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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훈련 중 급류에 휘말려 실종되었다가 숨진 채 발견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경비대대 소속 장병들의 합동 영결식이 있었다. 숭고한 전우애 앞에 유가족은 물론 전 국민이 슬픔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던 며칠이었다.
냉혹한 양육 강식의 법칙만이 존재할 것 같은 동물의 세계에서도 가족, 친구는 물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낯선 이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사례가 발견된다.
먼저 인간과 유전적으로 98% 이상 동일한 침팬지 세상에서 일어난 일이다. 수화를 제일 처음 배운 침팬지인 와쇼가 연구소 내의 해자를 둘러놓은 작은 섬(침팬지들이 수영을 못해 물을 무서워한다는 점을 이용해 디자인한)에서 지내고 있을 때였다.
어느 날, 새로 도착한 침팬지 한 마리가 무엇인가에 겁을 먹고 도망가다가 물에 빠지고 말았다. 그 사건을 목격하고 현장으로 달려가던 로저 파우츠 박사는 자신보다 한 발 더 빨리 움직이고 있는 와쇼를 보았다.
철망을 뛰어넘어 용감하게 물가로 내려간 와쇼는, 한 손으로 잡초 더미를 잡아 몸을 지탱한 채 나머지 한 손을 힘껏 내뻗었다. 결국 와쇼는 물에 빠졌던 침팬지를 잡아 안전한 곳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또 어떤 동물원에서는 어른 수컷 침팬지가 물에 빠진 아기 침팬지를 구하고 자신은 익사한 사건도 있었다 한다.
고래는 어떨까? 태평양 한 복판, 고래 한 마리가 포경선에서 쏜 총에 맞아 즉사했다. 죽은 고래를 끌어올리기 위해 배가 가까이 다가가자, 어디선가 고래 두 마리가 나타나 죽은 고래를 사이에 두고 헤엄치기 시작했고, 곧 죽은 고래의 몸을 눌러 잠수하더니 영영 사라져 버렸다.
돌고래 및 고래는 상처 입은 친구가 적의 공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참치 그물에 갇히거나 작살 등에 맞았을 때도 그물이나 연결된 줄을 물어 뜯어가며 그들을 구해주려 한다.
수 백, 수 천 마리가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앵무새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발달된 지능 및 사회성을 지니고 있다. 앵무새는 밀렵꾼의 총에 맞거나 천적의 공격으로 상처를 입고 날지 못하는 가족 혹은 무리 친구를 발견하면, 그를 돕기 위해 일제히 그 주변으로 날아든다.
예로부터 수많은 밀렵꾼들이 앵무새의 이런 행동 특성을 이용해 손쉽게 사냥을 했고, 그 덕분에 수많은 앵무새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밀렵 방법: 한 마리를 골라 벌채용 칼로 날개 혹은 다리를 잘라 바닥에 던져두면, 상처입은 앵무새가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게 되고, 이 울음소리를 들은 나머지 앵무새 무리들이 동료를 돕기 위해 몰려드는 순간 그물을 던진다).
온순하고 다정한 성격의 스텔러 바다소 역시 상처 입은 동료나 가족을 구하기 위해 몰려드는 성격 때문에 한 자리에서 몰살당한 것이 멸종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한다(인간에게 발견된 지 27년만인 1768년에 멸종했다).
유난히 서로 간의 애정이 깊은 아프리카 코끼리도 친구 혹은 가족이 총에 맞아 몸을 가누지 못하면, 여러 마리가 함께 힘을 모아 그 코끼리가 도망갈 수 있도록 부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예로부터 많은 사냥꾼들이 '총구 바로 앞에서 상처 입은 친구를 일으키려 하는 용감한 코끼리들-눈빛에는 공포가 가득하지만-'에 대한 기록들을 남겼다.
학자들은 인간 혹은 동물 세상의 용기있는 자기희생을 설명하기 위해 두 가지 이론을 내세운다.
첫째, 친족 선택 이론으로 돕는 개체와 도움을 받는 개체는 서로 친척 관계로 즉, 어느 정도 이상의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으므로 자신의 유전자를 살아남게 하기 위해 돕는다는 것이다.
둘째, 호혜적 이타주의 이론으로 아무런 혈연관계도 없는데 돕는 경우를 설명한다. "네가 내 등을 긁어주면, 나도 네 등을 긁어줄게"라는 이야기처럼, 내가 상대에게 도움을 주면 언젠가 자신도 다른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겠지라는 기대감에서 돕는다는 것이다. 이타적인 행동들도 결국은 이기적인 유전자의 발로라는 것.
그러나 이 세상에는 이런 이론으로는 명확히 설명될 수 없는 아름다운 일들이 가득하다. 생면부지의 취객을 구하기 위해 철로 아래로 뛰어들고, 조난당한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험난한 에베레스트를 또 다시 오르며, 옆 집 꼬마를 구하기 위해 얼음물 속으로 뛰어들고, 지구 반대편의 기아 및 재난 재해 피해자들을 위해 기꺼이 성금을 낸다. 숭고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의로운 희생들로 인해, 우리는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다'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고, 바르고 정직하게 살아갈 힘을 얻게 되는 것 같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덧붙이는 글 | cbs 라디오 98.1MHz. 김종휘의 문화공감 일요일 3부 '김소희의 동물은 말한다'에서 방송될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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