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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조
지난 6월 21일 국회에선 '한글문화 세계화를 위한 의원모임' 창립식이 있었다. 그 2부 행사에 한글을 활용해서 상품을 만들고 있는 기업인들이 초청 소개되었다. 그 중 맨 먼저 소개된 이가 바로 한글인터넷 주소로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어가는 (주)넷피아의 이금룡 대표이사이다. 인터넷을 쓰는 사람이라면 넷피아를 모르는 사람이 없고, 또 웬만한 사람이라면 '옥션'이란 인터넷경매업체를 성공시킨 이금룡이란 전문경영인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는 그날 소개과정에서 다른 기업인들과는 달리 좀 튀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도 얼굴을 찌푸리지 않았다. 그만큼 그는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서 "넷피아를 좀 꼬집기 위해 사장님을 뵙고 싶다"며 말을 건넸다. 그는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고 나는 지난 4일 (주)넷피아의 사장실을 방문했다.

그동안 한컴의 '아래아한글'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MS워드의 아성을 뚫고 국내를 수성해내 국민기업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는데 아무도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넷파아도 한글을 이용한 독창적인 기술로 역시 MS의 아성을 뚫고 국민기업으로 굳게 설 것인가?

다음은 이금룡 대표이사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정보기술업(IT)계를 대표하는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인데 넷피아에 온 계기나 목적은?
"나는 그동안 삼성물산에서 시작하여 옥션을 만들어 국내 경매 사이트의 전형을 만드는데 성공했고, 결제시스템 이니시스를 거쳐 왔다. 54살인 내가 이제부터 진정으로 할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기업들은 이제 온라인을 통하지 않고서는 어렵게 됐고, 그에 따라 기업 사이트가 트래픽이 올라야 성공할 수 있는데 인터넷주소가 영어로만 되어 있어 한계가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게다가 어린이나 노인들까지도 쉽게 접속해서 지식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데 영어만으로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당시 나는 넷피아 사외이사 겸 투자자로 넷피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넷피아를 택하게 된 것이다. 물론 잘 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도 있었다."

▲ 인터뷰하는 (주)넷피아 이금룡 대표 1
ⓒ 김영조

- 넷피아의 현재 상황과 청사진은?
"작은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매출 300억 원을 바라보는 중견기업이 되었다. 그건 확실한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다만 근래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는 악성 애드웨어와 스파이웨어를 통한 인프라 침해사례가 있긴 하지만, 곧 해결될 것으로 믿으며, 이를 전제로 다음과 같은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교육기관, 모임이나 커뮤니티 등에겐 한글인터넷 주소를 무료로 보급할 것이며, 유료사용자에겐 완벽한 인프라가 되어 누리집에 많은 방문이 일어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인터넷 마케팅 지원을 할 것이다. 또 한글로 이메일을 보낼 수 있는 한글이메일주소를 보급하여, 쉽고 편한 한글 이름을 버젓이 두고서 영어와 숫자로 된 암호와 같은 이메일을 어렵게 주고받는 코미디 같은 현실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곧 기존의 포탈, 통신업체와 연계, 이의 본격적인 실행이 있을 것이다.

또 올해부터 본격적인 해외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영어가 아닌 자국어인터넷주소시스템이 세계를 하나로 묶을 수 있다면 한국의 위상도 그만큼 높아질 것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횡포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01년 7월 넷피아로부터 자국어인터넷주소 시스템을 도입한 태국을 시작으로 그리스와 터키, 불가리아 등이 준비를 하고 있으며, 연내 12개국에서 상용서비스를 개시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 전통문화는 올바로 계승되어야 하고, 또 그에 맞게 상업화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에 대한 견해는?
"태흥영화사가 임권택 감독에게 백지수표를 주었는데 이 때 만든 영화가 서편제였다. 임권택 감독은 서편제로 가치와 흥행성을 병행시킨 사람이다. 기업도 서편제와 마찬가지로 예술가의 정신과 소비자의 욕구를 동시에 맞추는 경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가치를 지키면서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늦더라도 확실하게 가는 것이며, 전통문화의 올바른 상업화일 것이라 믿는다."

▲ 인터뷰하는 (주)넷피아 이금룡 대표 2
ⓒ 김영조
- 넷피아는 그동안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누리꾼들의 많은 불만을 사왔다. 최근엔 협박도 일삼는다는 말도 들린다. 이에 대한 넷피아의 대처는 무엇인가(기자는 이 부분에 대해 강력한 문제제기를 했다)?
"넷피아에는 한글인터넷주소를 등록 대행하는 1500여개 이상의 무수한 협력업체가 있다. 그렇다 보니, 때로는 각 협력업체의 무리한 경쟁으로 인하여 고객에게 피해가 생기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근본을 뒤흔드는 일이라 생각한다. 특히 지금 말씀하신 케이티(KT)의 한 협력업체가 문제를 많이 일으켜 올해 초부터 영업을 중단시키고, 협력업체의 부당한 영업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강력한 등록약관을 마련했다. 이것만으로 완벽하게 문제를 제거할 수는 없겠지만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단속을 강화하여 고객들의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마지막으로 넷피아가 한글 외에 다른 겨레문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것인지를 물었다. 이에 이 사장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란 말은 진리라며, 한글 뿐 아니라 또 다른 전통가치의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전통문화의 상업화는 꼭 필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올바른 과정을 거치는 일은 충분조건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전통문화의 상업화가 단순히 돈벌기 위한 방편으로만 쓰여서는 안 되며, 전통문화의 발전을 위한 주춧돌이 되어야 한다는 기자의 주장에 넷피아 이금룡 대표이사는 적극 공감한다.

앞으로 전통문화인들은 전통문화를 상업화한 대표적인 기업, 성공한 기업들이 올바른 상업화를 이끌어 가는 지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금룡 대표이사의 부드러우면서도 거침없는 이야기가 시간을 붙잡고 있었던 의미 있는 인터뷰였다.

▲ (주)넷피아 누리집 첫화면
ⓒ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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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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