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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닿는대로 끝없는 연꽃의 바다. 이른 아침엔 낮게 깔린 연향에 겨워 눈물이 날 지경이다.
눈 닿는대로 끝없는 연꽃의 바다. 이른 아침엔 낮게 깔린 연향에 겨워 눈물이 날 지경이다. ⓒ 곽교신
덕진 호수는 멀리 후백제 견훤이 도성 방어용으로 조성한 '해자'에서 비롯한다는 기록이 있고, 동국여지승람에는 전주의 풍수를 보완하기 위하여 축조했다고도 전한다. 하지만 현실적 기록으로는 일제강점기에 전주의 한 재력가에 의해 조성되어 전주시에 기부채납한 것이 현재 보는 모습의 기원이라는 공원관리사무소 측의 설명이다.

꽃이 한창으로 보여 황홀하기 그지없는데 관리사무소 직원은 지금은 한창 때가 지났다고 말한다. 현재 평당 한 송이씩으로 쳐서 약 1만 3000여 송이쯤 피었는데, 한창 때는 못이 온통 연분홍으로 뒤덮여 대충으로도 수를 헤아리기 힘들다고.

목교가 휘어진대로 걷다보면 저 끝에선 꼭 그리운 이를 만날 것 같다.
목교가 휘어진대로 걷다보면 저 끝에선 꼭 그리운 이를 만날 것 같다. ⓒ 곽교신
1997년에 연못을 S자로 휘어돌아나가는 180여 미터의 목교(연화교, 연지교)를 설치하여 한결 가까이서 연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기자는 이 목교에서 맡는 연향이 너무 좋아 서너 번을 왔다갔다 하였다.

이름에도 남도의 멋스러움이 배인 취향정(1917년 건축). 어르신이 읽고 계신 신문에는 세상의 추한 향기가 배었을 터이다.
이름에도 남도의 멋스러움이 배인 취향정(1917년 건축). 어르신이 읽고 계신 신문에는 세상의 추한 향기가 배었을 터이다. ⓒ 곽교신
연꽃 향기에 취해 취향정에 오르니 어디선가 연꽃을 타고 심청이 나올 듯하다. 먼동이 트면서 꽃잎이 벌어지면 연꽃은 밤새 품었던 연향을 일시에 쏟아낸다. 여름 새벽에 맡는 연향은 첫키스의 아찔함 그것이다.

너무 고와 오히려 조화처럼 보이는 연꽃잎
너무 고와 오히려 조화처럼 보이는 연꽃잎 ⓒ 곽교신

태반처럼 품고 있는 연밥.
태반처럼 품고 있는 연밥. ⓒ 곽교신

색과 선과 면의 우아한 어울림. 넋을 잃고 한참을 바라보다가 현기증에 물에 빠질 뻔했다.
색과 선과 면의 우아한 어울림. 넋을 잃고 한참을 바라보다가 현기증에 물에 빠질 뻔했다. ⓒ 곽교신
덕진공원 방문이 처음은 아니지만 연꽃 만개시기에 맞춰오는 것은 힘들었는데, 때 맞춰 오기도, 이렇게 가까이서 연꽃을 들여다보기도 처음이다. 그 우아한 배색과 함께 연밥, 연밥방, 연밥대, 노란 수술이 만드는 점점 커지는 원을 바라보며 아찔한 현기증을 느껴 자칫 물에 빠질 뻔했다. 사람들이 만들어 놓고 뿌듯해 하는 모든 인공미는 자연이 보기엔 얼마나 안쓰러운 부조화일까.

"내 안에 너 있다."  저렇게 꽃대궁이 짧은 봉오리는 연잎 밑에 숨어서 꽃을 피우고 진다.
"내 안에 너 있다." 저렇게 꽃대궁이 짧은 봉오리는 연잎 밑에 숨어서 꽃을 피우고 진다. ⓒ 곽교신

연꽃의 일생. 좌로부터 봉오리, 반 벌어짐, 그 위가 만개, 그 밑이 낙화 직전, 연밥.
연꽃의 일생. 좌로부터 봉오리, 반 벌어짐, 그 위가 만개, 그 밑이 낙화 직전, 연밥. ⓒ 곽교신

숙성한 연밥. 그러나 연밥이 가장 맛있을 때는 씨가 초록색이며 연밥이 구멍으로 간신히 보일 때라고.
숙성한 연밥. 그러나 연밥이 가장 맛있을 때는 씨가 초록색이며 연밥이 구멍으로 간신히 보일 때라고. ⓒ 곽교신
연밥은 날로 먹기도 하지만 반 숙성했을 때 콩처럼 밥에 넣어 먹으면 그 향이 일품이라고. 덕진의 연밥은 일체 수확하지 않기 때문에 연못 속으로 그냥 떨어진다니 아까운 생각도 든다.

연잎에 앉은 빗방울 보석.
연잎에 앉은 빗방울 보석. ⓒ 곽교신
연잎이 빗방울을 안으면 그 작은 물에 하늘이 가득 들어앉는다. 자연은 극소와 극대가 어울려도 조화의 틀이 깨지지 않는다. 세속에서의 어울림과 어울리지 않음은 구분이 확연할 만큼 의미가 있는 것일까.

전주 톨게이트에서 시내 방향으로 약 20분 직진하면 왼쪽으로 '덕진공원' 이정표가 보인다. 무료로 24시간 개방하는 것을 고려할 때 공원은 놀랍도록 깨끗하고 관리가 잘 되어 있어 쾌적하다. 덕진호수의 연꽃들은 큰 비만 오지 않으면 이번주까진 그 우아한 자태를 볼 수 있겠다는 덕진공원 관리사무소 측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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