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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철거민협의회는 5일 오전 광화문 정부청사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교 철거민들의 국적 포기 및 난민 신청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전국철거민협의회는 5일 오전 광화문 정부청사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교 철거민들의 국적 포기 및 난민 신청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이승훈
신도시 개발로 철거 위기에 내몰린 판교 주민들이 "차리리 북한으로 가겠다"며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판교지역 세입자와 영세 공장주, 임대농 등 300여 세대로 구성된 판교주민통합위원회는 지난 3일 국적포기 및 난민 신청을 하겠다고 나섰다. 신도시 개발에 따른 이주 및 생계 대책 요구를 정부가 외면하고 있는데 대한 항의 표시였다.

판교지역 주민들은 "밀어붙이기식 개발과 강제철거로 생존권 침해와 인권유린이 자행되는 나라에서는 더 이상 살 수 없다”며 "차라리 제3국으로 가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청와대 민원실과 법제처에 국적포기서를 제출하고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 서울 사무소에 하려던 난민 신청 계획은 무산됐다. 현행법상 국적포기는 이중국적자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또 난민 인정 대상도 인종이나 종교·정치적 견해 등의 이유로 박해를 받은 경우에만 한정돼 있어, 이들의 신청이 받아들여지기는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전철협 “철거민 생계대책 마련 않는 정부, 서민 주거안정 말할 자격 있나”

5일에는 전국철거민협의회 중앙회(이하 전철협)가 무산된 판교 주민들의 국적 포기 및 난민신청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이날 오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입구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전철협은 "정부가 부동산 광풍의 진원지인 판교개발 지구 내의 주민들에 대한 이주 대책 및 생계 대책도 세우지 못하면서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말할 자격이 있느냐"며 "서민과 빈민의 주거여건을 훼손하고 주거권을 침해하는 현재의 개발 정책은 정부에 대한 불신만 확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명식 판교주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살 수 없어 국적을 포기하고 난민 신청을 하려는데 이 마저도 정부가 막고 있다"며 "정부와 성남시가 15일까지 판교주민들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차라리 북한으로 가는 등 극단적인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개발대상이 된 판교지역에 대해서는 지난달 25일 이후 행정집행영장이 발부돼 언제든지 합법적인 철거가 가능한 상황이다. 판교주민통합위원회는 철거가 시작되기 전에 입주할 아파트가 지어질 동안 임시로 거주할 '가이주단지'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30여만원의 이사비와 750여만원(4인가족 기준)의 주거 이전비만 지원된다면 길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토지공사는 철거에 따른 보상은 원칙과 기준에 따라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김동원 토지공사 판교사업단 팀장은 "이미 세입자들에게 거주 면적에 따른 이사비와 월 가계지출비용 3개월 치에 해당하는 주거이전비 또는 임대아파트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며 "현재 남아 있는 세입자 중에는 기준일 이후에 들어온 분들이 절반이라 이분들은 보상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초기에 개발이 시행됨을 알고서 들어온 사람들은 투기 위험이 있기 때문에 보상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난민신청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판교 주민들은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계속해서 국적 포기 및 난민 신청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계획이다.

문명식 위원장은 "이번 난민 신청은 세입자들의 절박한 심정에서 나온 것으로 정부가 자초한 것"이라며 "우리는 살 곳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제3국으로 가길 원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난민 신청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철협과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후 국가인권위 건물에 있는 유엔 난민 고등판무관실을 찾아 난민 신청서를 다시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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