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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 (자료사진)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인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10일 전·현직 국정원 고위 관계자들을 상대로 탐문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며 "국민의 정부 당시, 특정 조직이나 기관이 특정 목적을 가지고 한 불법 도청은 절대 없었다"며 "국정원이 우발적인 감청을 불법 도청으로 확대 해석한 것 같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4일 국정원이 DJ 정부 시절 불법 도·감청을 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DJ 정부 시절 국정원의 구조상 불법 도·감청이 불가능했다"고 반박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DJ정부 초기에 국정원 내부는 영남 세력이 주를 이뤘기 때문에 DJ는 국정원 조직을 거의 장악하지 못했고, 국정원 인사들이 '창'과 'DJ'를 놓고 줄을 서다보니 내부 보안 유지도 제대로 안 됐다고 한다.

또 DJ는 취임 초기부터 IMF 외환위기를 극복한 대통령으로 남고 싶어해 정치 보고를 거부했으며, DJ가 정보보고를 받은 80∼85%가 경제관련 정보보고였다고 전했다.

최 의원은 "당시 국정원 관계자가 자신이 국정원에 갔을 때 정보파트의 인원 전부가 영남 출신이어서 놀랐다고 하더라"며 "만약 DJ가 조직적·구체적인 지시를 하더라도 곧바로 야당으로 보고가 갔을 정도로 보안이 불가능한 사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의원은 "이런 상황이기에 국정원 관계자들은 DJ 정부의 보안 점수를 50점 미만으로 매긴다"며 "최근 언론 보도 내용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너무 억울하다', '죽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불만을 토로한다"고 덧붙였다.

"DJ 시절 도청, 증거 없어... 국정원 내부에서도 불만 있다"

또 최 의원은 DJ 정부 시절 국정원이 휴대전화 도청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카스(CASS)' 장비에 대해서도 "자체 조사 결과, 도청에 사용했을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카스의 성능에 대해 "40kg이나 되는 장비를 들고 다니면서 휴대전화를 도청하는 것에 대해 국정원 관련자들의 의견은 부정적"이라며 "더구나 카스가 개발됐을 때 국정원은 장비 전용을 막기 위해 규정까지 만들면서 악용 가능성을 차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카스는 1500km 반경내 통신정보를 수집하는 장치"라며 "노태우 대통령 말기와 김영삼 대통령 초기 때부터 국가안보차원에서 선진기술을 도입하려던 국정원과 국방부의 숙원사업 중 하나였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은 특수장비반출 운영규정을 마련하고, 카스에 대해서 사용 목적 및 출고 시간, 반납시간, 사용자 등을 상부에 보고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의 이같은 주장은 지난 5일 국정원이 "98년 5월부터 2002년 3월까지 초보적인 수준의 휴대폰 도청장비를 개발해 운용하면서 불법감청에도 일부 사용했다"고 밝힌 것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국정원 내부에서도 도청사실에 대한 확실한 증거도 없으면서 성급하게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는 불만이 있다"며 "DJ 정부 당시 도청을 했다는 증거는 잡히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정권은 조직적 도감청... DJ를 동등하게 비교하면 슬프다"

한편 최 의원은 "박정희 정부 시절에는 조직적인 도·감청이 이뤄졌고 이를 바탕으로 한 'B 보고서'가 보고됐다"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에도 몇백명 규모 조직에 의해 도·감청이 개념 없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의원은 "도·감청의 피해자였던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 들어서는 5명의 비선조직을 통해서만 도감청이 실시됐고 국민의 정부에 와서는 DJ가 '정보정치'를 원하지 않아 비선조직조차 없앴다"며 "조직적으로 도·감청을 했던 이들은 비난하지 않고 DJ 정부시절에 확인되지 않은 불법 도·감청을 동등하게 비교해 비난하는 현실이 슬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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