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제가 출근하는 길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섬진강 100리길"(구례에서 하동으로 이어지는 19번 국도)입니다.
이 길을 매일 출근하는 저에게 한 가지 의무감 같은 것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이 길을 나만 보기는 미안하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평소엔 자전거로 출근하기에 사진 찍기가 힘이 듭니다.
그래서 비가 오는 요즘 맘먹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침부터 출근하면서 사진을 '반드시' 찍어야겠다고 맘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구례에서 하동군 악약면까지 가는 길에서 중간 중간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사실 저의 글 솜씨로 지리산과 백운산을 사이에 두고 그림처럼 흘러가는 섬진강의 모습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너무 무리입니다.
아무리 묘사가 뛰어난 작가라고 해도 수십 가지 아니 수만 가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자연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이렇다고 표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그저 그날 순간의 느낌일 뿐이죠.
저에게도 가끔 전화를 걸어 "야 섬진강 물 깨끗하냐"라고 묻는 친구들이 있는데 요즘처럼 비가 많은 때는 온통 흙탕물이고 비가 오지 않는 날은 맑아지는데 맑고 흐려지는 변화의 시기가 있기도 하여 한 마디로 말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어느 날은 너무 맑고 깨끗하여 그냥 먹어도 좋을 듯했던 강물은 요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미숫가루를 진하게 타 놓은 듯 한 흙탕물투성이가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물의 표정만 해도 그렇습니다. 비가 오랜 시간 오지 않으면 겨우겨우 새색시처럼 부드럽게 흐르던 강물은 요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며 강폭 전체를 가득 메우고 천군을 얻은 장군처럼 위엄있게 흐릅니다.
그러니 말이 무색해지는 것이죠.
누구나 규정속도를 지키는 길
이 길을 출퇴근하는 것은 축복이기는 하지만 요즘처럼 관광객이 많이 찾는 때는 짜증스럽기도 합니다. 멀리서 찾아온 여행객은 섬진강 100리 길에서 항상 규정 속도 이하로 천천히 가기 때문입니다.
평소에는 규정속도가 현실성이 없다고 불평하던 사람도 이 길만 달리면 속도를 줄이게 되는 것입니다. 이 길의 규정속도는 60km/h입니다. 아침 출근길이 늦어지는 날은 느긋하게 경치를 즐기는 분들 때문에 정체구간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그 정체구간의 특징은 그 자동차 앞에는 자동차가 한 대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가는 길에는 수달 서식지 보호구역이 있습니다. 아직 수달이 살고 있는 것이죠.
제가 출근하는 구례군 문척면과 간전면 토지면 일대의 섬진강 주변은 섬진강에서 유일하게 수달 보호지로 선정된 곳입니다.
아직 출근길에 만난 수달은 없지만 어느 날 또랑또랑한 눈으로 저를 보는 수달의 모습을 만날 것이라고 기대해봅니다.
90년대 이후로 1급수에서 2급수로
그러나 겉으로는 아름다운 섬진강은 지금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섬진강 하면 깨끗함을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섬진강은 1급수가 아닌 겨우 2급수의 수질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으로 하루 동안 흘러오는 오폐수의 양만 9만9000톤이라고 하니 몸살도 이만 저만한 것이 아닙니다. 그 중에서 생활오수가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생활수준 높아지고 주변 상가들이 늘어 1990년 이후에 깨끗한 강물로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섬진강의 모습이 겉모습처럼 속도 깨끗해지기를 기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 조태용 기자는 지난해 9월 도시를 떠나 지리산 곁에서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