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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대한적십자사 본사에서 성사된 남북 이산가족들의 화상상봉에서 남북의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15일 서울 대한적십자사 본사에서 성사된 남북 이산가족들의 화상상봉에서 남북의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남측의 동생이 호적을 보여주자 모니터를 통해 보던 북측의 형이 밝게 웃고 있다.
남측의 동생이 호적을 보여주자 모니터를 통해 보던 북측의 형이 밝게 웃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55년간 생사를 몰라 죽은 줄 알았던 동생인데…"
"다시 새로 가족이 생긴 것 같습니다."

15일 한국전쟁으로 뿔뿔히 흩어졌던 일가 친척들을 화상 상봉으로 만나게 된 이산 가족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날 오전 7시 40분께 남측 대한적십자사(한적)와 북측 조선적십자회가 서울 한적 본사와 평양을 잇는 화상상봉 시스템을 공식 개통하면서 모두 40여 가족 216명이 꿈에도 그리던 피붙이들을 직접 보게됐다.

여인호(남·97) 씨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1시간 동안 서울 한적의 상봉실인 '금강산마루'에서 북에 두고온 자녀들을 만났다. 황해도 송화가 고향인 여씨는 1.4 후퇴 당시 아내와 4남 1녀를 북에 두고 홀로 남으로 내려왔다. 오늘 만난 가족들은 딸인 여선녀(70)씨와 둘째 아들인 여내수(65)씨.

여씨는 북에 두고 온 자녀들을 화면으로만 만난 것이 못내 아쉬운 듯 눈물을 글썽였다.

여인호씨가 남으로 와 재혼한 뒤 낳은 둘째 아들인 여관수(49)씨는 "아버님이 첫 대면에서 감정에 복 받쳐 눈물을 쏟으셨다"며 "아버님이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힌 뒤에는 북에 두고 온 자녀들의 안부를 주로 물었다"고 전했다.

오전 10시 '백두산 마루'에서는 북쪽 정병연(남·73)씨와 그의 동생들인 정영애(여·69)씨, 정영임(여·67)등 남쪽 가족 5명이 만났다. 정병연씨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 의용군에 가담, 형제들과 헤어지게 됐다.

11시 40분께 상봉장을 나온 정영애씨는 "오빠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시계도 자랑했다"며 "오빠가 잘 살고 있다고 말하니 다행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씨는 화면으로만 병연씨를 만난 것이 못내 서운한 듯 "오빠와 같이 살고 싶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묘향산마루'에선 북쪽 홍영애(여·73)씨가 사촌 동생들인 홍문태(남·73)씨, 홍춘자(남·64)씨 등 남쪽 가족 5명을 만나 약 1시간 반 가량 대화를 나눴다.

홍문태씨 등 남쪽 가족들은 홍영애씨를 만난 소감에 대해 "영영 못볼 줄 알았던 고모님의 생사를 알게 되고, 또 새로운 가족이 생긴 것 같다"며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홍영애씨의 사촌조카인 홍성우(남·48)씨는 "고모님이 우리를 '만져보고 싶다'며 많이 그리워하더라"며 이번 화상상봉이 "남북의 통일을 앞당기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오후 2시 북측 리명안(남·77)씨와 만남을 가지게 될 이점동(누나·81), 이정숙(동생·63) 씨 등 남쪽 가족들도 화상상봉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있었다.

이점동씨는 리명안씨에 대해 "55년간 생사를 몰라 죽은 줄만 알았던 동생"이라며 "화면으로나마 동생을 만난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며 연신 눈물을 글썽거렸다.

한편 상봉장은 서울 중구 남산동 한적 본사의 5개 상봉장 및 부산·수원·대전·인천·대구·광주 등 한적 지사의 6개 상봉장 등 남측에 모두 11개 상봉장이 있다. 남측 이산 가족들은 상봉실 중앙에 마련된 텔레비전을 통해 북측 평양의 상봉장에 나온 북측 가족들을 보게된다.

서울 명동 대한적십자사에 마련되어 있는 화상상봉센터의 경우 총 5개의 상봉실이 있다. 상봉실 이름은 통일을 염원하듯 한반도 전 지역의 주요 산 이름을 따 '백두산마루', '금강산마루', '묘향산마루', '칠보산마루', '한라산마루' 등으로 지었다.

좁은 화상상봉실에 들어가지 못한 가족이 좁은 유리창을 통해 상봉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좁은 화상상봉실에 들어가지 못한 가족이 좁은 유리창을 통해 상봉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남북이산가족들의 화상상봉을 위해 서울 남산 대한적십자사 본사에 5개의 화상상봉실이 마련됐다.
남북이산가족들의 화상상봉을 위해 서울 남산 대한적십자사 본사에 5개의 화상상봉실이 마련됐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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