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리고 미혼시절부터 하고 다니는 18k 목걸이가 있다면서 목걸이는 아예 사지도 않았음을 알게 된 어머니는 아버님의 비상금까지 털어서 저의 목걸이를 샀습니다. 그리고 주말에 시댁을 찾아 간 저를 우리 아이들도 모르게 작은 방으로 살짝 불러 저의 목에 직접 걸어 주셨습니다.
이렇게 시부모님께서 사 주신 저의 팔찌와 목걸이는 시댁의 다른 식구들은 모르는, 시부모님과 우리 부부만의 비밀로 하는 것으로 단단히 약속을 했습니다.
이렇게 시부모님과 비밀을 공유하면서, 시부모님과 며느리인 저의 관계는 굳이 무슨 말을 주고 받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곰같은 며느리보다 여우같은 며느리가 백 번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우같은 며느리가 아닌, 곰같은 며느리과에 속하고 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는, 마음에 없는 말은 절대로 하지 못하고, 내가 하고자 마음 먹었던 일도 행동으로 행하기 이전에 먼저 말로 꺼내놓고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먼저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성격이기에 붙임성 좋게 먼저 다가가지도 못하는 융통성 없는 성격입니다.
그런 융통성없는 며느리임에도 항상 예쁘게 봐 주시고, 마음 써 주셨던 어머님이셨습니다. 매주 토요일 오후가 되면 시장을 봐 가지고 시댁으로 향하기에, 어머님은 며느리가 사 온 반찬거리를 당신 나름으로 얼마의 돈이 들었는지 가늠하였다가, 시장을 보느라고 들어 간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며느리의 가방 한켠에 넣어 두기도 하고, 당신 아들이 벗어 걸어 놓은 바지 뒷춤에 넣어 두기도 했습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이 창원으로 이사를 온지 몇개월 되지 않았을 때 였습니다. 경북 경산에 살고 있는 둘째 언니 내외분이 일요일 오후에 우리집에 다니러 오겠다고 했습니다. 그때에도 토요일 오후에 시댁에 갔다가, 일요일 아침 일찍 둘째언니 내외분 때문에 우리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때 어머니께서는 정구지(부추)며, 풋고추며, 상추 등을 비닐봉지에 담아 놓았다가 차 트렁크에 넣어 주셨습니다. 마침내 우리 가족이 집에 도착하여 집에 잘 도착하였다고 전화를 하였을 때, 어머님은 "며늘아~ 거기 정구지가 들어 있는 봉투 밑을 잘 찾아 보거라"하셨습니다."어머니 왜요?"하고 묻는 저에게 "아무튼 봉투를 열어보면 뭔가 있을 것이다"하고 웃으셨습니다.
서둘러서 비닐봉지를 열어 보았을 때, 그 봉지 밑에는 하얀 편지봉투가 들어 있었고, 그 편지봉투 속에는 현금 5만 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물론 그 봉투를 열어 본 저의 마음 한켠이 울컥하고 뜨거워졌음은 물론이었습니다.
절약하고 아끼는 며느리 때문에, 그렇게 절약하는 구두쇠 며느리가 당신들 때문에 시장을 보느라고 괜한 돈을 쓴다고 생각하신 어머니는 며느리가 쓴 돈보다 더 많은 돈을 그런 방법으로 되돌려 주시고는 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시아버님께서 손수 챙겨 주시는 보따리 이야기를 시작으로, 시부모님의 따뜻한 사랑을 이어쓰기 기사로 올린 것이 이번이 여덟 번째입니다.
이번 기사가 유난히 늦어진 것은, 시부모님의 저의 대한 따뜻한 사랑을 적어가다 보니, 제 글을 읽는 분들에게 어쩌면 '제 잘난척', '제 자랑'으로만 비춰지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미 시작을 하고 말았습니다. 쓸 수 있는데 까지 저와 시부모님과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 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