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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노동위원회 백일천 상임위원이 22일 밤 11시40분 기자들 앞에서 보건의료노조의 병원파업에 대한 강제 중재재정안을 설명하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 백일천 상임위원이 22일 밤 11시40분 기자들 앞에서 보건의료노조의 병원파업에 대한 강제 중재재정안을 설명하고 있다 ⓒ 장종원
사흘째 병원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보건의료노조의 노동쟁의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위원장 신홍)가 강제적으로 중재재정(노동쟁의조정법상 중재위원회가 내리는 판단)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당초 입장을 바꿔 파업을 공식 철회하기로 했다. 대신 지부교섭과 직권중재 철폐 투쟁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중노위는 22일 밤 기자회견을 열어 "중재기간 동안 노사간 합의타결을 당부하고, 자율교섭 기회를 주어 노동쟁의를 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등 원만히 협의하도록 노력하였으나 노사 당사자는 임금 인상 및 생리휴가 등의 쟁점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함에 따라 부득이 중재재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노위가 내놓은 재정안에는 ▲임금 총액 기준으로 공공부문 3.0%, 민간부문 5.0% 인상 ▲토요외래 진료의 경우 1000인 이상 사업장 25% 이하, 300인 이상 사업장 50% 이하로 축소 ▲월 1회 무급 생리휴가 부여 등을 담고 있다. 중노위는 노사 양쪽에 이같은 재정안을 통보했다.

백일천(중노위 상임위원) 직권중재위원장은 "노사간 축조교섭에서 사용자단체 구성과 토요 외래진료 등에 대해서는 상당부분 의견 접근이 이루어졌으나 임금 인상 등 일부 쟁점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중재재정 내용은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되며 23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중노위는 보건의료노조의 산별중앙협약 5대 요구안 가운데 임금협약과 노동과정협약을 제외한 산별기본협약ㆍ보건의료산업협약ㆍ고용협약 등 사회적 요구에 대해서는 중재재정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반쪽짜리' 중재재정이라는 지적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예상과는 달리 보건의료노조는 중노위의 중재재정 직후 전국 지부장회의를 열어 파업을 공식 철회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그러나 직권중재 철폐 요구를 민주노총과 함께 사회 쟁점화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현장투쟁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자율교섭이라는 대원칙을 훼손하는 중노위의 중재재정은 절대로 받지 않을 것이며, 강력한 현장투쟁을 통해 불복종 운동을 힘있게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또 "산별교섭을 유지 발전시키는 한편 직권중재를 철폐시키기 위한 싸움을 강도높게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2일 밤 10시40분께 병원 사용자 교섭대표들이 최종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떠난 뒤 노조 교섭대표들이 자율교섭을 주장하며 교섭대기 농성을 하고 있다
22일 밤 10시40분께 병원 사용자 교섭대표들이 최종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떠난 뒤 노조 교섭대표들이 자율교섭을 주장하며 교섭대기 농성을 하고 있다 ⓒ 장종원
병원 사용자 쪽 또한 중노위의 중재재정에 대해 내부 검토를 통해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지만 사실상 수용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분위기다.

박찬병 지방공사 수원의료원장은 중재재정 직전 "자기(노조)한테 유리한 것은 수정 보완하고 불리한 것은 모두 빼버린 채 교섭하자고 하면 제대로 교섭이 되겠느냐"며 최종 교섭 결렬을 선언한 뒤 "더 이상 자율교섭이 어려운 상황에서 중노위의 중재재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중노위의 권고로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노동사무소 3층 회의실에서 교섭을 재개한 보건의료산업 노사는 ▲주5일제 전면 시행 ▲비정규직 처우 개선 ▲임금 인상 ▲보건 수당 현실화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차로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했다.

이날 교섭장 주변에서는 노사 합의로 중노위의 중재기간을 10일 연장하는 방안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기도 했으나 사용자 교섭대표들이 밤 10시 40분께 최종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일방적으로 교섭장을 떠나면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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