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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를 가마 속에 가득 넣고 불을 붙이는 모습입니다. 불이 붙으면 입구를 벽돌로 막고 삼일동안 불을 땝니다.
참나무를 가마 속에 가득 넣고 불을 붙이는 모습입니다. 불이 붙으면 입구를 벽돌로 막고 삼일동안 불을 땝니다. ⓒ 이승열
삼일 후 입구의 벽돌을 헐고 숯을 꺼낼 채비를 합니다.
삼일 후 입구의 벽돌을 헐고 숯을 꺼낼 채비를 합니다. ⓒ 이승열
숯가마 찜질은 말 그대로 참나무 숯을 구운 후 가마 속에 남은 펄펄 끓는 열을 온 몸으로 흡수하는 자연식 찜질 방법이다. 황토 흙으로 만든 숯가마에 참나무 장작을 가득 쌓고 벽돌과 황토로 입구를 밀봉한 후 3일 밤낮을 불을 땐다. 숯이 알맞게 구워지면 입구의 벽돌을 헐어 이글거리는 숯을 꺼내면 가마 속은 한마디로 용광로처럼 펄펄 끓는다.

달구어진 숯가마 속 내부는 참나무가 숯으로 변하면서 뿜어 낸 원적외선 음이온을 잔뜩 품은 채 세균 한 마리 살아남을 수 없는 완벽한 무균실로 변한다. 숯을 꺼내고 난 후 하루정도 엄청난 열기를 식힌 후 간신히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 고온방, 고온방이 며칠이 지나면 중온, 또 시간이 가면 저온방으로 변한다. 열기가 식음에 따라 고온, 중온, 저온의 위치가 매일 변하는 엄청나게 큰 아궁이 속에 들어가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전국에 산재한 참숯을 굽는 숯가마들이 숯을 굽고 난 후의 가마 속의 열을 찜질용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소금강으로 불리는 양평과 홍천의 경계에 자리잡은 '소리산 참숯 굽는 마을'의 숯가마도 처음부터 찜질용으로 지어진 것은 아니었다.

할머니, 아들, 며느리, 손자까지 합세 해 일 년 정도 숯을 구워 팔았단다.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강도 높은 노동도 견디기 힘들었지만 더욱 힘든 것은 하루가 멀다하고 들랑거리는 일꾼들을 구하는 것이었다 한다. 힘은 힘대로 들면서 수지도 맞지 않아 가족 회의 끝에 숯가마를 겸용, 참숯도 만들어 팔면서 찜질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한다.

가마 속 불이 알맞게 사르러지면 질 좋은 참나무 숯이 탄생합니다.
가마 속 불이 알맞게 사르러지면 질 좋은 참나무 숯이 탄생합니다. ⓒ 이승열
숯을 꺼내 재가 되기 전에 드럼통에 넣고 흙을 덮어 산소를 차단합니다.
숯을 꺼내 재가 되기 전에 드럼통에 넣고 흙을 덮어 산소를 차단합니다. ⓒ 이승열
1000도가 넘는 열로 삼일 밤낮을 달군 후 숯가마 내부에 생성된 원적외선은 아토피를 포함한 피부병은 물론 관절염, 암 환자에게까지 효능이 있다고 한다. 황토색 찜질복을 나누어주는 여든 살의 주인 할머니와 완전히 붕어빵인 노총각 손자는 온몸을 감싸고 고무장갑을 낀 채 숯가마에서 숯을 꺼내느라 땀이 비 오는 듯 쏟아지고 있다. 쏟아지는 빗줄기 때문에 숯 꺼내는 시각을 놓쳐 큰 숯 덩어리가 없이 재뿐이었던 지난번과는 달리 오늘은 참숯으로 변한 통나무가 이글거리고 있다.

시뻘겋게 이글거리는 참숯을 드럼통에 가득 넣고 흙으로 일단 공기를 일단 차단한 다음 흙 위에 계란 세 판을 가지런히 놓은 후 드럼통을 닫으면 질 좋은 참숯이 된다. 참숯으로 구운 계란은 숯을 꺼내는 날 이곳을 찾은 운 좋은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지는 서비스이다.

고온방에 가서 10분 정도 찜질을 하고 나오면 계란이 구워진다는 친절한 설명에도 군침을 흘리며 드럼통 주위를 서성거린다. 참숯으로 구운 간 고등어와 목 삼겹살, 강원도 소리산 자락에서 채취한 산나물로 포식을 하고서도 구운 계란의 유혹에서 벗어 날 수가 없다. 몸무게가 2kg 쯤 늘어서 가는 것은 이곳 숯가마 찜질의 필수 코스이다.

흙 위에 달걀을 넣고 뚜껑을 덮으면 참숯의 열기가 구운 계란을 만듭니다. 노른자는 완전히 익고 흰자는 겔 상태인 신기한 참숯 계란 구이.
흙 위에 달걀을 넣고 뚜껑을 덮으면 참숯의 열기가 구운 계란을 만듭니다. 노른자는 완전히 익고 흰자는 겔 상태인 신기한 참숯 계란 구이. ⓒ 이승열
가마 속의 열기로 황토 흙벽과 지붕을 언제나 다시 손질한 후 참나무를 넣고 숯을 만듭니다.
가마 속의 열기로 황토 흙벽과 지붕을 언제나 다시 손질한 후 참나무를 넣고 숯을 만듭니다. ⓒ 이승열
숯가마 속에 들어가 뒹굴 거리면서 온 몸의 세포 사이로 원적외선을 듬뿍 흡수 한 수 밖으로 나오면 삼십 도가 넘는 더위가 오히려 시원하게 온 몸을 감싼다. 마당에 펴놓은 멍석에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 여름밤 온 몸으로 별을 맞는다.

이따금씩 달려드는 모기들은 마당 한구석에 피운 모깃불로 접근 불능. 도대체 얼마 만에 경험하는 모깃불인가. 맵싸한 모깃불의 연기가 차라리 감미로운 한여름 밤, 미리 준비한 옥수수를 뜯는다. 비가 오는 날 토방 평상에 앉아 감상하는 함석지붕 위의 빗줄기 오케스트라 향연. 시설 좋은 별장도 호텔도 부럽지 않은 우리 가족만의 이열치열 피서법이다.

더 이상 주사 바늘을 꽂을 자리가 없을 만큼 치료 불능인 여든 다섯 시어머니 다리 통증도, 알레르기 눈병으로 약을 달고 사는 시누이의 눈도 숯가마 찜질이 효과 만점이다. 숯가마 아궁이 속에 둘러앉아 저마다의 경험을 토해내고 있다. 돋보기 없이도 사진 작업이 가능해졌다는 사진작가 부부, 원적외선 음이온을 오감으로 받아들이려 입을 벌리고 벽을 뚫을 듯 응시하며 참선에 든 사람. 강원도 횡성 어딘가에 있다는 일주일 불을 때는 또 다른 숯가마의 정보를 교환하지만 주위 풍경은 이곳 소리산 만한 곳이 아직 없단다.

참숯으로 구운 기름이 쫙 빠진 고등어 구이. 숯가마 속에 있는 동안 고등어 익는 냄새가 진동합니다. 땀 흘린 후 오두막에서 산나물과 함께 먹는 고등어 구이. 말로 표현이 되지 않는 맛입니다.
참숯으로 구운 기름이 쫙 빠진 고등어 구이. 숯가마 속에 있는 동안 고등어 익는 냄새가 진동합니다. 땀 흘린 후 오두막에서 산나물과 함께 먹는 고등어 구이. 말로 표현이 되지 않는 맛입니다. ⓒ 이승열
아궁이 속에서 보내는 숯가마 찜질 비용이 5000원(옷을 가져가면 4000원이다), 간고등어 구이가 6000원이니 단 만원이면 세상이 부럽지 않은, 시골 밤 하늘의 별자리를 멍석에 누워 온몸으로 맞을 수 있는 신선놀음은 보너스이다. 보름달이라도 두둥실 떠오르는 밤이면 보름달 정령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숯가마 바로 아래 있는 민박집에서 밤샘 수다와 함께 또 여름밤을 지새운다.

숯만 구워 팔던 많은 숯 공장들이 찜질 가마로 전환해 서울 근교에도 숯가마가 여러 곳 생겼다. 찜질방의 숨막힘을 견디지 못하는 체질인데도 숯가마에서는 그 숨막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펄펄 끓는 가마솥 더위가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지는, 숯가마의 열기를 온 몸의 세포 사이로 스며드는 참숯 굽는 아궁이 속에서의 하루, 정말 '짱'이다.

덧붙이는 글 | -이 여름을 시원하게 공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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