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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 여성축제' 화목·평등 부부로 선정 된 '원양희·김화순'부부
'안양시 여성축제' 화목·평등 부부로 선정 된 '원양희·김화순'부부 ⓒ 우리안양
지난 6일 제10회 여성주간을 맞아 시청강당에서 열린 '안양시 여성축제'에서 화목·평등 부부로 선정돼 '안양시장상'을 수상한 원양희(50세) 김화순(46세)부부. 지난 18일 부부를 만나기 위해 부흥동 부영아파트를 찾았다.

잘 정돈 된 거실은 먼지하나 없이 깨끗했고, 장식장에 수북한 꽃다발만이 수상자임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수상을 축하하자 부부는 "과분한 상을 받게 되어 송구스러울 뿐이라"며 겸연쩍어 한다.

"이런 큰상을 받기엔 아직 젊다고 생각해요. 더 열심히 노력하며 살라고 격려차원에서 주신 줄 알고, 여건이 허락하는 한 사회봉사도 더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1남 2녀를 올곧고 반듯하게 양육하며 결혼과 동시에 줄곧 23년을 안양에 거주하고 있는 원양희씨 부부. 결혼 전 남편은 전자부품 회사의 검사과, 부인은 자재과 직장 동료였다고.

남편은 "매사에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일하는 아내의 모습이 볼수록 믿음직해서 프러포즈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믿음과 사랑으로 출발한 결혼 생활이지만 삶의 구비 구비마다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아내는 결혼과 동시에 시부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열심히 일했지만, 회사 부도로 남편이 실직하게 되었다.

그 후로 아내는 제조업체에 입사, 주야 3교대 힘든 근무를 성실하게 한 결과 지금은 작업 반장이 되었다. 남편은 물류회사에 취업해 밤 12시부터 아침 8시까지 화물 하역작업이라는 고된 중노동을 한다.

남편은 아이 셋을 수술로 얻은 허약한 아내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자연스레 가사 일을 돕게 되었다고. 밤새워 일하고 퇴근하면 으레 집안 구석구석 청소하며 빨래부터 시작한다. 베란다 건조대에 가지런히 널린 빨래도 남편의 솜씨다.

꼼꼼히 시장까지 봐다주는 자상한 남편이지만, 아내가 설 공간을 남겨두는 의미에서 고유영역인 주방은 침범하지 않는다고. 원양희씨는 "맞벌이가 보편화된 신세대에겐 가사분담이 자연스럽지만, 기성세대는 아직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원양희씨는 자원봉사센터 가정도우미 팀장으로 시장을 보고, 매주 목요일마다 봉사자 틈에서 독거노인 280명의 일주일분 반찬을 만들며 배달까지 하고 있다. 독거노인들의 말벗은 물론, 어디 불편한 곳은 없는지 살피는 것도 그의 몫이다.

ⓒ 우리안양
1365콜 봉사단원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과 장애인의 병원 수송은 물론, 호스피스 봉사까지 일인 다 역을 해 온지 오래다. 관내에서 매월 실시하는 범시민 하천 살리기 정화활동에도 새마을 지도자로서 학의천변 쓰레기 수거와 하천 부유물을 제거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그는, 주요 도로변 물청소 때도 먼저 호스를 잡는 사람이다.

매년 불우 이웃돕기 행사로 쌀 모으기, 김장 담가주기, 알뜰 바자회, 일일찻집 등을 열어 모아진 수익금으로 어려운 가정 돕기에 앞장서는 부흥동의 없어서는 안 될 일꾼이라고.

임재석 부흥동장은 "평등하고 화목한 가정이 기초가 된 원양희·김화순 부부의 남을 돕는, 헌신적인 사회봉사 활동은 타의 귀감으로 손색이 없다"고 말한다.

집안일을 마치면 사회봉사로 여념이 없는 남편의 취침시간은 저녁 7시부터 11시다. 습관화된 그의 곤한 취침은 하루 고작 4시간뿐, 꿈조차 꿀 틈 없는 단잠이다.

언제나 술래잡기하듯 만나는 부부와 세 명의 자녀가 한 공간에 살지만, 서로 각자의 생활에 바쁘다보니 잠자는 모습만 볼 때가 허다하다. 미운 정 고운 정 살갑게 살아온 세월이지만, 부인은 건강을 돌보지 않는 남편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처음에는 봉사활동에 불만을 토로했지만, 집에서 곰살가운 남편이듯 밖에서 또한 없어서는 안 될 봉사자임을 알기에 마음을 비운 지 오래다. 아이들까지 아빠를 도와 독거노인 도시락 배달에 동참할 정도로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인성을 가진 반듯한 성장에 부부는 감사한다.

부인은 5일, 남편은 6일 근무하며 쉬는 날이면 자녀문제나 가정 내 대소사를 자연스레 의논해오고 있다. 재산 역시 남편과 부인 공동명의로 관리, 자녀 양육도 함께 책임지며 사랑이 돈독하기에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잉꼬부부다.

ⓒ 우리안양
금싸라기 같은 공휴일이나 일요일이면 부부는 다정히 손잡고 오순도순 정담을 나누며 관악산을 즐겨 오른다. 여름에는 부인의 일정에 맞춰 남편이 휴가를 받아서 등반을 즐긴다. 월악산, 월출산, 소백산, 덕유산 등 명산을 두루 돌며 땀 흘려 정상에 오르는 성취감을 만끽하며 1박 2일을 함께 보낼 때면 신혼부부가 부럽지 않다.

종종 홀로되신 장모님을 찾아뵙기 위해 고기나 과일을 사거나 함께 외식을 하며 슬며시 용돈도 쥐어드리는 원양희씨다. 장모는 딸을 끔찍이 생각하는 사위가 한없이 사랑스럽고 믿음직스럽다고.

시부모는 시집온 이후 늘 일속에 묻혀 사는 며느리가 가엾고, 아이 셋을 건사하는 모습이 기특하고 대견스럽다보니 고부갈등이란 말조차 생소하다고. 부부의 아름다운 동행을 들으며 어떠한 어려움도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밤 9시, 아내는 출근을 서둘렀다.

가사 일을 돕지 않는 남편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하자, 원양희씨는 "주부들이 시장 봐서 반찬 만드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기에 해봐야 안다"라며 "부부라면 입장 차이를 인정해 주고, 서로 일을 바꿔서 해보면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하면 도와주게 된다"고 말한다.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에서 가부장제도만 버리면 큰 문제없이 화목하게 살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부부의 모습이 한없이 아름다워 보였다.

덧붙이는 글 | 월간 '우리안양'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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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인간 냄새나는 진솔한 삶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현재,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이며 (사) 한국편지가족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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