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신화, 다양한 자료에서 정신적 뿌리를 찾는 의미심장한 일”
치우와 환웅, 단군, 해모수, 주몽…. 이들은 모두 우리의 신화 속에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 우리 신화에서 제대로 된 대접과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이 그리스로마 신화를 줄줄 꿰고 있는 것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 결국 우리 신화를 아는 것만이 최선이라면 지금부터라도 ‘한국의 신화’ 속으로 들어가보자. 길잡이는 ‘동아시테크’가 맡았다.
| | | <산해경>은 어떤 책인가? | | | | 중국 최고(最古)의 신화집이자 지리서.
작가는 하(夏)나라 우왕(禹王) 또는 백익(伯益)이라 알려져 있으나 실제는 BC 4세기 전국시대 후의 저작으로, 한대(漢代 : BC 202∼AD 220) 초에는 이미 이 책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고대 중국의 자연관을 아는 데 귀중하며 신화의 기록이 적은 중국 고전에서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원래는 23권이 있었으나 전한(前漢) 말(BC 6세기)에 유수(劉秀)가 교정(校定)한 18편만 오늘에 전해지고 있다.
<산해경>은 이화여대 중문학과 정재서 교수가 1985년 상세한 해설과 함께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소개했다. 정 교수는 '한국의 신화' 자료수집에도 참여했다. / 최육상 | | | | |
‘동아시테크(대표이사 김영철)’는 <산해경> 등 여러 문헌에서 한국 신화 자료를 수집했다. 주요 문헌으로 선택한 <산해경>은 중국 최고의 신화집임에도 불구, 한국 신화 원형의 광맥(廣脈)으로 불린다. <산해경>에는 치우를 비롯해, 염제, 환웅, 단군, 해모수, 주몽, 풍백, 우사, 운사 등 익숙한 신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우리 신화와 관련된 자료는 <삼국유사>와 <제왕운기> 등 극히 제한된 고서와 광개토대왕비문 등 금석문, <후한서> 등 중국 고서에 산발적으로 등장한다. 그나마 우리 자료인 <삼국유사>와 <제왕운기>는 제작연대가 13세기 이후여서 신화 자료의 일반 연대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주요 참고 문헌으로 <산해경>을 선택하게 된 배경이다.
한국의 신화 자료를 고증한 정재서 교수는 “최근 중국 고고학계 및 신화학계에서는 오랜 통설이었던 황하중심론이 깨지고 다원문명론에 의해 상고(上古) 의 중국 대륙이 한족만이 아니라 여러 민족들의 문화가 함께 경합하던 무대였으며, 신화도 단일한 계통이 아니고 각 민족에 따라 다양한 계통이 존재했음을 인정하는 것이 강한 추세”라고 밝혔다.
한편 동아시테크 측은 “역사고고학적 관점에서 상고 시대 우리 민족의 활동무대가 중국의 동북방 지역이었으며 이들 지역과 상당한 문화적 관련성이 있었음이 정설”이라고 강조하며 “우리가 한국 신화의 자료를 후대의 자료에서만 찾는 것은 스스로 문화원천을 축소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동아시테크 측은 또한 “한국신화 원형자료를 국내 문헌에만 한정하지 않고 중국의 다양한 신화자료에도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며 “이것은 국내자료 정리를 넘어서 신화를 보완해 영역을 넓히고 우리의 원형과 정신적 뿌리를 찾는 의미심장한 일이 될 것”이라고 콘텐츠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한국 신화는 민족적 상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가장 한국적인 콘텐츠”
동아시테크 최동민 과장은 “‘한국의 신화’는 우리민족의 신화원류를 찾아 독립적인 신화체계를 정립하고 지역적, 문화적 특수성을 살려 민족적 상상력을 극대화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며 “신화를 발굴하고 현대적인 의미로 재해석함으로써 기존의 신화, 전설 등과 결합된 가장 한국적인 콘텐츠를 개발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시테크는 한국의 신화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동양신으로 엮은 ‘신의 계보’를 ‘동이계(東夷係)’와 ‘화하계(華夏系)’로 분류했다. 동이계를 대표하는 치우와 화하계를 대표하는 황제의 전쟁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는 신화 시대 정치문화적 배경을 황제의 일원주의 세력과 이에 대항하는 치우의 다원주의 세력간의 대결구도로 설정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대만의 학자인 부사년(傅斯年)은 상고시대의 중국을 동방의 동이계와 서방의 화하계 민족의 대립으로 보았는데 이 균형이 깨지고 화하계 중심으로 바뀐 것을 치우와 황제의 전쟁인 ‘탁록대전’ 신화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신화’는 탁록대전 스토리와 100개의 신 캐릭터, 신의 계보 및 활동 지도로 구성됐다. 스토리는 불의 수호자 염제를 비롯해 황제, 치우, 수신 등을 중심으로 혼돈 세계의 태동부터 종말까지 하나로 이어진다. 이 스토리는 다시 9개로 나뉘어져 신들의 면면을 자세히 다루며 신의 계보와 이야기에 등장하는 지명을 근거로 한 지도를 곁들여 이해를 도왔다.
최 과장은 “콘텐츠는 신화를 기술한 단편적인 문구들을 그대로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완전한 스토리로 재현한 것”이라며 “스토리는 세련된 문학 작업을 위해 창작된 서사물”이라고 설명했다.
최 과장은 이어 “이화여대 중문학과 정재서 교수님의 <산해경> 원전 해석을 기초로 자료를 수집했고, 충청대 패션산업디자인학과 양경애 교수님의 복식고증을 통해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였다”며 “고유한 전통문화 소재에서 개발한 시나리오와 시각자료 등은 게임, 애니메이션, 방송, 영화 등 문화콘텐츠 산업계에 창작소재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상을 깨울 한국 신화의 상상력 필요한 때
현재 동아시테크는 한국의 신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염제편과 치우편 등 2개의 모바일 게임을 개발했다. 게임은 8월 SKT 제안을 시작으로 올해 안에 KTF, LGT 등 이동통신사를 통해 서비스할 계획이다. 한국신화 게임은 시리즈로 계속 개발 기획 중이다.
또한 ‘대원디지털엔터테인먼트’와 함께 2004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시범사업의 하나로 만화책 단행본을 제작했으며 8월 중에 2권의 한국신화 만화 출판도 준비하고 있다. 그 외 공중파 방송용 애니메이션(26회) 제작을 위한 펀드 조성과 주요 캐릭터를 활용한 라이선스 사업, 학습만화 제작 등을 준비하고 있다.
태양의 신 아폴론,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바다의 신 포세이돈, 사랑의 신 에로스…. 사람들이 기억하는 그리스로마 신화 속 신들은 다양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신들은 어떠한가. 치우천왕 등 몇몇을 떠올리기는 하겠지만 그리스로마 신들처럼 설명하기는 힘들 것이다. 더욱이 단군상을 세우는 것이 우상숭배다 아니다 거센 논란이 일어났던 것처럼 신화를 통해 민족을 돌아보기도 쉽지 않다.
시공간을 거슬러 올라간 ‘한국의 신화’에는 우리 민족의 정신적 뿌리가 내려져 있다. 그 뿌리의 근간으로 구성된 탁록대전은 재미있기까지 하다. 또한 우리가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려면 단군신화를 다시 새길 필요도 있다. 단군에서 신화를 더욱 확장하면 일만년 역사까지도 이를 수 있다. 그것은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는 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의 신화집인 <산해경> 등에서 찾아 낸 우리의 신화는 큰 가치를 지닌다. 혼돈의 세계에 세상을 깨운 신들이 있었다면 오늘의 세계는 세상을 뒤흔들 신화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상상력으로 무장한 우리의 신들이 한국신화와 함께 힘차게 비상하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동아시테크 ‘한국의 신화’ 콘텐츠 자료 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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