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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2동에 작은 쌀뒤주 하나가 등장했다. 모양도 예전에 가정집마다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나무로 짠 쌀뒤주다. 그다지 크거나 겉모습이 화려한 것은 아니지만 이 쌀뒤주가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우2동에서 설치한 이 뒤주의 이름은 '사랑의 쌀뒤주'다. 지난 7월 4일 설치한 이 뒤주는 동사무소를 찾는 사람들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동사무소 입구에 설치되어 있고 한 쪽에는 이 쌀뒤주의 용도를 설명해 놓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 쌀뒤주는 이웃을 위해 주민 모두의 작은 정성을 모으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은 언제든지 쌀을 채워 넣을 수도 있다. 채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은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 살을 퍼 갈 수도 있다.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양심에 따라서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뒤주는 항상 열려 있다.
이 사랑의 쌀뒤주가 생겨난 것은 조금 특별한 뜻이 있다. 우2동사무소 권병원씨는 "공공기관의 주5일제 근무가 확대되면서 기초생활수급자 분들이나 주위의 손길이 필요한 분들은 그나마 형편이 더욱 어려워지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형편이 어려우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사랑의 쌀뒤주를 기획하게 되었다. 거기에 주민들간의 온정을 확인함으로 해서 공동체라는 유대감을 형성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쌀뒤주의 내력을 설명해 주었다.
주민들간의 온정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었기에 이를 위해 책정된 별도의 예산은 없다. 현재 사랑의 쌀뒤주에 뜻을 같이하는 주민들의 손길로 모은 약간의 기금이 전부다. 온전하게 이웃에 대한 사랑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지속적인 후원에 대한 걱정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것은 그다지 염려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운 편이기 때문이다. 얼마 되지 않는 양이지만 손수 집에서 쌀을 가져와 붓는 사람도 있고, 동사무소 후원계좌를 통해 작은 정성을 보태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다들 큰 금액이나 양은 아니지만, 말 그대로 십시일반의 마음을 실천하고 있었다.
현재는 안정적인 공급을 맞추기 위해 동사무소 측에서 하루 두 번 뒤주를 확인해서 쌀을 보충하고 있다.
세상이 각박하다고들 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이웃 간의 다툼에 대한 뉴스들이 들린다. 그런 것들만 보면 우리 고장 부산이 참 답답한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2동에 설치된 사랑의 쌀뒤주를 보면서, 아직은 우리가 사는 이 고장이 참 살만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언젠가 사랑의 쌀뒤주에서, 맑고 기름진 쌀이 항상 넘쳐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이른 상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