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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말의 급여명세서
아말의 급여명세서 ⓒ 고기복
아말의 건네준 급여명세서에 의하면, 근로시간이 하루 평균 13시간으로 6월의 경우 잔업시간이 무려 116시간이었다. 그런데 급여계산은 월 기본급 48만원에, 시급이나 일급을 최저임금에 못 미치게 계산하고 있었다.

아말에 따르면 이곳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조차 근무시간이 워낙 길고 일이 힘들다는 이유로 보름씩 회사를 나오지 않는 회사인데, 자신은 꼬박 일을 하고도 사장이 근로계약서상 금액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했었다.

아말의 업체 사장은 대뜸 “외국인도 내국인과 똑같이 최저임금을 주라는 규정이 어디 있습니까?”라고 묻더니, 자기들이 노동부에 신고한 대로 급여를 주고 있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야무지게 따지기 시작했다.

전화가 길어지면서 상식적으로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정말 몰라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상대가 만만하게 보였는지 “돈 주고 일시키겠다는데 뭐가 잘못이야. 내가 노동부에 문의해서 해결할 테니까 당신은 나서지 마”라면서 말이 험해지기 시작했다.

아말의 회사는 노동부에 신고할 때는 최저임금에 준해서 근로계약을 작성하고는, 정작 급여계산은 최저임금 이하로 계산하고, 하루 12시간 이상의 장기간의 노동도 노동자의 동의 없이 강제로 시키고 있었는데도, ‘돈 주고 시킨다는데 뭐가 문제’냐고 물어 올 때는 할 말이 없었다.

‘외국인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외국인 고용 허가 취소 사유로, 사용자가 입국 전에 계약한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을 위반하는 경우, 사용자의 임금체불 그 밖의 노동관계법의 위반 등으로 근로계약의 유지가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을 들고 있다.

아말의 경우, 원칙 대로 노동부에 신고하면 외국인력 고용이 취소됨은 물론 벌금 부과액도 만만치 않을 텐데 억지를 부리는 것을 보면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던가, 정말 무지하든가 하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말의 경우를 보면서 지난해 고시된 최저임금도 지키지 않는 업체에서 금년(05년 9월 1일~06년 8월 31일)에 고시되는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일 터, 노동부에서는 관련 사실을 제대로 홍보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이르자 울화통이 터졌다.

고용주들이 입국시 근로계약서를 들먹이며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을 것은 눈에 선한데, 대책 없는 노동부는 관련 사실을 홍보, 관리 감독할 의지나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건 상담을 하다 보면 피부로 느끼기가 다반사다.

아말 회사 사장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외국인이주노동자 문제를 다루다 보면, 왜 자꾸 전태일 열사가 떠오르는지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열악한 제조업체 현장에서 전태일 열사가 하던 일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는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는 35년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던 전태일 열사의 외침처럼 이 땅에서 여전히 메아리치고 있는 것이다.

돈도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 '돈 주고 일시키겠다는데 뭐가 문제냐'는 무지한 이의 억지를 듣느니, 차라리 전화를 끊는 게 낫겠다 싶었다. 전화를 끊고 통화 기록을 보니 무려 45분간 억지소리를 들었다고 기록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근로기준법 제55조(연장,야간 및 휴일근로)에 따르면 사용자는 연장근로(1일 8시간, 1주 44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와 야간근로(하오 10시부터 상오 6시까지 사이의 근로) 또는 휴일근로에 대하여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였을 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연장근로의경우 당사자간의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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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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