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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희, 오옥근 부부.
김필희, 오옥근 부부. ⓒ 박성규
“첫 자식을 보는 기분 같아유. 지난 5개월여 동안 정성을 다해 키워왔슈, 그래서 그런지 자식을 얻은 기쁨 못지 않네유.”

지난달 29일(금) 충남도 내에서 처음으로 벼수확의 기쁨을 누린 김필희(55·아산시 영인면 상성리), 오옥근(53) 부부는 벼베기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얼굴에서 웃음을 잃지 않았다.

벼베기를 도우러 함께 한 마을 사람들도 이런 김씨 부부 못지 않은 기분을 내며 막걸리가 담긴 축하의 잔을 연신 하늘로 날렸다.

올 처음 홍보용 아산맑은쌀 생산포로 지정 받은 김씨 부부는 지난 3월 첫 모내기 후 이날까지 모든 정성을 벼에 쏟았다. 자신이 농사 지은 쌀이 아산쌀의 품질을 대표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마음 한가운데 늘 자리하고 있었다.

“혼자 짓는 농사면 잘못 돼도 나 혼자 감당하면 되지만 아산쌀의 품질을 대표하는 홍보용으로 사용된다고 생각허니께 한 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더라구유. 농업기술센터 직원분들이 기술지도해주구 해서 무리 없이 끝낼 수 있었슈.”

벼베기에 함께 나선 이규영 영인면장과 마을주민들.
벼베기에 함께 나선 이규영 영인면장과 마을주민들. ⓒ 박성규
트랙터가 선두로 논에 들어서자 주민들도 낫을 들고 뒤따라 논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이후 600평의 생산포를 누렇게 물들인 벼들이 주민들의 손 움직임에 따라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오늘 저녁, 이 쌀로 밥해 먹는겨”하는 한 마을 주민의 농담에 입 맛을 다시는 시늉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농촌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고 생각혀유. 근디 농사 짓는게 옛날같지 않아유”라며 뒷 말을 흐리는 김필희씨 말이 여러 생각을 갖게 했다.

농사 지어 올해 두 자녀를 대학에 보냈다고 말하는 오옥근씨는 농사가 자신들의 천직이라는 느낌을 전한다. 아울러 자식을 대학으로 떠나 보낸 뒷자리를 논밭이 메워 줄 것이라 철썩 믿는다.

“11월에 있을 나머지 벼수확도 아무 일 없이 마무리 됐으면 좋겠는디….”

뙤약볕 아래에서 바라는 김씨 부부의 작은 소망이다.

덧붙이는 글 | 충남시사신문 8월2일자 게재(박성규 기자는 아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신문 및 인터넷언론, 방송기자들의 연대모임인 '아지연(아산지역언론인연대)' 사무국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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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톱뉴스>에서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뉴스를 다루는 분야는 정치, 행정, 사회, 문화 등이다. 이외에도 필요에 따라 다른 분야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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