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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치는 중에 군악대 연주
비가 그치는 중에 군악대 연주 ⓒ 최삼경
9시, 비가 그치고 'DMZ 평화·생명 콘서트'는 '전쟁'이라는 아픈 기억을 반추하듯이, 남북 분단을 상징하는 철원의 노동당사 건물의 음울한 어둠을 뚫고 울려 퍼졌다. 예정됐던 바흐/스토코프스키, 차이코프스키를 비롯하여 남북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같은 하늘을 공유하는 우리 겨레의 현실을 노래한 작곡가 김진희(코넬대 초빙강사)씨의 'one sky(한 하늘)'는 울리지 못했지만, 세종솔로이스츠와 성악가가 부르는 '평화'라는 오롯한 메시지만으로 충분했다.

올해는 분단 60년이자 해방 60년을 맞는 해이다. '전쟁과 평화(War & Peace)'라는 주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음악제는 현실적으로 '세계 유일의 분단도'라는 강원도의 특수 상황과 잘 맞닿아 있다. 게다가 한국의 아스펜을 꿈꾸는 이번 행사는 '자연과 지역문화 활성화'라는 두 가지의 절묘한 어우러짐으로 강원도의 특성과 가치를 잘 나타내 보이고 있다.

평화와 생명을 노래하는 음악제

음악제에는 세계적인 작곡가 베자드 란즈바란(줄리어드음대)과 김진희의 곡이 세계초연된다는 점도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란즈바란이 본 음악제를 위하여 특별히 작곡한 'Awakening(깨어남)'은 전쟁의 어리석음, 무지에서 벗어나는 깨어남을 추구한 것으로 세종 솔로이스츠가 연주를 맡아 선보일 예정이어서 더욱 관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세종솔로이스츠 연주
세종솔로이스츠 연주 ⓒ 최삼경

이밖에도 첫 내한하는 첼리스트 볼프강 엠마뉴엘 슈미트(베를린 예술대학)를 비롯해 아니 아즈나부리안·안드레즈 디아즈·백청심(이상 첼로), 김지연·조엘 스미어노프 ·이고르 오짐·이성주·폴 비스(이상 바이올린), 강창우·오카다 노부오·토비 애플(이상 비올라) 등이 대관령을 찾아 총 45회 이상의 콘서트와 '음악가와의 대화'에 참여하게 된다. 또한 강원도 출신의 신예 우예주(바이올린)는 '떠오르는 연주가 시리즈'에서 빼어난 연주 솜씨를 선보인다.

가르치고 배우는 음악제

대관령 국제음악제와 함께 열리는 음악학교는 학생들의 연주 실력과 음악성 개발에도 초점을 맞춘다. 음악제 첫해였던 지난해에 줄리어드 음악원, 모스코바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하버드대학교 등 세계 15개국의 명문음악원 학생들이 모여든 데 이어 피아노와 클라리넷, 작곡부문이 추가된 올해의 마스터 클래스에는 17개국에서 많은 학생들이 참가하여 작년 못지않은 호응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거장들과 음악신동들의 만남을 통해 서로 긴밀한 유대를 갖게 될 것이며, 대자연 속에서 음악에 심취하는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특히 음악학교 마지막 주에 교수진이 선발한 우수한 실내악 그룹은 1년 후 뉴욕무대에 설 기회를 갖게 되고 학생들은 세계정상급 연주회들을 참관할 수 있는 관람증을 받아 7회의 '저명 연주가 시리즈'를 경험하게 된다.

2004년 대관령 국제음악제 풍광.
2004년 대관령 국제음악제 풍광. ⓒ 대관령국제음악제 제공

지역과 함께 하는 음악제

대관령음악제는 '그들'만의 음악제가 아닌 점에서도 평가할 만하다. 강원도의 3대 교향악단인 춘천, 강릉, 원주시향과 대관령국제음악제 참가자들과의 협연 무대가 마련되며 양양 평창 등지를 찾아가는 '지역주민을 위한 특별연주회'와 강원지역의 예술학교에서 진행하는 '찾아가는 마스터클래스', '가족초청 어린이 음악회' 등 다양한 이벤트로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나갈 예정이다.

한편, 올 대관령국제음악제는 많은 국내외 기자들의 취재와 함께, 유럽방송연맹(EBU)을 통해 유럽 전역에 음악제 실황연주를 중계하고 지난해에 이어 미국 공영방송 NPR 중계도 예정되어 있다. '자연의 영감(Nature's Inspiration)'을 주제로 개최되었던 지난해 음악제는 미국 전역에 방송되어 호평을 들은 바 있다.

왜 하필 '전쟁과 평화(War & Peace)'였을까? 이 음악제의 총감독을 맡고 있는 강효 감독은 "제일 가까이는 자신과의 투쟁을 비롯하여 종교, 이념적인 전쟁까지 이 세상은 항상 크고 작은 전쟁이 일어나고 있"으며, "화성까지 갈 수 있는 과학적 기술을 가진 현대인이지만 여전히 분쟁의 해법은 전쟁뿐"이라며 "대관령 국제음악제를 통하여 인류의 지성을 돌아보고,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을 표현"하고자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2004 대관령국제음악제, 찾아가는 음악제.
2004 대관령국제음악제, 찾아가는 음악제. ⓒ 대관령국제음악제 제공

올해로 두 번째를 맞는 '대관령 음악제'가 '전쟁과 평화(War & Peace)'라는 주제로 3일부터 17일까지 2주간 열린다. 이번 음악제의 개막연주회와 프로그램을 보면서, 새삼 지방분권의 본질적 의의를 따져봐야 했다. 정치, 경제라는 작은 틀을 벗어나 이번 음악제는 '문화'라는 보다 큰 틀의 지방분권 패러다임을 새롭게 제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라도 이 여름, 대관령 산자락 아래서의 '한여름밤의 꿈'에 심취해 봄은 여러 가지로 그 의미를 더하는 일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대관령국제음악제 8월 3일~8월 19일 강원도 평창, 용평

연주일정 등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www.gmmfs.com) 참조. 전화 (033)249-3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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