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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미다>에 대한 방송심의위원회의 최종심의결과 발표를 목전에 둔 KBS
ⓒ 오마이뉴스 허지웅
지난 7월 27일 며느리가 시어머니 뺨을 때리는 장면이 방송돼 물의를 일으켰던 KBS 2TV 시트콤 <올드미스다이어리>(이하 <올미다>)가 방송위원회 최종 심의결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11일 방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연예오락심의위원회 건의가 받아들여지면 <올미다>는 2000년 통합방송법 제정 이후 지상파TV 프로그램으로는 처음으로 '시청자에 대한 사과', '프로그램 해당분 방영 중지',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제재를 동시에 받는 사례가 된다.

언론의 공세... <동아> "막가는 시트콤", <조선> "TV가 미쳤다"

문제의 장면이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뒤 <올미다>는 MBC <생방송 음악캠프>와 함께 여론의 집중포화에 직면했다. <올미다>의 전체 맥락에서 문제의 장면을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에 '폐륜드라마'라는 비판이 맞섰지만, <올미다>를 성토하는 분위기로 흘렀다.

언론의 보도태도도 이 같은 여론형성에 큰 몫을 했다. <동아일보>는 7월 29일 "막가는 TV시트콤"이라며 사건을 소개했고, <조선일보>는 같은 날 '안방극장 화면에 며느리가 시어머니 뺨을...'이라는 기사를 통해 "TV가 미쳤다"고 진단했다.

<올미다> 연출자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방송위원회의 중징계 방침을 반대하는 시청자들의 촛불집회가 열렸던 10일 저녁, KBS 신관에서 <올미다>의 김석윤(41) PD를 만났다.

<올미다> 촬영 중 휴식시간을 이용해 <오마이뉴스> 인터뷰에 응한 김 PD는 "젊어서는 시집살이, 늙어서는 며느리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우리 시대 여성노인 문제를 다뤄보고 싶었던 것"이라며 실제 있었던 사건을 듣고 충격을 받아 연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PD는 "뺨 때리는 장면을 그대로 보여줄 것이냐,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인용할 것이냐 한동안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그러나 직접 보여주지 않을 경우 시청자에게 충분한 문제의식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연출상 세련되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것은 인정했다. 또 "책임을 기꺼이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다만 부분 때문에 전체가 매도당하거나 그 의도 자체가 희석되는 것만큼은 막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다음은 김 PD와의 일문일답.

"여성노인 문제 공론화해보고 싶었다... 세련되지 못한 연출은 인정"

▲ <올드미스다이어리>의 김석윤 PD.
ⓒ 오마이뉴스 허지웅
- <올미다>는 시트콤으로는 보기 드물게 노인문제를 다루고 있다.
"노인, 특히 여성노인 문제를 공론화해보고 싶었다. 누구나 언젠가는 노인이 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다. <올미다>는 할머니 3자매와 젊은 여성 3명을 함께 등장시킴으로써 노인 역시 젊은 사람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여성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 며느리가 시어머니 뺨을 때리는 문제의 장면이 꼭 필요했나.
"실제 서울 자양동에서 일어났던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그 사건을 처음 들었을 때 다른 부위가 아닌 '뺨'을 때렸다는 사실에서 충격을 받았다. 문제의 장면을 두고 이것을 그대로 보여줄 것이냐, 혹은 '이런 일이 있었더라'며 등장 인물의 입을 빌어 인용할 것이냐 한동안 고민했다. 하지만 그것을 보여주지 않을 경우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문제의식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 당시 판단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가.
"연출상 세련되지 못했던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의 장면 없이 인용으로만 처리되었을 경우 충분한 의미가 전달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시트콤을 만들 때 모든 부분에서 시청자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만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강한 설정을 부드러운 연출로 상쇄시켜가면서 전체 발란스(균형)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큰 이변이 없는 한 방송위원회 중징계가 예상되는데.
"시청자에 대한 사과와 해당 방송프로그램 중지, 그리고 인사징계가 있을 것이다. 이번 일을 통해 방송의 지대한 영향력을 실감했으며, 그만큼의 책임도 기꺼이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 다만 방송위원회가 <올미다>를 바라보는 논리와 입장을 들어보고 싶다. 단순히 MBC <생방송 음악캠프>와 엮여 있다는 이유로 정치적 희생양이 된 것이 아니라면, 충분히 들려줄 수 있는 설명이 아닌가."

"책임 감수할 것... 부분으로 전체를 매도하지는 말아달라"

- 오늘 '올미다 사랑방'의 촛불시위가 예정되어 있는 것을 아는가.
"알고 있다. 애초부터 <올미다>는 시청자의 반응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사랑방 회원들은 처음부터 <올미다>를 믿고 사랑해주신 분들이다. 이분들이 나 때문에 괜한 고생을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나가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고... 비를 맞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 <올미다> 사태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문제의 에피소드가 방송된 이후, 곧바로 '엄마'라는 제목의 에피소드가 방영된 적이 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노인문제를 다뤘는데 게시판을 보니 '국민들의 비난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여론몰이용 연출'이라고 하더라. 하지만 <올미다>의 모든 시나리오는 4주 전에 나오고 2주 전에 촬영을 마친다. 이런 오해가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의 대표적 단면이라고 생각한다.

비판받고 책임져야 할 부분에 있어서는 망설임 없이 감수하겠다. 그러나 노인문제와 여성문제를 바라보는 <올미다>의 핵심 논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부분만으로 전체 프로그램을 매도하지 말고, <올미다>의 순수한 의도를 알아달라."

"전체맥락 고려없는 중징계는 부당"
[현장] <올미다> 중징계에 촛불들고 나선 시청자들

▲ <올미다> 팬클럽 ‘올미다 사랑방’ 회원 50여명이 10일 저녁 KBS 앞에서 방송위원회 중징계 방침에 항의하는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마이뉴스 허지웅

<올드미스다이어리> 팬클럽 '올미다 사랑방' 회원 50여명은 방송위원회의 중징계 방침에 항의하며 10일 저녁 7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KBS 신관 앞에서 촛불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올미다>에 대한 중징계 검토 재고를 요청하며 "우리들의 촛불이 한국방송문화에 작은 힘이 되길 기원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올미다 사랑방'의 공동대표 홍지연(27)씨는 "문제의 장면은 가족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강조하고자 했던 장면"이라며 "전체 맥락에서 해당 장면이 판단되고 평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문제가 되고 있는 장면에 대해 불쾌감을 느끼고 있는 시청자들의 입장도 존중되어야 하며 그런 차원에서 일정 수준의 징계는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체맥락과 취지에 대한 고려 없이 중징계가 내려지는 것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촛불시위에 참여한 회원 장미정(37)씨는 "사람들이 다른 에피소드 한 두 개만 더 보고 판단해줬으면 좋겠다"며 "오해에서 비롯된 여론몰이에 의해 <올미다>가 희생양이 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 여기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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