되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해 10월, 한국판 슈퍼사이즈 미를 만들겠다며 실험에 나선 환경정의활동가 윤광용씨가 쓴 <광용아 햄버거 맛있니? >가 그것이다. 슈퍼사이즈 미처럼 저자도 24일간 햄버거만을 먹으며 자신의 신체변화를 관찰했고, 역시 의사들의 권고로 실험을 중단했다. 이 책은 패스트 푸드의 유해성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며, 저학년 아동들도 쉽게 볼 수 있도록 그린 만화가 포함되어 있다.

약간은 다른 측면이지만, 패스트푸드점들과 관련된 부당 노동행위 관련 소식들도 패스트푸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높여주는데 기여하고 있다.

2. 패스트 푸드업계의 변화 - 성장은 끝난 것인가?

1988년 한국에 진출해 2002년 기준으로 한국에만 350여개의 점포를 가지고 있던 맥도날드는 최근 2~3년간 매장의 수를 줄여왔고 올 2005년에는 신규점포의 진출을 하지 않을 계획임을 발표하기도 했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6월말 339개였던 점포수가 올해 상반기 328개로 줄어든 상태다. 1979년 첫 진출하면서 우리나라 패스트푸드업계를 장악해 온 롯데리아도 최근 1∼2년 사이 50여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 2004년 6월말 850개였던 롯데리아 점포수는 올 6월말 현재 810개로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명동점을 폐쇄하는 등 변화의 물결 속에 파묻혀있다. 특히 롯데리아의 경우 연간 30% 이상의 초고속 성장을 거듭해 온 터라 상징적 의미가 더 컸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업체의 경우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KFC,버거킹 등 다른 업체들도 일부 수익이 나지 않는 지점을 정리하거나 매출 감소 등에 시달리고 있다.
패스트푸드는 중국이 매 년 20%의 급속한 성장을 보이는 등 비롯한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 미국이나 유럽, 일부 아시아국가에서는 몇 해 전부터 변화에 준비를 해야만 했다. 간편함을 최대 무기로 내세웠던 패스트푸드점에 대한 욕구는, 생활 환경이 좋아지고 건강과 다이어트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상당수의 고객들을 건강식/자연식 등에 빠르게 빼앗겨야만 했다.

3. 패스트푸드 업계의 대응

급격한 고객의 감소 속에 패스트푸드점들은 살아남기 위한 변화에 주력했다. 우선 기름기 많은 메뉴를 줄이고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추기 위해 각종 웰빙 메뉴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롯데리아가 이미 몇 해 전부터 김치버거,불갈비버거 같은 토속적인 메뉴를 앞세우며 변화를 시도했고 다른 업체들도 고급 호밀빵을 사용하거나 샐러드 위주의 건강성을 앞세운 메뉴들을 하루가 멀다하고 판매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메뉴 개발도 기존의 3개월 단위로 출시되던 것에 비해 지금은 거의 매 월 신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저칼로리에 중점을 두어 패스트푸드가 비만이나 건강의 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고객들을 끌기 위한 가격파괴 순서도 피해갈 수 없었다. 4천원 대의 세트메뉴를 2천원 대까지 글어내리는가 하면 각종 할인행사를 통한 저가경쟁을 펼쳤다. 그러나 지나친 가격 경쟁은 오히려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더욱 떨어트리고 업체간 출혈경쟁은 서로에게 또다른 부담으로 되돌아왔다. 광고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부분의 패스트푸드점들은 저칼로리와 건강을 주된 광고 전략으로 삼았다. 이와 함께 기존의 패스트푸드점의 인테리어를 보다 고급화 함으로써, 이미지 변화에도 노력하고 있다.

매장의 변화 뿐만 아니라 앞서 로날드의 몸매가 날씨해 진 것 같은, 소비자들에게 패스트푸드가 그렇게 해로운 음식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대체적으로 점포 수가 줄어든 지난 해에도, 한국 전체의 패스트푸드점 매출은 5%의 소폭 감소선에 머무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최근 계속된 전반적인 매출 하락 경향은 멈출 수 없어보인다. 한 때 매출규모를 1조 6천억원 대까지 바라봤던 시장은 2002년을 정점으로, 올 해는 1조원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웰빙과 전통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출 하락 속도가 더욱 가속붙을 것이라고 하기도 한다.

반면 업계에서는 지금 수준이 소비의 최저점, 즉 바닥을 친 것이 아니겠냐는 분석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관련 업체들이 기존의 메뉴들을 대폭 수정해서 건강식 위주로 나가고 있고, 지나친 할인 경쟁을 스스로 자제하는 분위기인데다가, 일단 과포화 된 매장들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의 매출 감소는 과도기적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패스트푸드의 메뉴 변화는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보기도 한다. 패스트푸드 산업의 하향세는 패스트푸드가 발전할 수 있었던 문화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빠른 시간 내의 조리, 혼자서도 별다른 불편함이나 어색함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점,언제 어느 곳에 가더라도 똑같은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 등은 고도의 산업사회로 발전하면서 한 사회가 겪게되는 개인간의 고립성이나 사회와의 단절성과 관련이 깊다. 획일적인 조리과정과 획일적인 포장에 쌓여 제공되는 햄버거는, 획일성과 집단성, 몰개성을 강조했던 문화와 잘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최근의 경향은, 몰개성이나 얼마나 빠르게 먹을 수 있는가가 아니라, 똑같은 비용을 지불하고도 얼마나 내 몸에 좋은 것을 먹을 수 있는가 하는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다. 또한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발생해 온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점 등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이루어지면서 시간을 좀 더 여유롭게 보내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패스트푸드의 매출감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본다.

패스트 푸드의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들 무렵 등장한 [슬로우 푸드]의 열풍이나 한국시장에서 패스트푸드점이 최근 몇 년간 고전을 면치 못하는 동안 T.G.I 프라이데이,VIPS,베니건스 등 패밀리 레스토랑이 연 10% 이상의 고속성장을 한 것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즉, 단순한 먹거리가 아닌, 그 시대를 반영하는 문화의 한 상징으로서 패스트 푸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변화의 이유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 본사를 둔 한 패스트푸드점이 광고의 포인트를 개인이 아닌 [가족이 함게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 쪽으로 맞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변화는 탄산음료 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탄산음료 시장도 관련 제품의 매출이 줄어들고 대신 쥬스 같은 건강성 제품들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4.전망 - 패스트 푸드는 종말을 고할 것인가?

일부에서는 최근 유럽 맥도날드 사장이 실적 부진을 이유로 교체된 데 대해서 [패스트푸드 시장이 이젠 끝난 것이 아니냐]하는 조심스런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패스트 푸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워낙 강하게 대두되고 있는데다가,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사회적 문화의 변화는, 패스트 푸드의 설 자리를 점점 위협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매장에서 판매되는 메뉴를 일부 변경한다고 해서 쉽게 달라질 문제는 아니다.

아무리 맥도날드에서 콜라와 햄버거, 감자튀김을 팔지 않는다고 해도, 당분간 사람들의 머리속엔 "맥도날드 = 패스트푸드"라는 공식이 따라다닐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각 패스트푸드점마다 앞서 말한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내부 인테리어를 레스토랑 형태로 대대적인 변경을 하고, 패스트푸드점이 아닌 레스토랑으로 소비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패스트푸드점의 하향세가 언제, 어느 정도까지 지속될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시장 소비자들의 성향에 달린 것이기 때문에 확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급격한 변화의 물결이 다가오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패스트푸드점의 위력은 대단한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패스트푸드점을 찾는 고객들이 선호하는 메뉴가운데 상위 5가지가 닭튀김과 햄버거였다. 일주일에 1회 이상 패스트푸드점을 찾는 사람들도 전체 고객의 30%나 된다. 언론 등에서 패스트푸드의 위해성을 이야기해도 패스트푸드를 소비하는 사람은 꾸준하다는 이야기다.

확실한 것은, 초고속 산업발전 시대와 함께 발전해 온 패스트푸드점은 이제 사회 문화의 변화 속에서, 당분간 살아남기 위한 힘든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그러한 노력이 얼마나 성공을 거둘 것인가 하는 점은,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패스트푸드의 유해성 여부는 본 기사에서 다루지 않았습니다. 단지, 고소의 산업화사회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패스트푸드가, 변화하는 사회문화적 환경 속에서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한 전망을 개인적으로 살펴봤습니다. 
본 기사는 월간 푸드저널 8월호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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