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취임 초 국정원을 방문해 불법 도·감청의 근절을 강력히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그 뜻이 반영되지 않은 점이 심히 유감스럽다. 아울러 국민의 정부 때 중단된 것은 다행이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은 5일 오전 국회 브리핑룸을 찾아 국정원이 옛 국가안전기획부에 이어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4년여 동안 조직적으로 도·감청을 해왔다고 밝힌 것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어 유 대변인은 "현재 국민적 의혹을 어떻게 잠재울지 의문"이라며 "지금 미림팀의 불법도청테이프 사건이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유 대변인은 "민주당은 국정원의 발표를 면밀히 분석중에 있다"며 "전 미림팀장 (공운영씨) 집에서 발견된 274개 도청 테이프의 공개 및 수사와 관련한 당의 입장을 전면 재검토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민주당 입장의 전면 재검토의 구체적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번 발표로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현실이 많이 바뀌고 있다"며 "원점에서 다시한번 재검토해보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유 대변인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른다고 말한 것은 DJ를 흠집내기 위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인가'라는 물음에 "누구를 겨냥하고 안하고가 아니라 방향이 이상한 것 같다는 말 그대로 이해해 달라"고만 답했다.
우리당 "김대중 전 대통령 직접 연루 가능성 없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도청은 반인권적인 불법행위로서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며 "실체규명을 위해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4년간 불법 도감청이 이뤄졌다는 국정원 발표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수십 년에 걸쳐 불법 도청 및 정치사찰의 큰 피해자였다"며 "취임 직후 미림팀이 즉각 해체 됐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정보기관이 과거 타성에 젖어 상당기간 불법 도감청을 해온 사실은 그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불법 도감청에 직접 연루되었을 가능성도 없다고 덧붙였다.
오영식 공보부대표 5일 국가정보원의 '구 안기부 X파일 사건' 중간조사결과 발표 및 대국민사과성명과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국정원의 과거에 대한 자기 고백과 대국민 사과가 아무쪼록 국정원이 국민의 정부기관으로 다시 태어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면서도 "역대 정권의 도감청 실체가 완전히 규명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오 부대표는 이어 "미림팀의 구성 및 해체, 재구성 경위, 활동내용 등에 대해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규명되어야 한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 수사와 특별법 재정을 통한 철저한 진실 규명을 해나갈 것"이라고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불법 도감청이 2002년 3월까지 이뤄졌다는 국정원 발표에 대해 '노 대통령 감싸기 아니냐'는 한나라당의 주장과 관련, 오 부대표는 "정치공세"라며 "2002년 3월 이후, 특히 참여정부 시기에는 불법 도감청 행위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오 부대표는 "문민 정부든, 국민의 정부든 불법 도감청은 철저한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며 "검찰 수사가 미진하면 특검을 통해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국정원 발표 하루 전인 4일 밤 DJ정부에서도 불법 도감청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국정원이 상당한 고민을 했다고 들었다"며 "그렇지만 지금의 상황이 가린다고 가려질 수 있는 상황이냐"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국정원의 불법 도감청이 지속된 1998년∼1999년 문희상 현 당 의장과 이강래 의원이 국정원 기조실장을 역임했던 점을 들어 연루 가능성을 제기하는 야당의 공세에 곤혹스런 표정이다.
오 부대표는 "도감청과 관련해 직접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았고 그런 시기도 아니었다"며 "또한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문희상 의장으로부터 확인한 결과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