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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포스터
전시회 포스터 ⓒ 한국고음반연구회
광복 60주년을 맞아 방송, 공연, 전시회 등 각 분야에서 다양한 기념행사가 봇물처럼 쏟아져나오고 있는 요즘, 놓치면 후회할 만한 전시회가 또 하나 개막했다. 8월 2일부터 27일까지 국악박물관에서 열리는 광복 60주년 기념 음반자료 특별전 <한민족의 발자취를 소리에 담다>이다.

유성기음반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한국고음반연구회와 국립국악원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번 전시회는 한국고음반연구회 회원들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를 중심으로 지난 100여 년 동안 전개된 우리 소리의 역사를 보여 주고, 또 들려 주고 있다.

한국인의 소리가 담긴 최초의 자료인 1896년 녹음 원통형음반의 복사본부터 시작해서 2003년에 출반된 아리랑 모음 CD에 이르기까지, 전시품 하나하나의 내력을 살피다 보면 소리의 역사, 우리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저절로 느끼게 된다.

전시된 음반 가운데에는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CD로 복각이 되어 어렵지 않게 들어 볼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그 실체가 처음 공개되는 것도 적지 않다. 이상재가 1927년 타계하기 직전에 녹음한 <조선 청년에게> 연설 음반, 1949년에 미국에서 제작된 현제명의 <봉선화> 음반, 1953년 휴전 직후 방송연설을 즉석에서 녹음한 음반 등은 어지간한 수집자나 연구자들도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자료이다.

전시공간이 협소한 등의 문제로 보다 다양한 음반자료를 볼 수 없는 것이 아쉽기는 하나, 음반 수십, 수백 장을 모아야 하나가 섞여 있을까 말까 한 희귀자료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한국고음반연구회가 오랜 동안 묵묵히 이룩해 온 성과 덕분이다. 때문에 전시품 60종에서 느낄 수 있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다만 전시회 준비기간이 부족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음반해설에 다소 오류가 발견되는 것은 문제로 지적할 만한 점이다. 일제말기에 제작된 군국가요를 대표해 전시된 <지원병의 어머니> 같은 경우 작곡자가 일본인 고가마사오임이 음반딱지에도 분명히 표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엉뚱하게 박시춘을 작곡자로 거론하고 있다. 그밖에 대중가요 관련 해설에도 군데군데 오류가 눈에 띈다.

소리를 담고 있는 음반를 주제로 한 전시회인 만큼 그저 눈으로 보고 잠시 들어 보는 정도로는 아무래도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텐데, 다행히 이번 전시회에는 전시품 일부를 수록한 CD도 준비되어 있다. 보는 눈이 즐거운 도록과 함께 챙겨 둔다면 그 자체가 또 소중한 자료로 남을 것이다.

아직 이렇다할 종합적인 음반자료 상설전시관 하나가 제대로 없는 씁쓸한 현실을 감안해 볼 때, 비록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이긴 하지만 <한민족의 발자취를 소리에 담다> 전시회는 그야말로 ‘강추’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니 덥고 눅눅한 날씨쯤은 좀 무릅써 보자.

덧붙이는 글 | 월요일은 박물관이 휴관하기 때문에 전시회도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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